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독서가 어려운 그대에게 [도서]

책을 읽는 습관
글 입력 2020.06.04 08: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과의 관계를 되돌리다


 

[크기변환]사본 -sincerely-media-nGrfKmtwv24-unsplash (4).jpg

 


3월 새해 계획에 들어갈 법한 ‘꾸준히 독서하기’라는 다짐은 나에게 있어 정말 지키기 어려운 것이다. 사실, 아트인사이트 활동을 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퇴화한 나의 독서 집중력이었다. 이전에는 앉은 자리에서 책 한권을 한시간이면 읽어내곤 했고, 3권씩 연달아 읽는 것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의 나는 책 한권 읽는 것을 힘겨워할 뿐 아니라, 고작 30분도 책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어렸을 적엔 한달에 한번 정도, 엄마 손을 잡고 서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읽고 싶은 책을 3권정도 골라와서 서점 한켠에 주저 앉아 몇시간이고 읽다가 ‘딱 2권만 사’라는 엄마의 말에 책을 손에 쥐고 고민하던 때가 눈에 선하다. 그보다 내가 조금 더 컸을 땐 학습지에서 선정되어 온 책이 일주일에 한 박스씩 집으로 왔다. 그러면 그날 그 박스를 뜯어서 어떤 책이 있는지 보는 것이 내 일주일 중 가장 기대감 넘치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나는 처음 아트인사이트에서 도서 향유 기회가 왔을 때, 별 고민 없이 신청했다. 중학생, 고등학생 시절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책이라고는 교과서나 모의고사 지문 말고는 접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독서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을 받고, 표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 집중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한 장을 넘기는데 10분이 걸릴 때도 있었으며, 몇 장 읽지도 않고 휴대폰을 들여다보기 일쑤였다. 급기야 첫 번째로 신청했던 ‘총보다 강한 실’의 리뷰 마감 하루전날엔 핸드폰을 꺼서 서랍안에 넣어두고 나서야 리뷰를 쓸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후 나는 오기로 아트인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도서 향유 기회를 신청하기 시작했다.

 


[크기변환]사본 -andrew-neel-cckf4TsHAuw-unsplash.jpg


 

퇴화된 독서 집중력과 함께 나를 괴롭혔던 것은, 독후감을 쓰는 필력이었다. 이전에는 방학 숙제로 제출해야했던 독후감을 하루 만에 몰아서 쓸정도로 나는 술술 글을 썼던 사람이었다. 글쓰기가 가장 자신 있었고, 글 쓰는 게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잘 쓰진 못해도 일단 쓰면 되잖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총보다 강한 실’ 리뷰를 쓸 때는 당혹감이 밀려올 정도로, 나는 독후감이라는 것을 어떻게 써야할지 전부 까먹은 사람 같았다. 기억나는 내용도,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책 소개만 줄줄이 늘어놓게 되었다. 나의 감상, 내 이야기가 아닌 책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말로 바꾸어 정리한 것만 같은 글이 완성되었다. 리뷰가 아니라 레포트를 작성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후, 깨끗하게 독서 하겠다는 나의 신념을 깨고 독서 준비물로 형광팬과 포스트잇 텍이 필수가 되었다. 책을 읽다가 인상 깊은 구절, 느낀 점이 있는 구절은 형광팬을 쳐놓고 포스트잇 텍으로 표시를 해두었다. 읽는 시간은 더 들었지만, 확실히 이렇게 하니 ‘나의 감상’이 담긴 리뷰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은 다시 책과 친해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무리 친했어도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잇기 위해선 꾸준한 연락과 노력이 필요 하듯이, 오랫동안 소원했던 책과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부던한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트인사이트 활동은 내게 그 계기와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리뷰를 써야하니 마감날까지 억지로라도 책을 읽게 되었고, 이전보다 여러 관점과 생각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에 담긴 것들을 통해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다른이들의 삶과 생각을 체험해보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매력적인 일임을 느낄 수 있었다.

 

 

 

독서를 위한 공간들



[크기변환]도서관.jpg

 

 

학교 도서관은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독서 공간이었다. 몇 개의 층을 가득 채운 서고에는 책이 질서 있게 꽂혀 있다. 종류별, 작가별로 늘어선 책들은 홈페이지 검색을 통해 손쉽게 찾을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권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1학년 때 도서관 행정인턴을 하며 느낀 것은 새삼 도서관에 얼마나 많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는지였다.


다양하게 준비된 책들 보다도 도서관이 책을 읽는데 적합한 이유는 바로 그 ‘독서 공간’에 있었다. 큼직한 책상과 의자는 기본이고, 층마다 다른 분위기로 꾸며져 있어 책 읽는 맛이 나는 공간이다. 특히 5층에 있는 작은 정원에서 날이 좋을 때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펼치면, 당장에라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도서관은 폐쇄되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도서관을 가지 못한다. 잃고나서야 그 소중함을 안다고 했던가, 요즘 나는 새삼 도서관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점은 어떨까?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책들이 구비된 서점은 입구에서부터 새 책 냄새가 훅 끼치는, 어쩌면 독서인들의 유토피아와 같은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점에서는 몇 가지 제한이 있다. 아무래도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독서를 할만한 마땅한 공간도 없고, 내책이 아니니 책을 험하게 다루면 안된다.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보니 생기는 소음이 만만치 않다.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바코드 찍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등등 다양한 소음들이 즐비한 곳이 또한 서점이다.

 

 

[크기변환]unnamed.jpg

 

 

최근에는 서점겸 카페인 책방을 다녀왔다. 최인아 책방이라는 곳이었는데, 새삼 책을 읽을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최인아씨가 연 책방이라고 한다. 3층으로 들어가면 바닥부터 천장까지 책이 꽂힌 책꽂이가 눈에 띈다. 안쪽에는 카페가 있어서 여느 카페들처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다. 더불어, 책을 접한지 얼마 안된 이들을 위해 책 전문가들의 추천도서들도 있다.


꼭 책을 사지 않아도 음료 한잔과 함께 1층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고, 책을 구매하면 2층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더 다양한 책들을 보다 여유롭게 혼자 즐길 수 있는 ‘혼자의 서재’도 있다. 나는 우선 1층에 자리를 잡고 장르별로 구비된 추천 도서를 둘러봤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 책 부문에서 일본 추리 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성의 인연’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 시절 유일하게 즐겨 있던 책이 이 작가의 소설이었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1권부터 읽었는데, 이것이 구매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 결국은 1권과 2권을 전부 사버렸다.


최근에는 이런 북카페의 형태로 구성된 공간이 늘고 있는 것 같다. 구매 계획이 없어 서점을 가기 눈치 보이거나, 너무 오랜 시간 서점에서 책을 읽는 것이 신경 쓰인다면, 이런 북카페 형식의 공간을 통해 독서량을 늘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미로운 음악과 커피 한잔, 시원한 에어컨에 좋아하는 책 한 권까지 있으면 분명 누구보다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에디터 명함.jpg

 


[박다온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