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평범하지만 그리운 순간들이 담긴 - '즐거운 인생' [시각예술]

데스 브로피 초대전, “즐거운 인생”
글 입력 2020.06.0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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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인생의 반 이상을 알아 온 오랜 친구가 하나 있다. 만날 때마다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서로 미래의 불안함을 나누면서 격려하는, 그렇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를 계속 이어가고 싶은 존재지만 친구의 사정으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편이다. 시간이 지나고 사정이 나아지면 더 편하게, 더 자주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 체.

 

올해 1월 초에 한 번의 만남 이후 재회 없이 6월이 되었고, 결국 며칠 전 친구의 생일에 나는 축하 인사와 선물을 문자로 전송했다. 혹시라도 생길 부정적인 요소들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우리 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지역에서 지내던 때를 제외하고는 각자의 생일에 직접 만나 축하해 주는 것은 우리에게 암묵적인 약속이었기에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그날도 나는 불과 반년 전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씁쓸히 되새겼다.

 

이런 상황에서 우연히 알게 된 “즐거운 인생” 전시회는 내게 조금 평범한 구성의 그림이 어떤 의미에서 삶의 즐거움을 담아냈는지 궁금함을 자아내게 했다. 내 호기심은 전시회에 대해 찾아보며 “관람하면서 즐거웠다”, “함께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라는 평을 확인한 후 더 커졌고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계속 자리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동행하거나 일상을 공유하는 순간이 담긴 그림을 관람하며 현재 누리지 못하는 나의 일상을 기억하고, 다시 누리게 될 날을 그려보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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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리고 있는 흰물결갤러리는 서초역 7번 출구 쪽에 자리하고 있다. 도착 후 들어가려는데 문이 잠겨있어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초인종을 누르니 관리 직원이 문을 열어준다. 이어서 안내에 따라 열 체크를 한 후 방문 기록을 작성했다. 나름의 관문을 거치고 난 후에야 눈앞에 펼쳐진 작은 전시장을 마주한다.

 

“즐거운 인생” 전시회는 갤러리의 1층과 2층에 구성되어 있다. 흰물결갤러리는 2018년 5월에서 6월까지 동명의 전시를 진행한 바 있다. 2018년 전시회에서 관람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계기로 올해 다시 개최한 것인데 작가 데스 브로피(Des Brophy)는 이에 행복하다고 말하며 자신이 작업하며 느꼈던 즐거움이 그림을 통해 관람객에게 자리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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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즐거워하는, 평범한 일상을 주로 그린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데스 브로피(Des Brophy)는 40대 초반이 되어서야 은퇴 화가인 지역 미술가에게 그림을 배우며 화가로서 첫 발걸음을 땠다고 한다.

 

데스는 화폭에 자신이 지냈던 마을 및 주변 풍경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이를 유머러스하게 그림에 담아냈다. 한때 경찰로 일했던 그는 술집 및 클럽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를 그림에 담았는데 관련 작품들도 전시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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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을 찬찬히 관람하다 보면 느껴지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다수 노년층이라는 것과 적어도 두 명 이상의 구성원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림 속 인물들이 고민하거나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극적인 상황은 자리하지 않으며 평범한 일상의 한순간을 친구, 연인, 아니면 그 어떤 이와도 함께 하는 장면들이 그림의 주제로 담겨있다.

 

전시회에서는 그림 속 인물들이 걸어가거나 벤치에 앉아 있는 뒷모습을 보이는 작품이 대다수인데, 작품이 주는 분위기 때문일까. 내가 볼 수 없는 인물들의 표정이 저절로 마음속에서 그려진다. 때론 위로와 격려를 전해주는, 서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렇게 작품을 관람하다가 떠올려본다. 저 풍경이 곧 나의 일상이었음을, 내 것이었던 즐거운 인생의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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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았던 작품들과는 살짝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림 앞에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바닷가에서 보냈다는 데스 브로피는 자신의 초기 영감을 바다와 해안 지역의 풍경에서 얻었다고 한다. 바닷가 산책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상대적으로 청량함보다는 따스하고 포근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정취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역시 동행이 자리한다.

 

행복은 특별한 것에서만 얻는 것이 아님을, 때론 스스로 돌이켜보는 과정에서 과거의 어느 순간이 행복이었다는 걸 깨닫는 방식으로 얻음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은 때때로 그 사실을 잊는다. 내 지난 일상의 순간을 되새기며 그 또한 행복이었음을 떠올려본다. 그 일상을 온전히 누릴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 다시금 울적해 지려다가 그림 속 인물들을 보며 생각해본다.

 

마음에 맞는 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일상에 감사하기로, 그리고 내가 누렸던 일상을 다시금 기쁘게 누릴 날이 곧 오기를 희망하자고. 그때는 오늘이, 지금은 알지 못하는 미래에 내가 즐겁게 떠올릴 인생의 한순간이 되어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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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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