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랜만이야, 피노키오! - My Dear 피노키오展

예술의전당 <My Dear 피노키오展>을 보고 나서
글 입력 2020.07.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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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에 ‘피노키오’는?


 

나로 말하자면, 어린 시절 피노키오 동화를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피노키오 동화는 거짓말을 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이 있다.

 

어릴 적에는 혹시나 ‘나도 피노키오처럼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괜시리 코를 만져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거짓말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어릴 적에 읽은 피노키오 동화는 나에게는 거짓말이 나쁜 행동이며, 정직함은 바른 행동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해 준 고마운 동화였다.

 

한동안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던 피노키오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이번 My Dear 피노키오展을 통해서 였다. 전시를 관람하기에 앞서 흐릿해진 기억들을 재조립하고자 피노키오와 관련된 영화나 줄거리를 살펴보았는데 다시금 어린 시절에 느꼈던 그 때의 감정과 생각들이 교차해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것처럼 무척이나 반가웠다.

 

 

 

피노키오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린 시절 보았던 동화들을 성인이 되어서 곱씹어보면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나에게는 이번 피노키오 전시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히 피노키오의 이야기에 관심 갖는 데에 그쳤다면 성인이 되고 난 지금은 피노키오는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리고 피노키오가 나왔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등 다양한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궁금증은 My Dear 피노키오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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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내부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

 

 

전시장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곳은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이다. 이 곳에는 피노키오가 만들어졌을 당시 시대적 상황과 어린이 신문의 편집장을 맡았던 피노키오를 만든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을 연재한 신문을 전시되어 있다.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만든 이탈리아 피렌체 출신 작가 카를로 콜로디(본명: 카를로 로렌치니(1826-1890))는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급격한 변화와 산업 성장의 진통을 앓고 있던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당시에는 벨 에포크(프랑스어: belle époque, 아름다운 좋은 시절)라 불리는 번영과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그 이면에는 서민들의 처절한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격동의 시기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투영한 인물들을 ‘피노키오의 모험’ 속에 등장시켜 사회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심도있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피노키오를 함정에 빠뜨리는 여우와 고양이를 통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카를로 콜로디는 ‘피노키오의 모험’을 통해 당장의 쾌락을 쫒아 고난과 역경에 처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얻는 배움의 가치에 집중했고 이는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몸이 사람으로 변화하여 인간 소년으로 거듭나게 되는 피노키오를 통해서도 보여주었다.

 

전시회 내부에는 그 당시 연재한 신문을 볼 수 있다. 그림 옆에 있는 글은 프랑스어라 알기 힘들었지만 펜으로 스케치하여 음영을 표현한 카를로 콜로디만의 그림체를 볼 수 있다. 색이 바래진 신문의 한 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이 신문을 보았던 당시의 아이들은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해서 한동안 신문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보다 더한 피노키오 전시가 있을까?


 

전시장 안쪽으로 더 들어오면 본격적으로 전 세계 유수 작가 약 20명이 그린 개성있고 다양한 작품을 회화, 영상, 대형 조형물, 그림책, 페이퍼아트, 팝 아트 등 다양한 시각예술 복합 컨텐츠로 구성한 전시가 이어진다. ‘피노키오의 모험’의 이야기를 주제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피노키오를 구현해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들은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어떻게 구현해냈을까?

 

전시된 모든 작가들의 작품들은 다채롭고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눈에 띈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작품들은 기존 피노키오 이야기와 다른 공간적 배경을 표현하거나 서양의 피노키오를 한국의 문화와 융합하여 표현한 작품이었다.

 

먼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루카 카이미(이탈리아 출신(1978~))의 작품이다. 작가는 피노키오의 배경을 우리가 생각하는 지상이 아닌 해상으로 설정하여 ‘피노키오의 모험’을 표현하였다. 뿐만 아니라,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들을 바닷속 생물로 탈바꿈하여 색다른 배경에서 피노키오 이야기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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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uca Caimmi / Courtesy Collection Sergio Cereda

전시 내부의 루카 카이미 작품

 

 

작가는 피노키오 세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인간이 아닌 동물로 표현하고자 했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배경은 작가가 주로 살고 있는 아드리아해 해변 도시 페자로와 여행을 하며 인상깊게 남았던 모로코의 배경을 영감으로 그렸다고 한다. 여타의 작가들과 달리 피노키오의 배경 전환을 통해 자신만의 피노키오를 구현하였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한편, 작가의 작품이 있는 곳에서는 피노키오가 해상 동물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볼 수 있다. 작은 조형물로 만들어져 있는데 어떤 동물인지 상상해보고 전시를 통해 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작가 민경아(한국 출신(1965~))의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민경아 작가의 작품들을 인상깊게 보게 된 것은 동양과 서양의 융합을 피노키오를 통해 작가가 그린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눈길이 간 작품은 ‘피노키오 하회탈. 부채춤 부네’와 ‘피노키오 하회탈. 풍물놀이 양반’이었다. 작가는 하회탈의 코를 피노키오의 코와 같이 길게 나온 코로 표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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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하회탈 인형> 민경아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 않았더라면 접점 또한 없을 것 같은 탈과 피노키오의 코는 ‘거짓됨’이라는 키워드는 같지만 상반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즉, ‘거짓됨’을 표현하더라도 탈은 표정 변화가 없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없지만 피노키오의 코는 모두 드러나는 솔직한 코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 상반됨을 포착하여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탈의 코가 끝은 버선코처럼 둥글게 말렸다는 것이다. 작가가 피노키오의 코처럼 일자코가 아닌 끝이 둥글게 말린 버선코로 설정한 것은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피노키오처럼 솔직한 코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면, 솔직한 코 때문에 서로가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길어지더라도 예쁘고 둥글게 길어지는 것이 더 좋겠다. 나를 향해서는 뾰족하나, 남을 향해서는 둥근 버선코처럼.’

 

- 민경아 작가

 

 

사실 피노키오의 코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해본 적은 없지만 자신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 타인에게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쉬이 공감하게 되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버선코는 피노키오의 코처럼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보다 둥글게 말려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신에게는 조금은 엄격한 시선으로 뾰족하게 바라보더라도 타인에게는 뾰족한 시선으로 대하기 보다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자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한편, 그 밖에도 이목을 끄는 여타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작가 우고 네스폴로(이탈리아 출신(1941~))는 미래파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인 창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시도하는 작가이다.

 

이번에 보게 될 그의 작품은 My Dear 피노키오展 안내 책자나 전시를 소개하는 포스터를 통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작품으로 모자이크 기법을 활용하여 피노키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전시 내에서 그의 작품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만들어놓은 공간도 보이는데 놓치지 않고 감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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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go Nespolo

 

 

피노키오를 탄생시킨 카를로 콜로디는 생전에 이런 말을 했다.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기는 너무 어렵다.'

 

- 카를로 콜로디

 

 

어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던 카를로 콜로디. 아쉽게도 그는 <피노키오의 모험>의 성공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책이라 할 정도로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피노키오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피노키오는 여전히 화제성을 몰고 오는 콘텐츠로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다양한 문화 예술 매체로 우리 곁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는 피노키오의 과거와 작가들이 표현한 피노키오의 현재가 만나 새로운 피노키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친구 피노키오를 만나고,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피노키오. 피노키오를 만나고 싶다면 My Dear 피노키오展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 관람 전 참고사항

 

- 작품 사진 촬영 : 사진 촬영 불가 작가 로베르토 인노첸티(Roberto Innocenti), 전시장 내 사진 촬영 금지 표시 확인 필요

 

- 도슨트 진행 : 매주 화-일요일 11시, 13시, 15시 30분, 17시 (소요 시간 약 40분)

 

 

*

 

My Dear 피노키오展

- Pinocchio Art Exhibition -

 

 

일자 : 2020.06.26 ~ 2020.10.04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3,000원
어린이 : 10,000원

 

주최

(주)아트센터이다

 

후원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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