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라마가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 [TV/드라마]

글 입력 2020.07.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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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갑니다.

 

포기하지 말자.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거다. 심플한 이 메시지는 내 가슴에 박혔다. 삶을 살아가다 가끔은 주저앉아서 울어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고, 하루 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오열하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 안에서 나는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 단순한 메시지에 일어섰다. 별거 아닌 것 같은 가상의 이야기에 나는 빠져들고 말았다. 90년대 캔디형 캐릭터가 된 것처럼 그래,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야 된다고 내게 힘을 준 이야기.

 

무슨 이야기냐고? 드라마 <시그널>이다. 이 메시지는 아니, 이 대사는 드라마 <시그널>의 이재한 형사가 한 말이다. 거대한 권력의 소용돌이에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신념을 내세워 악과 끝까지 맞서 싸운 형사 이재한을 드라마 속에서 보는 내내, 이 세상에 저런 우직하고 뚝심 있는 사람을 내가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시그널>에서 보여주는 세상은 전혀 거짓된 게 없어 보였다. 자본에 굴복하여 살아가는 사람은 많으니까. 자신이 처해있는 환경 때문에 가끔은 어쩔 수 없이 휘말려들 수도 있으니까.

 

드라마가 보여주는 사회의 모습은 가끔은 너무 진짜 같아서 씁쓸해지기도 한다. 당장 이 드라마에서 다뤘던 사건 중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은 실제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모티브이기도 했는데, 작년에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수사 30년 만에 잡히면서 드라마 <시그널>이 다시 조명되기도 했다.

 

나는 드라마를 보면 작품 의도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게 나에게 영향을 줘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작은 보탬이 되곤 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사회에, 개인이 미치는 영향은 내가 받는 영향과는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다. 드라마는 화젯거리가 된다. 드라마에서 입었던 배우의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기방이나 액세서리가 드라마의 인기가 많아지면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기도 하고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의 촬영지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필수로 거쳐 가야 할 관광지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잘 된 드라마가 사회에 그리고 한 개인에게 주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그런 점을 이용하여 자본의 이윤을 창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이미지를 생산한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드라마를 통해 투영된 현실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대중이 드라마 감상의 목적 중에 하나는 겪어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작동한다. 가령 전문직의 세계, 재벌가의 세계,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과거 등 이러한 이미지의 창출은 또 다른 편견을 낳기도 한다.

 

 

기황후.jpg

 

 

예를 들어, 사극의 경우에는 역사왜곡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기도 한다. 드라마 <기황후>는 기황후를 대륙을 품은 철의 여인이라는 슬로건으로 기황후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실제 기황후는 고려를 배신한 악녀였다. 기황후라는 인물을 영웅으로 만들어 실제 기황후에 대해서 잘 몰랐던 시청자들은 기황후가 고려를 넘어서 중국을 집어삼킨 여인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부부의 세계.jpg

 

 

2010년을 넘어서 K-드라마는 ‘막장드라마’가 대세가 되었다. 최근에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경향이 생겼는데 가장 대표적인 드라마가 <부부의 세계>다.

 

사람들은 욕을 하면서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는 <부부의 세계>에 열광했다. 드라마 방영 내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 및 댓글에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부부의 세계>의 애청자인지 입증했고 더불어 원작인 <닥터 포스터>까지 인기를 끌었다. IT가 발달하면서 드라마를 향유하는 방식도 다양해지며 전파속도도 빠르다.

 

내가 걱정되는 건, 이러한 자극적인 소재가 정당화될지도 모른다는 것. 불륜은 엄연히 해서는 안 될 윤리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이러한 불륜도 괜찮다는 인식을 자꾸 심어준다면 정말로 괜찮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드라마가 개인에게 미치는 악한 영향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K-드라마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넷플릭스라는 날개를 달고 해외에 빠르게 유입되어 교류가 주춤한 일본뿐만 아니라 원래 K-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던 아시아 국가에서 나아가 중동과 유럽을 사로잡는 글로벌한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진다.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도, 드라마를 감상하는 사람도 드라마라는 장르, 콘텐츠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서로에게 끼치기 위해서는 신중하고 집중해서 흡수할 필요가 있다. 내가 받았던 영향처럼 다소 진부할 수 있지만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그런 드라마, 현실을 꼬집고 비판하여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드라마. 조금은 이상적일 수 있지만 이런 드라마가 주는 선한 영향력은 한 개인에게, 사회에게 훌륭한 거름이 되지 않을까.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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