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혼자가 괜찮은 순간, 사랑을 한다 [영화]

싱글이 되는 법이 있나요
글 입력 2020.06.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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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연애를 쉬지 않고 한 나' 정상인가요?

 

생각해보면 17살 때부터 연애를 쉰 적이 없다. 누군가는 '자랑이냐' 할 수도 있지만 나로썬 굉장히 부끄러운 기록이다. 현재도 연애중이다.

 

상대방이 부끄러운 적은 없었지만 혼자있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대학에 와서는 아무리 연애를 길게 쉬어도 한 달을 넘기지 않았다. 현재 연애는 약간의 텀을 두고 시작했지만 4년 연애를 정리하기엔 아무래도 짧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왜 나는 남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왜 연애를 쉬지 못할까. 사실 이 질문은 다르게 바꿔야 한다.

 

왜 나는 혼자가 되는 게 무서울까?

 

연애를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좋아해서도 있지만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가 크다. 오로지 내 편, 내 말은 다 들어주고 나를 외롭지 않게 해 줄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 친구 거리로는 부족하다.

 

조금 더 가까운 존재, 자취방에서 하루종일 뒹굴거리고 매일 같이 밥을 먹고, 나갈때 '지갑 챙겨야지'하고 꼭꼭 신경 써주고, 때로는 섹스까지 하며 몸과 마음 모두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그래서 연애를 한다.

 

불완전한 존재고,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에 남자에 집착한 적이 있다. '이번 연애만 끝나면 쉬어야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지'하는데도 쉴 수가 없다. 헛소리를 받아 줄 사람, 브래지어 후크를 잠가 줄 사람을 찾다 보니 또 연애를 했다. 그리고 또 생각한다. '이번 연애만 끝나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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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앨리스도 마찬가지다. 4년간 남자친구랑 편안한 연애를 했지만 '이대로 괜찮을까? 혼자 사는 법도 모른 채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에 남친에게 휴식기를 선언한다.

 

처음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고 이것저것 계획을 세우지만, 직장동료 로빈을 만나면서 '화려한 싱글'로 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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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남자들과 광란의 섹스파티를 즐기는 로빈을 따라 앨리스는 처음으로 원나잇을 즐기게 되고 가벼운 관계들을 이어나간다. 가벼운 관계 속에서 부유하듯 돌아다니던 그는 자신은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이었음을 깨닫고 원래 남친에게로 돌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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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저 남자 간보고는 이제와서 돌아온다고? 됐어. 나 만나는 사람 있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상대적인 사랑은 언제나 불안하다.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아, 네가 제일 괜찮더라'하는 건 신발 고르는 거랑 다를 바 없다.

 

갑으로 지내는 연애를 오래 하다 보면 가끔 까먹는 사실이 있다. 상대방이 상처를 입는 사람이라는 걸 까먹는다. 그 사람에겐 이름이 있고, 감정이 있고, 세계가 있다.

 

'내 연인' 타이틀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명함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연인으로서의 타이틀을 우선시 해왔을 뿐. 연애를 중단한다면 그 명함은 쓸모가 없다. 갑도 더 이상 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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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새로운 연애도 시작해 보고, 전 남친과 키스도 해본다. 둘 다 잘 안 됐다. 새로운 사람은 사별한 부인을 잊지 못했고, 전 남친은 앨리스에 대한 미련을 떨치려고 그와 자려고 하는 남자다. 연애를 할 땐 좋은 남자였지만 '남친' 타이틀을 떼고 나니 영 아니다. 진실은 여기에 있다.

 

남친 타이틀을 떼고 나니 진짜 인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앨리스는 '나'를 잊어버리고 '연애하는 나'만 기억했다. 분명 연애하지 않았을 때도 잘 지냈을 텐데 언제부터 연애에 집착하게 되었을까.

 

둘이 있을 때 더 외로워지는 연애, 나를 잊어버리게 하는 연애는 잠시 쉬어도 좋다. 혼자가 괜찮아지는 날, 내 인생을 내가 전부 책임질 수 있는 순간, 다른 사람의 인생도 받아들일 그릇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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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게 두려운 사람', '아직 과거가 정리 안 된 사람',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사람', '가벼운 관계만 즐겼던 사람', '아직은 혼자로 있고 싶은 사람', '혼자여도 충분한 사람'.

 

영화에는 수많은 인물상이 나온다.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연인과 함께 행복해지는 사람은 '혼자여도 충분한 사람'이다. 앨리스는 지금껏 여러 핑계를 대며 하지 못했던 버킷리스트를 이룬다. 혼자여도 괜찮은 시간. 오히려 혼자이기에 느낄 수 있는 자유와 충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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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영화 <하우 투 비 싱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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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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