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너와 나의 눈부신 친구

그 시절, 우리는 어떤 친구였을까.
글 입력 2020.06.25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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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


 

재작년 초여름, 나는 이탈리아에 있었다.

 

5월 말이었지만 콜로세움 주변 길을 걸으며 땀을 흠뻑 쏟았던 기억이 있다. 초여름 로마의 해는 더없이 쨍했고 하늘은 파랬다. 내게 이탈리아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던 여행지였다. 처음 나섰던 혼자만의 배낭여행이라 그랬는지 낯선 풍경에도 친절한 사람들의 인사에도 나는 경계 태세를 쉽게 풀지 못했다.

 

용기 내어 로마의 거리를 거닐며 젤라또 하나를 사 먹고 나서야 모든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쏘다니며 곳곳을 구경했었다. "나의 눈부신 친구"는 모든 것이 선명하다 못해 투명했던 그때의 로마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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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듯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그 사람이 내 친구라는 범주에 있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애써 따라 하려고 하지 않아도 따라 하게 되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친구의 삶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책의 두 주인공 릴라와 레누도 그렇다. 좋은 점은 늘 따라 하고 싶고 친구의 나쁜 점은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친구를 그 자체로 이해하게 되는 게 우정인 것 같다. 이 책의 화자인 레누에게 릴라는 친구이자 동경의 대상이자 경쟁 상대였다. 그녀를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실망하고 자책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릴라에 대한 열등감은 레누를 더욱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둘 사이는 전과는 많이 다른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럼에도 레누에게 릴라는 여전히 멀리 앞서가 늘 자신을 뒤따라오게 만드는 존재였다. 떨칠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경쟁자이고 애정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성장하는 유년시절에 만났기에 더욱 그 관계성이 짙어진다.

 

릴라는 역동적이고 확고한 캐릭터다. 다른 소설 속에서도 충분히 주인공을 하고 남을만한 설정이다. 반면 이 소설의 화자인 레누는 친구 릴라에 비해 조금은 밋밋하고 평범하다. 그래서 레누는 항상 자신과 한참 다른 꼭짓점에 서있는 릴라를 신경 쓰고 자꾸 의식한다.

 

릴라와 레누는 친구 사이이면서 양 극에 서있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서 이 둘의 관계에 새로운 시작점이 등장하게 된다. 늘 레누의 시기와 동경의 대상이었던 릴라가 레누에게 학비를 대줄 테니 너는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때, 너는 나의 눈부신 친구니까 그래야 한다고 말할 때.

 

이 소설에서 둘의 관계는 다시 중심을 잡는다. 레누가 릴라를 바라보기만 하는 각도에서 서로 마주 보는 각도로 시야가 전환된다. 이 전환점은 나폴리 4부작 전권을 보게 만드는 강력한 후킹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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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 출생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엘레나 페란테'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의 4부작 소설 중에 첫 번째 편이다. 두 여인의 일생을 담은 이 4부작 시리즈는 전 세계 43개국에 출간되어 모두에게 인생의 펼쳐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친구라는 존재의 의미와 그 시절의 우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연작 시리즈물이다.

 

 

*

나의 눈부신 친구
- My Brilliant Friend -


지은이 : 엘레나 페란테
 
옮긴이 : 김지우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이탈리아소설

규격
148*210mm, 반양장

쪽 수 : 456쪽

발행일
2016년 07월 07일

정가 : 14,500원

ISBN
978-89-356-6973-8





저역자 소개


엘레나 페란테 Elena Ferrante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9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버려진 사랑』을 출간한다. 에세이집 『라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잃어버린 사랑』(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신간소설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올해 9월 전 세계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으로 엘레나 페란테를 선정했다.
 
 
김지우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유럽연합지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탈리아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 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와 파올로 발렌티노의 『고양이처럼 행-복』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등이 있다.

 

 

[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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