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떻게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유의 '에잇' [음악]

아이유의 '에잇'
글 입력 2020.05.15 07:06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t1.daumcdn.jpg

 

 

아이유는 굉장히 좋아하는 아티스트다. 그녀의 노래는 항상 나를 취향 저격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처음 알게 된 것은 'Boo'다. 그 후 '마시멜로우',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까지. 그녀의 판타지는 큰 인기를 끌었다. 어린아이였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본인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 그 시작은 '스물셋'이다.

  

'스물셋'은 아이유 나이 시리즈의 첫 시작이다. 그 당시, 음악활동을 왕성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콘셉트와 아이유라니.. 좋아하는 두 가지가 만난 것이어서 기대했고 좋아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아이유의 25살을 부른 '팔레트'가 나왔다. 나는 그녀의 감성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 당시엔, 그냥 아이유가 불러서, 그냥 아이유여서 그 노래가 좋았다. 그리고 이번 그녀의 28살을 맞아, 방탄소년단 슈가와 함께 작업한 '에잇'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25살을 맞았다.


   

t1.daumcdn.jpg

 

 

'에잇'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까지의 나이 시리즈인 스물셋과 팔레트는 본인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느낌이었다. 자기가 어디까지 알게 되었는지, 어디서 혼란을 겪는지를 보여주는 낙서가 가득한 비밀 일기장과 같았다. 노래로 부른 것이 굉장히 용기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오로지 본인만의 이야기가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누구보다도 이러한 상황을 빨리 겪었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이전 글에서도 말한 것처럼 지금 나의 나이가 누구보다 혼란스러운데,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고 어떤 생각까지 나아갔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이제는 그냥 아이유 여서가 아니라, 이런 생각을 하고 풀어내는 아티스트여서 그녀를 더 좋아하고 있다.

 


얼굴만 보면 몰라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어느 쪽이게?

사실은 나도 몰라

애초에 나는 단 한 줄의

거짓말도 쓴 적이 없거든


 

'스물셋'은 그녀가 그 나이를 맞아, 알게 된 심정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얼마나 큰 고민을 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느낌이었다. 아직은 혼란스러움이 있지만, 그래도 일부는 확실해진 느낌이었다.

 


I like it. I'm twenty five

날 좋아하는 거 알아

I got this. I'm truly fine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팔레트'는 이제는 조금 더 자신을 알게 된 아이유의 모습이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고, 어떤 모습을 미워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 것이 느껴졌다.


 

1311.jpg


 

동기 중에 아이유를 굉장히 사랑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아이유는 수필이고 태연은 소설이라고 비유하지 않나. 나는 아이유가 노래로 쓴 수필을 정말 사랑하지만, 에잇이 소설과 같다고 해서 더 기뻤다고 한다.


이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수필은 작가가 주인공이며 곧 '나'다. 자신이 경험한 체험적 사실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써내리는 글이라면, 소설은 작가가 서술자가 된다. 동시에 서술자 역시 작가라고 보기도 어렵다. 허구이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에잇은 ‘너’라는 가상의 인물과 여러 비유를 사용해 아이유의 스물여덟을 고백한 짧은 소설과 같다. 나의 개인적인 정서로부터 오는 것인지 재해로 인해 함께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부터 오는 것인지 혹은 둘 모두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의 스물여덟은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우리'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오렌지 섬'에 대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


- 앨범 소개

 


So are you happy now

Finally happy now are you


   

노래의 시작이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그래서 행복해졌니.' 아이유의 스물여덟은 그리운 오렌지 섬에 머물러있다. 너를 만나 행복했고, 떠나버린 너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덤덤히 풀어낸다.


신나는 노래 같아 보이지만 가사는 그 누구보다 슬프다고 생각했다. 너와 아름다운 기억에서 만나기를, 그래서 영원히 우린 지금 이 빛나는 시기에 머물기를 외치는 것과 같았다.


같은 비밀 일기장에서 다른 챕터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상황을 담담하게 읊조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최근 어떤 일이 있었고, 그래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기로 결론지었는지 말이다.

 

누구보다 용기 있는 그녀의 노래를, 담담한 어조를, 그리고 그녀 자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화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이정훈
    • 간만에 보는 아주 맘에 쏙드는 기사였어요. 글을 되게 잘쓰시네요. 이런 기사 좋네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댓글을 씁니다.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