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 -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_______ 법 리뷰
글 입력 2020.07.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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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방법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_______ 법 리뷰


Review 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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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혼자 있고 싶네요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은’

 

이 책은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누구나 그렇게 느낀 적이 있는 점을 너무나 잘 꼬집었다.

 

책의 첫 장을 읽으며 나도 필자와 같은 느낌을 하루에도 수백 번씩 받는다고 생각한다. 타인과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에도, 난 곧잘 집에 가서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있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대자로 뻗어 있을 때는 눈을 감고 길거리의 활기와 사람들의 생생한 소리를 그리워한다.

 

아, 만약 모두가 그렇다면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가. 그리고 그 이기적인 인간들이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혼자이고 싶지 않아 모여 사는 이곳이, 벗어나고 싶어도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이곳이 바로 사람이 사는 사회다.

 

 

 

02 첫 번째 타인, 가족



“가족을 남처럼 생각하자.”

 

인생에 첫 발을 떼는 순간 맞이하는 ‘낯익은 타인’이 바로 가족이다. 가족에 대해 ‘신파 아니면 패륜’이 아닌 이 상태가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서술하는 그녀의 서술에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가족을 보고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너무 삭막하다거나, 가정의 편안함 등 우리가 ‘가족’하면 떠오르는 그 이미지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등을 돌려 생각해보면 자기 이외의 사람을 뜻하는 타인의 범위의 가장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도 가족이다.

 

가족은 알게 모르게 그 경계를 넘나들며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참견하고 영향을 준다. 좋은 쪽일 수도, 나쁜 쪽일 수도 그건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아이러니한 건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 일기장을 훔쳐보는 이들”

 

저자는 가족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한다. 연필로 눌러쓴 일기를 직접 본다는 글자 그대로의 뜻도 있겠지만 나의 일상, 나의 일상 속에서 내 일기를 지켜보는 뜻이라는 말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일전에 드라마 대본을 직접 창작하는 수업을 들을 때가 생각났다. 가족 드라마를 맡은 조에서 나는 시트콤이나 주말 드라마 같은 극본이 등장할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시나리오에 등장한 주제들은 꽤 무거운 것들이었다. 자식을 가스라이팅 하는 엄마,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가족들, 자식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부모 등 가족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극단이 주로 나타나 있었다. 슬프게도 가족은 많은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배설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배설된 감정은 휘발되지 않는다. 서로 간의 갈등으로 분출되거나 표면적인 갈등이 없다면 누군가의 마음에 평생 남는다.

 

따라서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감정을 모두 받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건, 타인의 세계에서 모순적인 말이다. 그러므로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선 첫번째 타인인 가족을 남처럼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03 두 번째 타인, 친구



“세상은 당사자만이 아는 고통이란 게 있고,

그 고통은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동반한다.”

 

가족? 친구?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이제 막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 내게 숱한 인생의 전장을 누빈 선배가 조언을 하는 것 같았다. 아직 친구 관계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내게 ‘친구’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한 2부는 공감과 걱정을 한 번에 안겨 주었다. 우정이란 정말 실체도 없는 것일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친구란 이름의 타인들이

정작 자신을 더 외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대 후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를 받은 나는 아무 약속도 없는 생일날을 맞았다. 누구와 먼저 연락하기도 싫거니와 생일이라고 호들갑 떠는 것도 싫어서 SNS에 울림 없이 뜨는 알람에만 의무적으로 답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득 내가 세상을 잘못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서글퍼졌다. 2년 동안 변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은 제대 후유증까지 겹치자 정말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친구란 이름의 타인들은 그렇게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외롭게 만들고 있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게 진짜 친구다?

결국 결정적일 때 우리는 언제나 혼자다.”

 

그리고 돈의 힘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우정의 사례가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흔한 일인가 보다. 가족도 타인이라면 당연히 친구도 타인이다. 친구를 얘기한 2부에서 나는 깨닫는다. 이 책은 인간관계를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나갈 수 있는 가에 대해 도움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내가 더 상처받지 않는 방법에 대해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저자의 말에 이어 덧붙여 우정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결국 우정이란 서로가 서로를 타인으로 생각해서 하는 행동을 이해해주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기 때문에 돈 앞에서 무너질 수 있고, 친구의 성공을 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해하며 웃어 넘기고 그런 대수롭지 않은 일들은 술 한 잔에 털어넘길 수 있는 감정이 우정이 아닐까.

 

 

 

04 하나의 관계, 두 명의 사람



“서운한 감정은 아무에게나 느끼는 게 아니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 잘해주었던 그 상대에게만 느낀다.”

 

관계는 하나지만 감정은 두 개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오랫동안 절친으로 지내온 두 친구의 절교 소식을 들었다. 둘과 관계를 계속 유지해 온 나는 우연히 둘의 의견을 듣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느낀다. 서운한 감정으로 절교까지 생각한 친구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았고, 영문도 모르고 ‘절교당한’ 친구는 자신이 받은 부당함과 그 감정 싸움의 대수롭지 않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나의 관계에 속한 두 사람을 간접적으로 접하자 참 안타까웠다. 그 서운함은 그들이 관계를 시작할 때부터 생긴 것이었고 애초에 그 관계가 일방적인 관계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하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한다. 우정이든 사랑이든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고, 받으려고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비난한다. 그러나 노력하지 않은 것을 비난한다고 해서 노력하지 않은 것때문에 상대방이 받는 상처까지 무심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 질문은 그 사람에게 받을 답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관계를 지탱하는 누군가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

 

서운하고 부당한 관계를 몇 년이나 참고 온전히 혼자 받아들이는 것도 결국 그 사람의 선택이다. 내가 해준 만큼 타인도 나에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결국 내 마음의 상처로 이어진다. 책의 흐름은 친구 관계에 이어 조직 생활로 이어진다. 우정에서 노력하는 것처럼 내 100%의 노력을 다해 조직에 헌신했다고 해보자. 그러나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이, 내 상사가 내 노력의 100%를 인정해줄 수는 없다. 그러니 내 성과에 대해 비판과 비난은 무조건적으로 따라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내게 상처가 될 것이다.

 

 

 

05 당연하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책 4부의 원래 제목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틀렸다'이다. 더없이 이 생각에 공감하면서도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성격이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끔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있는 척, 잘난 척 하면서

강요하는 사람들을 싫어해요.”

 

 

그러나 면전에 대고 그렇게 말할 수가 없으니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들에게서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조율한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관계로 나아가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있는 척 / 잘난 척 / 강요함은 관계에 있어 그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응당 해줘야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같은 말로 저자의 언어를 빌려 ‘당연함을 강요하는’ 관계는 사실 너무 버겁다.

 

관계에 있어 모든 갈등은 그 당연함에서 시작된다. 젊은 세대들이 흔히 말하는 '꼰대'들은 그 세대의 당연함을 청년들에게 강요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청년 세대 역시 그들의 당연함을 기성세대에 강요한다. 연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고,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다. 그 다양한 당연함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 너와 내가 다르고, 타인인 이상 당연함은, 거기서 비롯되는 갈등은 당연하다.

 

 

 

06 그럼에도 결국


 

이쯤까지 읽고나면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듯 이 책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나'를 위한 책이다.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저렇게 무시무시한 타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결국 우리는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한다. 간단하게 그 상황에서 내가 상처받지 않고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은,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을 방법은 그들을 모두 '낯익은 타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계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을 낯익은 타인이라고 생각하고 난 뒤부터."

 

어쩌면 마주하기 무서울 수 있는 사실이다. 최근 개봉한 좀비 영화처럼 온 세상이 나 빼고 타인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걸 목도한 순간 충격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삭막한 게 아니다. 그저 너와 내가 다른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할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주변을 타인으로 정의해도 SNS친구와 진짜 감정을 교류할 친구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천천히 배워나가 보자.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각자의 방법을, 내가 찾은 것처럼 관계 속에서 나를 잃지 않을 방법을 찾자.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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