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편의 단편영화처럼,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용기' [도서]

김준모 작가 -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용기’
글 입력 2020.06.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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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수미

 

 

단편영화는 시와 같다. 함축적으로 은유된 시어가 고스란히 영화 속에 들어간 것이다.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을 이끌어낼 수 있기에 그 둘은 언뜻 비슷해 보인다. 그 점에서 김준모 작가의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용기’는 마치 한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책 속의 내용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은 물론,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시 속에는 기쁨, 울분,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작가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비추는 날것의 생생함 또한 기분 좋게 다가왔다.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직유법과 은유법 그리고 아름다운 미사여구가 붙여진 매력적인 문장이 곳곳에 담겨져 있다. 그러한 문장들이 모여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시들이 모여 매력적인 단편영화를 연상시킨다.

     

시집은 1부~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사랑을 다룬 시를, 2부는 현실을 다룬 시를, 3부는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을 정리한 시를, 4부는 직관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 시다. 각 부마다 개성 있고 색다른 성향들이 묻어나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랑에 빠졌을 때는 ‘사랑에서’의 시들을, 공감을 얻고 싶거나 혹은 일상의 고단함을 풀고 싶을 때는 ‘현실에서’의 시들을, 색다른 표현들을 보고 싶을 때는 ‘환상에서’의 시들을, 일상과 같은 사소한 것에서 큰 울림을 얻고 싶을 때는 ‘언젠가, 문득’의 시들을 골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는 각양각색의 시들로 인해서 각기 다른 다양한 감정들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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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수미

 

 

1부는 환상 같은 사랑, 잡고 싶은 사랑, 인연법 등 여러가지 사랑에 대한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다. 특히나 “혜정이는 이제 여기 살지 않는다”, “우리 어디에선가 만난 적 있지 않나요”의 두 편의 시는 큰 공감을 안겨준다. 전자는 자신이 좋아하던 여자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후회의 감정을 넣은 시로, 동시에 평범함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있다. 후자는 어쩌다 마주친 우연이라는 인연법이 드러나 있는 시로 설렘과 기대감을 안겨주는 따뜻한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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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수미

 

 

2부는 씁쓸함과 분노의 감정, 사소한 것의 기쁨 등 현실에서 맛볼 수 있는 감정들이 드러난 시들이 모아져있다. 특히나 “THANK YOU FOR SMOKING"의 시는 비록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을지 언정 큰 울림을 안겨다 준 시다. 현실의 칙칙함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것이 비로소 담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연기라고 시에서는 말하고 있다.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사물에 대한 소중함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스트레스 해소의 창구 역할을 소개해 주어 그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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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수미

 

 

3부는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적은 시로 이전의 시들과는 다르게 풍부하고 색다른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다. 영화의 소재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풍성한 시가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시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 아닌,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전개된다. 그러한 모호함과 추상적인 표현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의미들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닐까. 완전한 형태이면 답은 하나지만 형태가 완전하지 않으면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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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유수미

 

 

4부는 ‘나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라고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사소하지만 큰 공감을 안겨주는 시 들로 이루어져 있다. 눈길이 가는 시는 “내가 재미가 없더라”라는 시였는데 나의 문제이지만 괜히 남들 탓만 하던 스스로의 모습이 시 속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 공감이 갔다.

 

나와 같이 다른 누군가도 이러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다는 동질감에 어쩐지 더 눈길이 갔다. 인상 깊었던 다른 하나의 시는 “마침표”였는데 마무리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시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내가 하고 있는 일들,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버거운 지금, 이제는 온전히 마침표를 찍자고 이 시를 보고 다짐했다.

 

항상 잡다한 생각을 달고 사는데 이번 시를 통해서 그동안 정리하지 못했던 생각 모두 시를 읽으며 찬찬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시를 다 읽고 난 뒤에는 영화 한 편이 끝난 것처럼 아쉬움과 아련한 여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작가가 수많은 제목 중 ‘먼저 사랑 할 수 있는 용기’를 택한 것처럼 나 또한 독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는 다짐과 함께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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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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