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취향,,근데 그거 정말 당신 거 맞아요? [문화전반]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당신의 취향
글 입력 2020.06.2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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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분명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sakeL의 노동료를 틀어두고 과제를 마무리 한 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의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등의 고전적 알고리즘 드립을 꽤 여러 번 봤을 지도 모른다. 요즘의 문화예술이 공유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논하기엔, 역시나 "알고리즘"이란 키워드가 빠질 수 없다. 그놈의 알고리즘이 뭐길래, 뜬금 없는 콘텐츠가 추천영상에 떠서 이게 뭐지? 하고 들어가 보면 댓글창에 나 같은 사람들이 옹성옹성 모여있다. "당신은 이 영상을 검색하지 않았다"라는 류의 댓글도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꽤 많은 경우, 사람들은 그렇게 마주한 새로운 콘텐츠에 꽤나 만족하는 걸로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유튜브의 추천 영상을 시청하는 사용자의 비율이 70%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신기하지 않은가? 취향에 딱 맞게 개인화된 문화예술 컨텐츠를 제공받고, 소비한다. 개인의 니즈를 치밀하게 반영하고 있기에, 계속 그 플렛폼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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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상에서의 개인화(personalization)는 사실 꽤나 오래된 화두이고, 디지털 세대는 나름 능숙하게 개인화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필요한 정보나 콘텐츠를 얻는다. 디지털 세대이니, 온라인 상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며 한번 씩 비밀번호를 변경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은 페이스북에 좋아요한 게시물, 유트브에서 시청한 영상들, 그 영상의 어떤 구간을 반복해서 재생했는지가 주민등록번호보다 더 들키고 싶지 않은 내밀한 데이터가 아닌가? 우리는 온라인 상의 구석 구석을 빅데이터에게 내어주고 있다. 유튜브는 외부에 그들의 알고리즘 구성 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요즘엔 유튜브가 가장 효과적으로 알고리즘을 도입해 사람들을 잡아두고, 문화 예술 콘텐츠의 공유와 소비의 가장 큰 플렛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유튜브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문화예술 향유의 방식과 개인의 취향이 형성되는 과정, 그리고 예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의 키워드는 이미 우리의 삶에 익숙하게 스며있다. 요즘은 특히나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대신에 온라인 플렛폼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욱 그렇다. 이제 당신은 자신을 소개할 때 직접 상대를 만나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 하는 것보다, 본인의 유튜브 홈 화면을 보여주는게 더 간편하고, 정확하고, 심지어 더욱 풍부하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유트브 뮤직은 '끊임없이 계속 되는 맞춤 음악'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끊임 없이 계속되는 맞춤 음악'의 리스트는 어쩌면 곡을 다운받아 만들어 놓은 플레이리스트보다 더욱 정확하게 취향을 반영하고 있을 지 모른다. 더 많이 이용할 수록, 정확도는 더 날카로워진다. 특이점이 점점 다가 오고 있다. 이미 특이점을 한참 넘었을 수도. "끊임 없이 추천 되는 맞춤음악"이란 문구는 어딘가 오싹하다.

 

우리는 우리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대전제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을 조각한다. 앞으로, 혹은 이미, 당신은 유튜브에서 영상을 검색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가 당신이 보고싶은 컨텐츠를 정한다. 보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었던 주제의 영상이 자꾸만 추천영상에 뜨면, 한 두번은 무시하다 세 번째엔 보게 된다. 취향이 강요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가 마음에 들 확률은 굉장히 높다. 하단에 뜨는 관련영상들도 자연스레 자동 재생한다. 유튜브는 수익 창출을 위해 플랫폼에 사용자가 최대한 오래 머물도록 치밀하게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기에, 사실 우리가 주도권을 잃는건 생각보다 당연하고 간단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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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아날로그 매체의 등장으로, 예술 담론에서는 '대중문화' 등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대중들이 소비하는 문화는 문화 산업의 주도 하에 이뤄지는 것으로, 거대 자본이 사람들의 취향을 구성하던 시절이 있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취향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취미, 취향의 '취(趣)'는 '빨리 달려가(走) 취하는 행위(取)'를 뜻한다. 그런데 지금 시대의 우리는 과연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 취하고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로,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달려와 입맛에 딱 맞는 컨텐츠를 떠먹여주는게 아닐까? 디지털 시대엔, 문화예술에서의 취향까지도그 의미가 바뀌고 있다. 여기서 예술은 뭘 하고 있을까?

 

최근까지 예술계를 관통하는 큰 흐름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이었다. 일민 미술관의 '불멸사랑展'과 국립현대미술관의 '불온한데이터展'은 데이터화를 키워드로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예술은, 삶에 자연스렵게 스며있어 가끔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것들을 생경하게 느낄 수 있도록 예술적 형태로 재현해 대자하도록 한다. 시대를 반영하고, 느끼도록 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여기엔 계몽의 요소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선 예술이 도움이 안된다'하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예술을 공부하는 우리 과에서도 종종 이거 배워서 뭐해 먹고 사냐 하며 우스갯소리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예술의 의미를 이렇게 생각한다. 보고 느끼는 것을, 표현해 내는 것. 인간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라 ,변화된 횐경을 둔하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관심있게 들여다 보고 예민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말이다. 예술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것들, 혹은 우리에게 무뎌진 것들을 섬세하게 느끼도록 표현해 낸다. 그것이 회화, 조각, 글, 또는 음악, 어떤 형태이던지 간에 상관없이 그렇다. 그것이 꼭 '불온한데이터展'에서 처럼 사회의 흐름를 주제로 하여 메세지를 전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예술 창작의 소재는 무한하며 다양하다. 다만 그 모든 경우 '느낀 것을 표현해낸다'하는 기본 원칙은 동일하다. 예술 감상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은 현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마주하게 하며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어제와 같은 일상이라도 새롭게 느껴지고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이 글은 알고리즘으로 시작하여 예술로 끝을 맺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이미 스며들어 둔해져 있었다면 예술로 표현된 현 시대의 단상을 마주하고 다시금 예민하게 지각할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 이라고 말했다. 삶의 많은 부분을 기술 발전에 의존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는 절대 온전하지 않다. 온전한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떠 먹여주는 대로 취향이 결정되는 사람이 되지 않기위해, 예술을 가까이 하여 더 많이 느끼길(그것이 무엇이든!)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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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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