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940년대를 풍미하던 그 시절 느와르 영화, 무대를 통해 재탄생하다 - 뮤지컬 '시티오브 엔젤' [공연예술]

뮤지컬 '시티오브 엔젤' 속 매력 포인트
글 입력 2020.06.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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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티오브 엔젤>은 194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며 할리우드에 등장한 ‘필름 느와르 영화’(1940-50년대 음울하고 냉소적인 느낌의 범죄영화)의 빈티지한 분위기에 팜므파탈 요소를 가미한 블랙코미디로, 1989년 브로드웨이 버지니아 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영국 웨스트엔드, 호주와 일본을 거쳐 올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논-레플레카 공연(원작을 동일하게 가져오는 것이 아닌 수정, 각색, 변형하는 것)으로 들어와 정통 느와르적이었던 원작을 패러디와 오마주 통해 뮤지컬에 맞게 각색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새롭게 각색된 뮤지컬 <시티오브엔젤>을 원작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 요소들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색감 표현을 통해 구분해낸 현실과 가상의 세계


 

색감을 통한 구분은 이 뮤지컬의 가장 큰 특징이자 핵심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뮤지컬의 기본적인 시놉시스에 대해 소개하자면,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새로운 영화 <시티오브 엔젤>의 제작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영화의 각본가 ‘스타인’은 로스엔젤레스의 사립 탐정인 ‘스톤’을 주인공으로 한 시나리오를 써내려 가고 있다.

 

그러나, 스타인은 영화 제작자 ‘버디’로부터 시나리오를 자신의 입맛에 고치라며 사사건건 간섭 받고, 그의 창작활동은 점점 혼돈으로 치닫는다. 즉, 이 뮤지컬에서는 ‘영화 각본가로서 시나리오를 써 나가는 스타인의 현실 세계’ 그리고 ‘시나리오 속 킹슬리가의 사건을 맡아 이를 풀어나가려는 사립 탐정 스톤의 영화 세계’ 이렇게 두개의 세계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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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택 감독은 이러한 두 세계를 흑백과 컬러로 나누어 표현함으로써 현실(Real)과 영화(Reel)의 구분을 효과적으로 연출했다. 스톤을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회색 계열의 무채색 옷을 입고, 이들을 비추는 조명 또한 채도가 낮은 회색 계열이며 영화 속 배경 또한 흑색이 주를 이루는 반면, 현실 속 인물들과 배경은 풍부한 색체로 구성 되어있고 이들을 비추는 조명도 다양하고 풍부한 색상을 이룬다.

 

이를 통해 초반부 스타인과 스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후, 대립하는 장면에서도 뚜렷한 색체의 차이로 이들의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흑백과 색깔로 극명히 나누어 진행되는 뮤지컬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이러한 구성이 극의 전개의 몰입도를 이끌었던 것 같다.

 

 

 

릴(Reel)을 표현한 회전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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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의 바닥은 턴테이블이 설치되어 무대가 돌아가는 일명 회전무대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구성 또한 인상깊었다. 이는 ‘스톤’이 살고 있는 영화 세계를 상징하는데, 영화 필름(Reel)이 돌아가는 모습에서 착안하였다고 한다. 즉, 이 뮤지컬에서는 두 세계를 색체 차이로 구분하는 것을 넘어 회전무대를 구현함으로써 뮤지컬 속 이중 세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영화 속 ‘인물’인 스톤이 영화 속에서 추리를 하고 활동을 벌이는 장면이 계속되다가, 이러한 스톤의 행동을 묘사하고 있던 ‘스타인’의 모습이 등장하면, 스톤의 영화 속 세계는 멈추거나 회전무대를 따라 무대 뒤로 사라진다. 이렇게 극 안에 또다른 극이 있는 극중극 형식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회전무대를 통해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 인상 깊었다.

 

더불어, 이 회전무대는 무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도 도움이 되어 보였다. 대극장 뮤지컬인 만큼, 정말 많은 장면과 배경이 필요하고, 그만큼 장치와 소품이 많은 편이었는데, 회전 무대를 통해서 필요한 소품을 그때 그때 배급하고, 또 불필요해진 것들을 자연스럽게 무대 밖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극이 많은 장면을 연출해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1인 다역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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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에서는 또한 ‘스타인’과 ‘스톤’, 두 핵심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현실세계/영화 세계에서 각각 1역씩 2역을 맡았다. 예를 들어, 현실세계에서 스타인이 각본을 쓰고 있는 영화 제작자 ‘버디’의 아내 역할인 ‘칼라’를 맡은 배우는 영화 속 세계에서 주인공 스톤에게 딸을 찾아 달라는 사건을 맡기는 ‘어로라’역할을 맡는다.

 

이렇게 한 명의 배우가 현실 세계와 영화 세계를 넘나들며 배역을 소화하면서, 현실과 영화속의 경계가 흐려진다. 현실에서 봤던 배우가 영화 속 인물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관객들은 익숙함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를 연관 지어 보게 된다.

 

이는 주제의식과도 연결된다. 개인적으로, 스타인이 그려내는 ‘스톤’이라는 인물은 ‘스타인의 자의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스타인이 사는 현실세계와 영화 속 세계는 닮을 수밖에 없다. 각본가는 자신이 사는 세상을 토대로 영화 속 세상을 창조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1인 2역으로 캐스팅하여 표현한 것은, 이렇게 현실과 영화 속 경계가 모호하는 것을 관객들이 직접적으로 느끼게끔 해준다.

 

 

 

<시티오브 엔젤>이 전하는 극의 메세지


 

이 뮤지컬의 주제의식은 결국 스타인과 스톤은 서로 대립하며, 서로에게 “넌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고 하지만, 결국 둘은 누구보다 닮았으며,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자의식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극은 스타인과 버디의 갈등, 스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며 용의자들과 겪는 갈등 외의 핵심 갈등으로 스타인과 스톤의 갈등을 다룬다. 스타인은 스톤이 자신이 창조한 인물이기에 자신의 꼭두각시이며 자신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스톤은 각본가로서 스타인은 자신이라는 캐릭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에서 자신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이 둘 사이의 갈등은 “난 안돼 너 없인”이라는 가사를 부르는 넘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여태까지 현실에 타협만 하던 스타인의 각본을 마음대로 수정하고 배우들을 캐스팅한 뒤 그대로 촬영을 들어가려는 ‘버디’에게 스타인이 하고 싶은 대로, 자기 멋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준 것은 ‘스톤’이었다. 여태까지 스타인이 했던 것처럼, 스톤의 타자기를 치며, 스타인의 행동을 묘사하는데, 이대로 스타인이 행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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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즉, 스톤은 그저 스타인이 창조한 영화 속 인물이 아닌 스타인의 자의식의 반영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각본을 마음대로 수정하고 간섭하려는 ‘버디’에게 불평하고 소리치고 싶었던 마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신념대로 하고 싶은 마음 등등 스타인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내면의식을 반영하여 이루어진 인물이 바로 스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에게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며,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하다. 뮤지컬의 마지막에서는 스타인과 스톤이 “난 안돼 너 없인” 넘버를 다시 부르는데, 이때는 이러한 주제의식이 드러나면서, 더 이상 ‘갈등’의 의미하는 가사가 아니라 ‘화합’을 상징하는 가사가 되었다. 이렇게 스타인과 스톤의 갈등, 그리고 극적인 사건을 통한 둘 사이의 화합을 통해 주제의식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특히 하나의 넘버를 통해 양면적으로 표현한 점이 정말 인상 깊었다.

 

또한, 이 뮤지컬이 주는 또다른 메시지는 사회 초년생들을 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타인은 스톤의 도움이 있기 전까진, 긍정적인 야망을 지니고 있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항상 타협하던 인물이었다. 버디의 제멋대로인 행동을 혐오하면서도, 결국 버디가 하자는 대로 이끌려가던 그의 모습은 사회 초년생의 모습과 닮았다.

 

사회 초년생 또한, 긴 학문의 과정을 마치고 나름대로 큰 뜻과 야망을 지니고 비로서 사회에 진출하지만, 그러한 열정은 곧 사회의 차가운 현실 앞에서 꺾이게 되는 것이 다반수이다 결국, 좋아서 시작한 일이더라도 수많은 좌절 끝에 무력감에 빠지면 열정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 뮤지컬은 그러한 사회 초년생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건내고, 자신 안에 있는 ‘스톤’과 같은 자의식을 이끌어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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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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