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로가 어려운 당신에게 [도서]

위로는 젬병이라고 말하는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은 한 권의 책
글 입력 2020.07.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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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로-하기 혹은 받기


 

나라별 위로 방식을 재치 있게 비교한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누군가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이야기했을 때 미국인과 일본인이 “포기하지 마, 내가 응원해줄게.”라는 방식으로 위로한다면, 한국은 “나도…. (나도 너랑 비슷한 처지야)”라는 식의 위로를 한다는 다소 공감되고, 웃픈 사진이었다.

 

우리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면 과연 어떤 방식의 위로가 도움이 되어줄까? 만약 저 두 방식의 위로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까? 반대로 만약 내가 누군가를 위로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상대방에게 어떤 방식으로 위로를 건넬까?

 

‘위로’라는 단어와 이를 하는 행위는 결코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위로 ‘하는’ 행위도, ‘받는’ 행위도. 어느 날, 내게 무거운 고민을 털어놓는 친구 앞에서 해준 말과 행동을 뒤에서 곱씹어 보는 날도 있었을 것이고, 내 고민을 가볍게 여기는 타인에게서 상처받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날들에 펼쳐보면 좋은 책 한 권이 있다.

 

위로를 받고 싶거나 혹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위로를 잘해주고 싶은 날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위로를 '잘' 해내는 방법은 어렵게 느껴진다. 그럴 때 세상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가게 주인과 그 주인을 사랑하는 가게 안 물건들, 그리고 작은 동네 사람들, 고양이 사장님이 나오는 『하루 100엔 보관가게』를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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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관가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보관가게.

기묘한 장사인데, 기묘한 만큼 틈새시장이라고나 할까요? 경쟁자가 없어서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관해달라고 부탁하는 물건이라면 어떤 물건이든 하루에 100엔(한국 돈으로 천 원 정도의 금액). 물건을 맡을 때 기간을 정해서 돈을 선불로 받고, 기간이 지나도 가지러 오지 않으면 그 물건은 주인의 것이 됩니다. 팔 만한 물건은 팔고 사용할 만한 물건은 사용하고 처분해야 할 물건은 처분합니다. (p.18)

 

 

눈이 보이지 않는 보관가게 주인, 기리시마 도오루씨가 남들의 비밀을 지켜줄 수 있는 자신만의 장점을 내세워 운영하는 가게이다. 도오루씨는 어떤 손님이 어떤 사연의 물건을 들고 오든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할 뿐이다. 그런 그의 가게를 소설 속 손님들은 여러 차례 찾고 기억한다. 왜 조용한 침묵이 음악처럼 흐르는 그의 가게를 한 번 다녀간 손님들은 잊지 못하고 다시 찾아오는 것일까?

 

하나의 에피소드 중에서 주위에 유언장 하나 맡길 만한 믿음직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의 사장님이 나온다. 그는 처음에는 유언장을 맡길 목적이었지만, 도오루씨의 가게를 와서 그와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계속 빈 서류를 들고 오직 도오루씨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다. 사장님이 돌아가신 후에 찾아온 집사는 왜 사장님께서는 거짓 보관을 맡기면서까지 자신을 찾아왔을까요? 라는 도오루씨의 질문에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모습이 그 무엇보다도 사장님에겐 큰 조언이자 위로가 되어주었을 것이라 말하며 정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정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보관가게에 찾아온 손님들이 이 가게와 주인인 도오루씨를 잊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위로를 할 때, 타인이 내게 기대는 순간에 상대방의 슬픔이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어떤 말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지금 느끼는 슬픔이나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혹은 상대방이 보지 못한 해결책을 내가 제시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으로 내뱉은 말들은 상대방들에겐 그저 ‘정론’이 아니었을까. 흔히들 우리가 말하는 ‘꼰대’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다. ‘꼰대’ 같은 사람들의 말이 가끔은 다소 폭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내가 ‘정론’이라고 생각하는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위로가 아닌 상처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도오루씨는 손님이 찾아오면 일단 맡길 물건을 받는다. 그리고 손님의 이름을 묻는 일과 보관일 수를 계산하는 일이 끝나면 말수를 줄인다. 그 이후의 대화가 이어지려면 그것은 오로지 손님의 몫이다. 보관가게에 어떠한 사연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들의 삶과 가져온 물건은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은 손님의 선택이다. 만약 손님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다면 도오루씨는 기꺼이 가게의 포렴을 내려 장사를 접는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손님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가 하는 것은 그뿐이다.

 

 

 

3. 위로-곁에 있어 주기(在傍)


   

 
“분명 이곳은 모두가 돌아올 장소입니다.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장소입니다.”
 

 

위로라는 것은 도오루씨의 보관가게 같은 것이 아닐까. 변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돌아올 곳을 마련해 놓는 것. 상대방의 말을 기꺼이 들어주기만 할 수도 있는 것. 이렇게 생각해보니 위로라는 것이 생각보다 무겁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민을 털어놓거나 힘든 상황의 친구에게 필요한 것은 말 한마디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하나의 존재 그뿐일지도 모른다. 재방(在傍),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줄 수도 있음을 알면 더는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의 슬픔을 같이 지고, 그것을 같이 견뎌내지 못했다고 무력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나 위로 같은 건 잘 못 해.”라고 말하거나 생각할 필요도 없다.

 

처음에 언급한 사진을 다시 떠올려보자. 누군가 “나 지금 과제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고 말했을 때, “힘내! 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친구와 “나도….”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 분명 후자의 반응을 누군가는 타인의 고민보다 자신의 문제를 앞서 생각하는, 공감 능력 제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렇게 힘든 점을 털어놓고,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같이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이 험난한 세상에 홀로 남아있는 기분은 없어지지 않을까.

 

위로는 젬병이에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들의 옆에서 힘들어서 우는 사람을 위해 쩔쩔매는 당신들의 존재 자체로도 그 사람은 분명 마음 한구석에서 위로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위로에 꼭 따뜻한 말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그저 나라는 사람의 체온이 주는 온기 그뿐이면, 상대방에게는 충분할 것이다.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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