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묘하게 여름 노래 [음악]

묘하게 여름을 담고 있는 노래들
글 입력 2020.07.1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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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장마철에 챙겨 들을 이별 노래를 정리하고서 한동안 여름에 뭘 들어야 할까 고민했다. 대놓고 여름을 겨냥하고 나온 노래도 있고, 에너지 가득한 노래도 있고, 여행 노래도 있는데 그거 말고 뭔가 다른 걸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들어온 노래와 최근에 들었던 노래를 털어 여름스러운 포인트를 살살 골라냈다.

 

왠지 낭만이 생길 것 같은 여름밤이나, 활기 가득한 여름 그 자체 말고 여름의 조각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노래들. 축축한 장마철이나 공포 영화가 떠오르는 서늘함, 여름 특유의 청량함까지 여름을 조금씩이라도 담고 있는 노래를 몇 가지 정리해봤다.


 


 

 

제국의 아이들

바람의 유령

 

 

 

 

최근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와 후유증이 재조명되고 있다. 시대를 앞서나간 곡이라는 소리를 듣는 마젤토브와 노래는 좋은데 무대를 보면 뭔가 이상한 후유증. 숨어서 들어야 할 것 같은 두 곡과 달리 활동 당시부터 여러모로 반응이 좋았던 노래가 있다.

 

바람의 유령은 답지 않게(?) 깔끔한 의상과 헤어와 메이크업, 세련된 컨셉과 무난하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노래가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전까지 뮤직비디오가 노래를 방해한다는 평을 듣곤 했는데, 이 곡은 그런 면에선 흠잡을 데가 없다. 이전까지와는 다른 무게감이 있는데 노래는 무겁지 않고 코러스는 스산한 분위기를 더한다.


"난 마치 유령처럼...

바람처럼 널 잡을 수가 없어서"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모른다는 건 마음 아린 일이다. 이 노래의 화자는 상대에게 아무런 존재감 없는 자신을 ‘유령’에 비유한다. 나는 ‘그대 눈에서만 안 보이는 유령 같은 사람’이고, 그대는 ‘바람처럼 잡을 수가 없는 존재’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아주 커다란지, “이미 난 죽어버린 것 같아”라며 마음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짝사랑하는 화자가 상대에게 헤어질 수 없다고 하는 건 지나친 망상이나 스토킹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짝사랑을 하는 걸 유령에 비유한 게 마음에 들어서 설정을 곱씹다보면 여러 이야기가 그려진다.

 

 


 

 

틴탑

To You

 

 

 

 

뜻밖의 역주행을 하고 있는 또 다른 그룹, 틴탑. 데뷔 직후 무난하지 않고 다양한 컨셉을 이어가다가 2012년 발매한 투 유는 의외로 깔끔하고 트렌디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의 틴탑은 생각보다 꽤 산뜻했다.

 

가볍게 들리는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헤어지고 나서 심각한 상황을 얘기한다. 산뜻한 인상과 달리 ‘나는 못 하겠으니까 그딴 건 바라지 마요’, ‘널 잊고 사느니 나 차라리 죽는 게 낫겠어’라는 이별 발라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만한 가사도 등장한다.

 

이 노래는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팬들의 투표를 통해 타이틀로 선정되어 To You를 2020ver로 발매되었으며, 최근 스페셜 무대를 가졌다.


 


 

 

보아

천국과 지옥사이

 

 

 

 

이 노래를 들으면 차갑고 축축한 어두운 장마철이 떠오른다. 드라마 방영 시기를 보면 늦봄에서 시작해 장마를 지나 한여름에 종영했으니, 내가 이 드라마를 본 어느 날이 유난히 춥고 어두워서 그렇게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너를 두고 오가는 천국과 지옥 사이”

 

너를 하루만 더 사랑하겠단 말은 거짓말이고, 너를 하루라도 잊어보자는 말은 못 지킬 말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상대를 지척에 두고 사랑할 수도 잊을 수도 없어서 다짐만 되풀이한다. 지독한 사랑은 사람의 마음을 천국에서 지옥을 넘나들게 만든다.


 


 

 

디 에이드

묘해, 너와

 

 

 

 

드라마 '연애의 발견'의 ost로 디에이드가 어쿠스틱 콜라보 시절에 발매한 곡이다. 이 드라마도 여름에 방영했기 때문일까, 해 질 녘과 밤사이 살짝 어둡고 약간의 촉촉함을 담은 여름 공기가 생각난다.


“뭐랄까 나는 행복한 채로 두려워져”

 

예쁘고 공감 가는 가사를 잘 쓰기로 유명한 심현보가 작사·작곡한 노래로, 드라마만큼이나 연애 감정을 잘 표현했다. 일상적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묘하다는 말로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서술한다.

 

너 때문에 내 맘은 즐거웠다가 외로웠다가,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지고, 세상이 온통 네가 된다. 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너라는 존재만으로도 내 마음은 여기서 저기까지 종잡을 수 없이 움직인다. 누굴 사랑하는 마음 한 번 참 묘하다.

 

이 곡은 최근 리메이크 프로젝트 'Re:cord'의 시작으로 다시 재해석되어 발매되었다. 보컬 안다은은 ost 발매 당시 너무 어려서 가사를 완전히 이해 못 했지만, 이번엔 자연스럽게 감정표현이 되었다고 인터뷰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때와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했는데, 나에겐 6년전 그때의 ost는 물론 이번 재해석된 버전에서도 여름 공기를 느꼈다.

 

 


 

 

SF9

여름 향기가 날 춤추게 해

 

 

 

 

곡 소개를 보면 ‘자연스러운 여름 무드를 담은 하우스 장르의 곡’이라고 적혀있는데, 전주에서 들리는 서부극 사운드에 이국의 건조한 여름 공기가 연상된다.

 

노래 제목부터 가사 모두 여름을 겨냥하고 있는데 뜻밖의 서부극에 무슨 조합이지? 싶었다. 서부극의 성격은 무대 의상 중 디커 부츠에만 담고 다른 부분은 모두 평범하게 여름이다.

 

노래를 들으면 귀에 들어오는 키워드가 대충 ‘여름’, ‘춤’, ‘기분’, ‘놀아볼래’, ‘즐길 준비’ 이런 것들로 신나는 여름 노래라는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서부영화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가 섞이니 햇살이 내리쬐지만 습하지 않은 이국적인 여행에서의 즐거운 한때가 그려진다.

 

색이 강한 스타일을 섞으면 자칫 자극적인 느낌만 있고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데, 적당히 취합해서 부담스럽지 않게 섞어냈다. 여름의 요소를 차용하지 않았지만 대놓고 여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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