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 첫 온라인 콘서트 - 슈퍼주니어의 '비욘드 더 슈퍼쇼'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6.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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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오늘 콘서트 본다!”

 

잔뜩 신나서 응원봉을 켜보는데 깜짝 놀란 엄마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 시국에 콘서트를 한다고?”

“응, 온라인 콘서트!”

 

엄마는 온라인 콘서트도 있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두 단어 ‘온라인’과 ‘콘서트’가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콘서트가 불가능해진 요즘, 슈퍼주니어가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의 여섯 번째 주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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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슈퍼주니어 공식 트위터

 

 

2020년 5월의 마지막 날, 슈퍼주니어는 ‘비욘드 더 슈퍼쇼(Beyond the SUPER SHOW)’를 개최해 전 세계 약 12만 3천여 명의 시청자, 그리고 약 28억 5천만 개의 하트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기록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많은 기사를 통해 전해졌으니, 팬의 입장에서 인생 첫 온라인 콘서트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평소대로라면 치열한 티켓팅을 끝내고 콘서트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 고민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공연장이 아닌 안방 1열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콘서트였기 때문이다. 스탠딩석과 2층 좌석 중 어디가 좋을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무슨 옷을 입을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드레스 코드는 ‘맨발’이었다. 


대신 다른 것들을 준비해야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청 기기’였다. 좋은 건 크게 볼수록 좋다고 했으니, 노트북과 TV를 연결할 수 있는 HDMI 케이블을 샀다. 그런데 평소 덕질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친구 A의 집에 큰 스마트 TV가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슈퍼주니어에 특별한 관심은 없지만 그날 마침 시간이 비는 친구 B도 함께 콘서트를 보기로 했다. 이들을 입덕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조금 설렜다. 


콘서트는 오후 3시부터지만 완벽한 준비를 위해 한 시간 일찍 A의 집으로 갔다. 친구들은 무거운 가방을 낑낑대며 메고 온 날 보고 깜짝 놀랐다. 가방에는 노트북, 노트북 충전기, 보조 배터리, 휴대폰 충전기, HDMI 케이블, 그리고 응원봉이 들어있었다. 그 어떤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끊김 없이 콘서트를 보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일찍부터 TV 화면을 켜놓고 핸드폰으로는 응원봉을 연동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어서 3시가 되길 기다리는데,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버블로 대기실 사진과 음성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멤버들 역시 팬들과 만날 콘서트를 기다렸고 팬들처럼 설레고 있다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와, 진짜 콘서트를 하는구나. 그제야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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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가까워지자 화면이 밝아지더니 파란 응원봉을 흔드는 팬들의 모습이 보였다. 공연장에 모일 수는 없지만, 화상 연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팬들이 함께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늘 ‘슈퍼쇼’의 시작을 알리던 노래 ‘아주 먼 옛날’이 흘러나오자 알 수 없는 벅찬 기분에 눈물이 났다. 조명이 켜지고 왕좌에 앉아 있는 멤버들을 보자마자 홀린 듯이 콘서트에 빠져들었다.


슈퍼주니어의 모든 무대를 사랑하지만, 그들의 매력이 특히 잘 드러나는 ‘Heads Up’과 ‘Runaway’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Heads Up’에서는 슈퍼주니어만의 여유로움과 ‘핫’한 퍼포먼스가 돋보였고, ‘Runaway’에서는 교복을 입고 학창 시절로 돌아가 장난스럽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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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슈퍼주니어 공식 트위터

 

 

‘슈퍼맨’ 무대에서 화려한 샹들리에와 깃발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AR 기술 및 3D 그래픽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바로 12m 크기의 ‘자이언트 시원’이었다. 시원이 알라딘의 ‘지니’처럼 거대하게 변신해 깜짝 등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비욘드 라이브’에 호랑이, 용, 고래 등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자이언트 시원’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온라인 콘서트였지만 슈퍼주니어와 팬들이 함께하고 있음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드레스 코드를 지켰냐며 맨발을 보여달라는 멤버들의 장난스러운 멘트에 팬들은 카메라에 발을 들어 보였고, 화상 연결을 통해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무대 ‘Shining Star’는 감동 그 자체였다. 반짝이는 별들이 수놓은 ‘E.L.F.(슈퍼주니어의 팬클럽 이름)’라는 글씨에서 슈퍼주니어의 팬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콘서트가 끝나자 친구 A는 자신이 ’입덕 부정기(누군가에 빠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시기)‘였던 것 같다며 결국 입덕을 인정했고, 슈퍼주니어에 별 관심이 없던 친구 B는 오늘부터 자신의 최애 멤버는 동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슈퍼주니어 무대 영상을 함께 보다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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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슈퍼주니어 공식 트위터

 

 

온라인 콘서트라 후유증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편하게 앉아서 봤는데도 온 에너지를 다 쏟아서 그런지 피곤했다. 사실 그보다 콘서트를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여운이 가득 남은 채로 지하철을 타는데 이특의 유튜브 라이브 알림이 왔다. 꽤 상기된 표정과 목소리로 콘서트 소감을 말하는 모습을 보니 같이 콘서트 뒤풀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어마어마한 시청자 수와 하트 개수에 SM도, 네이버도 놀랐다."라는 이특의 말을 들으니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졌다. 라이브 시청자 수가 만 명이 넘어 멤버들과 전화 연결을 했는데, 모두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저세상 텐션’을 보여줬다. 콘서트의 여운이 남은 건 팬들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그대들이 있어서 행복하고, 당당하고,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라는 이특의 마지막 멘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콘서트 시작 전에는 버블을 통해 설렘을 공유하고, 온라인 콘서트를 보고, 유튜브 라이브로 콘서트 소감을 들었던 오늘. '온택트(Ontact) 시대'라는 말의 의미를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온라인 콘서트가 오프라인 콘서트의 현장감을 대체하진 못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콘서트가 불가능해진 ‘덕후 인생 최대 위기’ 속에서, ‘비욘드 라이브’는 서로를 너무나도 보고 싶어 했던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오늘의 추억을 떠올리며, 콘서트장에서 ‘슈퍼쇼 9’을 볼 그날이 오길 간절히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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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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