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둡지만 빛나는 -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창가에 방울져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글 입력 2020.07.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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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를 보기 전에는 ‘다소 어둡고 무심하지만 나른한 영화가 아닐까.’싶었다. 원작에 대한 사전 지식은 없었지만, 시사회 이전에 받아온 평은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했다.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의 원작은 세계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을 투표로 선정하는 스고이 재팬 어워드 2016년 만화 부분 TOP5에 [원펀맨], [하이큐!!], [도쿄구울], [내이야기] 등의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품 그 자체의 완성도를 인정 받음은 물론, 2015년 FRaU BEST 만화 대상 수상, 2016년 치루치루(chill chill) 어워드 코믹스 부문 1위, 2017년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배구에 대한 흥미는 없었기에 하이큐를 본 적은 없지만, 소년 스포츠 만화 중 히트작으로 유명한 작품임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하이큐’의 다음 순위를 잇는 작품이라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다. 장르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면 top 5를 차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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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빛나는 작화


 

일본 현지에서 흥행을 이끌었던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에서 보여주는 장면이 아름답게 빛나는 푸른빛으로 가득 찬 환상적인 순간의 연속이라면,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에서의 장면은 이와 상반되는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어둡고 톤 다운된 색감, 진한 보랏빛이 삼켜버린 하늘, 그 속에서 내리는 비를 그윽이 바라보는 주인공 등 지극히 일본 마피아 이야기와 걸맞은 배경이 주를 이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은은하게 빛나는 빛이기에 더 들여다보게 되는 작화는 영화 내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작화 뿐만 아니라 트랜지션도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장면은 야시로의 회상 화면 전환이다. 차 뒷좌석에서 턱을 괸 채 생각에 빠진 야시로의 창문 밖에서 다른 차가 다가오며 푸른 헤드라이트가 화면으로 스며들면서 회상 장면으로 넘어가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때는 그 헤드라이트 불빛이 스쳐 지나가듯이 사라지면서 돌아오는 장면. 간결한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여운이 도는 표현이었다.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원작 1,2권을 엮어 신세이회 간부인 야시로와 그의 수행원 겸 경호원인 도메키. 그리고 다른 간부와 조직 간의 관계를 주로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사건의 진행보다는 인물의 서사를 풀어내는데 주목한 듯했다. 그리고 두 주인공인 야시로와 도메키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공통점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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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를 받아들이다.



 

'난 나라는 인간을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남을 부러워한 적은 없다. 한 번도.'

 

‘난 나 자신도 방관자로 만듦으로써 스스로를 지탱해왔다.’

 

- 야시로의 독백

 

 

야시로의 독백에서도 느껴지듯이, 야시로가 트라우마를 피하는 방식은 '묻어두기'였다. 영화 중반엔 야시로의 친구인 카게야마는 그가 예전에도 주변에 무관심하고, 딱히 자신이나 타인을 동정하지도 않았다는 말을 도메키에게 전한다. 그런 '심리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어기제를 통해서 과거의 고통과 그 당시의 감정을 묻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방어기제가 만들어낸 모습은 현재의 야시로가 되었다. 그는 트라우마로 남은 그 사건 이후 성 관념이 뒤틀리게 되면서 자신을 놓아버리고, 순간만을 위해 살게 된다. 훗날 야시로는 그 시기가 자신의 ‘전성시대’ 였다며 웃어넘기지만 이후에 나오는 회상 장면을 통해 트라우마가 깊은 상처로 자리 잡아 야시로의 현재를 쥐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설정이 ‘야쿠자’인 것부터 스토리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건 예상하고 있었으나, 내면의 서사를 담는 방식(성장 과정과 과거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설명하는 방식) 또한 가벼운 곳 하나 없어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 중간중간 유머 코드를 적당히 섞어가며 작화 변화를 주는 등 숨을 틔워주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고 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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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조각과 같은 전개


 

작화와 톤, 탄탄한 서사는 좋았지만 다소 전개가 급진적으로 이뤄진 부분은 아쉬웠다. 영화에 지금까지 출간된 원작 책 6권 중 2권 분량을 압축해 담으려다 보니 사건이 빨리 진행되고 부수적인 내용은 삭제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자연스럽게 다듬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정인 만큼 어떨 수 없는 부분이라 여겨지면서도, 더 부드럽게 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나 회상 장면과 결말이 그랬다. 이야기 흐름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필름 중간중간 장면이 끊어진 듯, 드문드문 엮인 일부 장면을 던지는 회상 장면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회상의 파편들을 모아서 전체 맥락과 현재 인물의 심리를 유추해 내는 것은 오로지 감상자의 몫이었다. 재빠른 눈썰미로 파편에서 실마리를 잡아낸 사람이라면 충분히 영화를 따라갈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는 그러지 못했고, 결국 다 맞춘 퍼즐판에 한두 조각이 빠진 듯한 답답함을 안고 원작 1, 2권을 펼쳤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다시 읽으니 읽지 못했던 영화 속 깨진 파편이 맞춰지는 듯했다. 영화가 원작을 온전히 다 담지 못한 것이 아쉽긴 했지만, 그럼에도 러닝타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을 고려해 원작을 영화답게 다듬은 감독의 노력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를테면 원작과 똑같은 작화라든지… 심지어 만화 그대로를 다시 그려내 영상화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다른 구도, 위치 등을 다르게 해 새로 구성한 작화가 많았다.

 

‘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2015년 1월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7년간 이어온 작품이라고 한다. 가장 최근인 2019년 12월 04일에 나온 6권까지의 양을 생각해 보면 앞으로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는 최소 3편의 시리즈 영화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며, 후에 나오게 될 2편을 통해서 요네다 코우만의 사색이 담긴 영화를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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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
- The Clouds gather -


원작 : 요네다 코우
 
감독 : 마키타 카오리
 
각본 : 세코 히로시
 

주연

신가키 타루스케(야시로)

하타노 와타루(도메키)

 

장르 : 애니메이션

개봉
2020년 7월 16일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 85분




 

[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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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비엘러
    • 본문중 지저귀는 새는 울지않는다로 되어있는데 날지않는다에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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