[Review]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도서]

글 입력 2020.07.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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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클래식'에 대한 범위를 더욱 넓게 확장한다. 보다 다양한 음악 장르들을 클래식에 포함하며 여러 곡들을 만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 느낌들을 마음에 와닿게 묘사한다.

 

이 책은 작가가 <중앙SUNDAY an die Musik>에 쓴 글과 신세계백화점 매거진에 연재한 글을 모은 것이다. 크게 희망, 열정, 사랑, 우정 4가지 챕터로 자신의 뮤즈, 음악을 만난 에피소드를 여러 개 묶어놓았다. 그래서 챕터별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모두 다르게 느껴져 골라 읽을 수도 있으며 각 챕터 속 음악 중에서 끌리는 음악을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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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노래를 잘 듣지 않는 편이다. 최신 유행 아이돌 노래는 거의 듣지 않는 편이고 그렇다고 나만의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며 아껴두는 음악가와 플레이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노래를 부르는 것에도 관심이 없어서 친구들과 노래방 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혼코노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단지 노동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를 몇 개 빠르게 재생해두는 것 그뿐이다. 나에게 음악이라는 의미는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정도였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로 그 순간을 더욱 가슴 뛰게 만드는 그런 존재이긴 하지만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주거나 의미를 가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이 책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클래식에세이지만 베토벤이 아니여도 괜찮다고 말하는 작가가 궁금했고 내가 만났던 음악보다 훨씬 많은, 만나지 못한 음악들을 좀 더 쉽게 재밌게 선명하게 소개해줄 것만 같았다. 그 예상이 맞았다.

 

그가 클래식에 대한 범위를 넓혔다고 하는데 정말 다양한 장르가 등장한다. 서양 전통 클래식과 함께 국악, 재즈, 가요, 팝 장르를 가르지 않고 클래식을 포함해 소개한다. 저자에게 클래식이란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라고 한다. 송창식의 음악이 지금까지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는 것처럼 그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과 예술이라면 그를 모두 클래식으로 부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동감하면서 책을 읽게 된다.

 

여러 음악을 소개하면서 자신이 이 음악을 만나게 된 배경과 이 음악을 묘사하는 비유,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가 몰랐던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 책 속 QR코드를 통해 배경음악으로 둔 채 책을 읽으면 작가가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매거진에 실린 글을 모았기 때문에 하나의 곡을 설명하는 데 그리 많은 페이지를 잡아먹지 않아서 간단하게 가벼운 마음으로 스르륵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봄의 제전 / 고장 난 음악으로 맞이하는 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이 책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내가 몇 알지 못하는 클래식의 한 곡이었다. 너무나 기괴한 춤사위와 기분이 왠지 모르게 안 좋아지는 섬뜩한 음악으로 가득 찬 스트라빈스키와 니진스키의 날 것이 담긴 영상을 보고 쉽게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원시성으로 가득 차 탄생과 죽음이 나에게는 기괴함으로 다가왔고 역시 어려운 예술이라는 생각을 하고 지나쳤었다. 작가가 지인에게 이 곡을 추천하고 음반이 고장 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읽고 나도 실소가 나왔다. 나도 충분히 오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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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파리 시민들이 집단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지금 2020년에 들어도 날 것의 신선함보다는 예측할 수 없는 기괴함이 먼저 무섭게 다가오는데 1913년 그 시대에 기존에 존재하는 기준을 벗어난 이 공연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 곡을 만났을 때 그는 만화영화 배경음악처럼 받아들여 매우 흥미를 느끼며 재밌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다시 들어보면 이러한 원시적 생명력이 살아있는 경쾌하기도 한 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재미있기도 하다. 혼란 속 질서가 분명히 존재하며 날것의 상태로 가슴 뛰는 기괴함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뛰어 넘쳐 멈출 줄 모르는 우리 인간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면 이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껴서 틀어놓아도 좋을 것이다.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 무엇 하러 슬픔을 숨길까


 

정경화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에 대한 글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그 큰 무대에 바이올린을 든 연주자 한 명이 걸어 나온다. 정경화 선생은 그 적막 속을 뚫고 나오는 에너지로 누구보다 안정감 있게 바흐 전곡 실황연주를 진행한다.

 

작가는 그 순간을, 2,500명과 함께 시작되는 이 연주에 한 자리의 객석에서 동참했다. 그리고 그가 느꼈던 경험이 바흐가 속으로 삭여 승화시킨 작품을 정경화 선생이 "무엇 하러 슬픔을 숨기겠느냐"고 외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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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연장에서 안내원 어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나는 운이 좋게도 정경화 선생님의 공연을 뒤에서나마 잠깐 들을 수 있었다.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공연에서 꼿꼿한 자세로 유려하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잊을 수 없었다. 아무리 클래식에 문외한일지라도 그녀에게서 뿜어나오는 강렬한 기운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고 누가 그녀를 할머니라고 감히 생각하겠는가 대단함의 연속이었다.

 

음악을 통해 작가에게 무엇하러 슬픔을 숨길까 하는 말을 던진 것처럼, 나는 음악을 듣고 무언가 느끼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 공간에 있다는 자체로도 큰 영향을 받고 압도된 기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클래식 분야를 공부하고 제대로 관심을 두고 듣기 시작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감정을 내게 선사해줄까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 에세이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고전 클래식에 대한 작가의 평을 들어보면 정말 음악을 가까이하며 내 삶에 음악이 스며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

 

분명히 이 많은 곡 중에서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플레이리스트가 너무 한정적이라고 넓히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고, 나처럼 취향도 잘 없고 음악이라는 총 장르의 관심이나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취향을 생기게끔 하고 들여다보게 하는 시작점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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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악의 여신 뮤즈가 내게 온 순간들 -



지은이 : 최정동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예술/대중문화 > 음악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05월 29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9-2 (03670)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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