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종이잡지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는가

글 입력 2020.06.2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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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 사회 시간에 전통적 대중매체 중 하나로 잡지를 배운 기억이 있다. 정보 전달의 속도가 느리나 상세한 정보가 전달이 가능하다고. 전자책이 성행하면 종이 잡지야 말로 가장 먼저 도태될 산업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실제로 많은 종이 잡지들이 아직까지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즐겨보던 잡지 하나도 2015년 9월 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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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racker your wardrobe 인스타그램


 
 

그 끝엔 잡지가 있으리


 

바야흐로 온갖 정보를 핸드폰 하나로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내 취향이 아무리 매니악하더라도 검색만 잘하면 찾을 수 있는 정보가 수두룩하다. 다양한 정보를 큐레이션 해주는 사이트도 많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내 취향을 타고타고 흐르다보면 그 종착점이 잡지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브랜드, 지향하는 라이프 스타일, 취향의 물건들, 요즘의 관심사들을 계속 캐다 보면 커뮤니티, 단행본 서적 등을 거쳐 정기간행물인 잡지에 도달하게 된다.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관점으로 내 입맛에 딱 맞는 소재를 연구해 낸 그들의 결과물을 보면 잡지는 과월호의 단순한 정보 업데이트용을 넘어서서 전문서적에 맞먹는다고 할 수 있겠다. 취향의 지평을 조금 더 넓혀줄 수 있는 훌륭한 참고서라는 것이 이 시대 잡지의 특징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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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의 잡지에 대하여


 

최근의 잡지를 살펴보면 각 잡지가 다루는 영역이 매우 좁고 뚜렷하다. 호에 단 하나의 브랜드를 다루는 <매거진 B>, 마찬가지로 각 호에 하나의 영화를 주제로 하는 <프리즘 오브>, 사소한 행복에 대해 다루는 아웃도어힐링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라운드>, 생활철학잡지 <뉴필로소퍼>, 영상비평 전문잡지 <오큘로> 등등. 교보문고 관계자는 “하나의 주제를 다각도로 다루면서 정보를 입체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장점이며 예전엔 과월호는 그냥 재고로 쌓일 뿐이었지만, 종합적인 정보를 한번에 보길 원하는 독자들은 지나간 호도 구해서 본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겨레)

 

“종이 잡지가 망했다는 말이 돌 때 유럽에선 <모노클>처럼 디자인, 이미지, 편집이 뛰어난 퀄리티 높은 매체가 등장해 잡지 흐름을 바꿨는데 한국도 역시 어번라이프를 즐기는 코스모폴리탄 계층이 늘어나면서 개성 있고 취향 중심적인 라이프스타일 잡지가 부각하고 있다.”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출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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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의 잡지는 단행본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이전의 주류 잡지들과는 다르게 지면광고를 없애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 더 쉬워졌으며, 각 호마다 다루는 내용도 한 층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종종 사서 읽는 잡지는 <매거진 비>다. 꿈의 카메라라는 라이카가 대체 어떤 브랜드인지 궁금해서 라이카 편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레고, 츠타야 서점, 러쉬로 이어갔다. 구독한다기보단 내가 관심있는 브랜드만 골라 사서 읽는 식이다.


 

 

왜 구독자가 되고, 애독자가 되는지


 

그렇다면 ‘단행본이 아닌 잡지여야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의문이 따른다. 잡지를 읽는 이유는 그 잡지가 가진 관점을 응원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다음에는 어떤 것을 소재로 다룰지, 어떤 사람들의 인터뷰를 갖고 올 것인지 그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질 콘텐츠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많은 정보들 중에서 그들이 엄선해 선보일 콘텐츠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잡지를 꾸준히 지켜보고 교류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어느새 애독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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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심이 가는 잡지 <브로드 컬리>를 예로 가볍게 말해보겠다.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솔직히 책이 팔릴 거라 생각했나?’ 편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상적인 면을 잠시 접어두고 현실적인 논조를 띤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가장 최근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을 발간했는데 그들 특유의 관점이 잘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정기적이고 꾸준히 잡지가 가진 생각을 접히며 다음엔 어떤 질문을 던질지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을 기다리는 것.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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