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모든 문화는 하나의 언어처럼 느껴져요" - 김인규 필진 인터뷰

글 입력 2020.05.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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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아트인사이트 내에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필진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600번째 문화초대, 'Project 당신'의 일환으로써 작성되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김인규 필진의 글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질문들로 구성되었으나, 좀 더 몰입하여 읽기를 원하신다면, 해당 필진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시국에 공부하는 오타쿠론', '소설이 영화가 되는 일'은 김인규 필진의 폭넓은 소재를 다루는 글이며, '배가 고프면 외로웠고, 외로우면 허기가 졌다'는 김인규 필진의 감성이 드러나는 글입니다.

 

 

 

작가소개 및 인터뷰 구성



서브컬쳐부터 코로나 사태를 마주한 전통시장의 문화에 대한 글까지, 경계를 넘나드는 소재와 구조화된 글 솜씨를 자랑하는 김인규 필진은 이미 아이유가 출현하는 ’페르소나’를 다룬 글로 관심받은 아트인사이트의 컬처리스트다. 그는 이외에도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 '도그빌', '모아나'까지 영화를 중심으로 글로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내가 그의 글에 대해 가진 관심은 ‘이 시국의 오타쿠론’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처음 읽은 김인규 필진의 글은 안경 쓴 뚱뚱한 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미지와 '혐오가 아닌 오타쿠 현상'을 아이러니하게 엮고 있었다. 나는 이 기묘한 조합에 일종의 위트마저 느꼈다. 아이러니한 매력을 따라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글 내용은 이런 위트와는 반대로, 구조화된 틀에서 심도있게 전개된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글을 전개하는 힘이 마음에 들어 클릭한 '더보기'였지만, 의외로 김인규 필진의 글이 온전히 딱딱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의 글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의 섬세한 경험과 생생한 묘사를 글의 구석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최근에 쓰여진 글에서는 좀 더 개인적인 경험과 서술이 도드라진다.

 

약간의 위트와 진지함, 논리적이고 구조화된 글 속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감성. 소재와 시각이 넓은 범위에서 다루어지기에 그 안에서 아이러니함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발견한 그의 글이 갖는 매력이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잘 쓰인 종합지를 보는 기분이 든다. 아마 이런 나의 감상은 그의 글이 다양한 소재를 적절한 언어로 짜임새있게 끼워넣되, 다양한 에세이와 만평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나름의 재미와 개인의 경험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쩌다가 이토록 다양한 소재로 글을 쓰게 되었을까? 그가 생각하는 문화는 무엇이기에 글에서 문화예술의 경계를 설정하지 않는지, 그런 그가 또 앞으로는 어떤 글을 쓰게될지 궁금해졌다. 인터뷰는 2020년 5월 5일 점심, 성균관대역 앞 스타벅스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1. 나는 '글을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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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적도 없고,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해 퍼플리싱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네가 무슨 작가냐'며 비웃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고 싶고,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 고민을 멈추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만으로 이미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브런치에 쓴 것처럼 '책상 위에 올려진 책이, 핸드폰 플레이리스트 목록이, 계속 돌려보는 영화 목록'이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앞으로 써내려갈 작품들과 함께 소개되고 싶습니다.


 

- 아트인사이트에 들어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것을 기대하며 아트인사이트에 들어오셨고, 실제 그 목적에 충분히 부합하였는지요?

 

사실 아트인사이트는 마케팅 공부를 하면서 Insight라는 용어의 정의에 대해서 찾다가 우연히 찾게 된 사이트였어요. 그런데 이 플랫폼이 제가 이미 하고있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침 에디터 지원기간이길래 하던 일을 전부 미뤄두고 이틀만에 8장이 넘는 글을 써서 지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중-고등학교때부터 막연히 글을 쓰고싶어했고, 우연히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게되면서 본격적으로 그리고 억지로 조금씩 글을 쓰게 됐어요. 콘텐츠학과에 와서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을 보고 그 매력을 알게 된건 즐거운 일이었죠. 그런데 좋은 작품 보기를 즐기다보니 눈이 너무 높아져 언젠가부터 스스로 만족이 안 되더라고요. 아직 대학생인 저는 당연히 그런 글을 쓰지 못했고, 스스로가 부끄러워 자꾸만 쓰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글을 바라볼 때면 ‘에이 저 정도는 나도 하지.’하며 건방져지던 중에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대로면 삶을 지켜보기만 하다가 겁쟁이로 끝나버릴 것 같았거든요. 브런치에도 작가신청을 하고, 부끄러운 글을 그대로 공개하려는 마음을 먹은 좋은 타이밍에 아트인사이트를 만났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글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좋습니다.

 


- 아트인사이트에서 기억이 남는 경험을 하나 소개해주세요. 감상하신 문화 콘텐츠, 특별하게 기억되는 나의/타인의 글 등,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지금인 것 같아요. 6개월정도 아트인사이트에서 글을 썼고, 조회수도 받아본 적이 있지만 수치로 표현되다보니 실제로 누군가 내 글을 읽는다는 자각이 없었는데, 제 글에 관심과 호감을 표현해주시는 분이 있어서 놀랍고 재밌습니다.

 

제가 쓴 글을 공개하는 일은 언제나 부끄러워요. 알몸으로 서 있는 기분이랄까? 솔직한 글을 자주 쓰지 못하고 작품을 세워두고 글쓰기를 하는 이유도 그때문인 것 같아요.

 


 

2. 나에게 문화예술은 하나의 언어이자, 살아가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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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규 필진의 글에서는 폭넓은 소재가 다루어집니다. 김인규 필진이 정의하는 '문화와 사회'의 관계, 나아가 '문화와 개인'의 관계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문화예술은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신형철 문학평론가에 말을 빌리자면, ‘불가피’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호모 나렌스(이야기하는 인간)인 우리에게 이야기의 욕망, 문화예술에 대한 욕망은 삶을 견뎌낼 수 있는 수단이자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문화예술을 향유 하는건 결국 살아간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그 과정을 공유하려는 모든 시도는 함께 살아가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특별히 문화콘텐츠를 전공해 공부하면서 그 삶의 방식들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문화예술이 더 가치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리고 더 많은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저는 문화예술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문화와 김인규 필진'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콘텐츠는 ‘언어‘입니다. 솔직하되 노골적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그리고, 게임을 제작하는거죠. 그러므로 예술을 제작하고 향유하는 과정은 하나의 보물찾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는 결국 어떤 것을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과 메카닉과 은유를 사용합니다. 우리는 그 안에 숨겨놓은 이야기를 해석하거나 창조적으로 오독하며, 때로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감동하기도 하죠.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데 매개가 되는 모든 것을 문화예술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 무언가 할 말이 있다고 느껴요. 평생에 걸쳐 그 이야기를 찾아내고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을 찾아야할 것 같아요 아직 그 이야기의 형식도 장르도 플롯도 모르지만, 그 이야기를 정확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콘텐츠를 하지 않을까요.


 

- 김인규 필진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문화예술과 우리의 관계'는 무엇일까요?

 

글은 천천히 말하는 방법이니까, 좀 더 신중하고 싶고 솔직하고 싶어요. 언어의 한계를 누구보다 통감하지만, 그럼에도 정확하게 읽고 쓰고싶어요. 반드시 실패할 일을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에 아룸다움이 있지 않을까요? 예술의 방식은 통계 자료의 추상 속에서 느껴지지 않을 고통을 개별화해내서 그 개별적 고통들에 성실히 응답하고자 노력하는 행위라는 이야기에 동의해요.

 

저는 문화예술을 통해서, 콘텐츠를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고 이해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수 있게 됐어요 이런 삶이 때론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저를 이렇게 만들어준 작품들이 고맙고 원망스럽습니다. 그래도 제가 더 많은 삶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반드시 실패하겠지만, 그 일을 지속하는데에 의미가 있겠죠

 

 

 

3. "지금 지나는 시간들에 대한 솔직한 글을 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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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무거운 질문에서 나와, 앞으로 어떤 글을 쓰시고 싶으신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소재를 다루고 싶으시며, 어떤 것들을 향유하고 싶으신지요?

 

저의 지금 모습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부끄러우면 부끄러운대로, 지금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들, 보고 듣고 읽는 것들에 대해 기록해두고 싶어요 그게 문화예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은 부족한 제가 바보같은 말을 꺼내놓을수 있겠지만,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딱 그만큼 다음에는 바보같은 이야기를 덜 할 수 있을 거에요 다른 사람과의 마찰이 저를 다듬고 성장하도록 만들어줄거라고 믿어요.

 

그러니까, 계속해보겠습니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 "문화는 소통이다" 제가 아트인사이트의 정신에 공감하고, 김인규 필진의 글에서 다시 한번 발견한 키워드입니다. 이와같은 기회에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말씀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부끄럽지만 글에서만큼은 조금 더 솔직해져보고싶어요. 호불호가 꽤 갈리긴 하는 것 같지만, ‘배고프면 외로웠고, 외로우면 허기가 졌다’라는 글에 대한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놀랐어요. 일 년에 몇 편 안 쓰는 정말 솔직한 글이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는 차마 하지도 못할 솔직한 말들을 이렇게 공개된 곳에 꺼내놓을 수 있는 제 자신이 신기했습니다. 그 글을 스스로를 위해서 쓰며 위로받았고, 그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시절을 지나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씁쓸하고 차분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가 행복해지기까지 함께 시간을 견뎌준 작품들이 있었어요. 그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고, 제가 지나고 있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앞으로는 조금씩 꺼내보고 싶어요. 다름아닌 저를 위해서요.

 

그래서 앞으로는 에세이도 천천히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하다보니 제가 앞으로 에세이에 써야 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풀어놓은 것 같네요. 미리보기 선공개라고 생각하고 쓸 생각이니까, 앞으로 기대해주세요!

 

 

[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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