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빈센트 반 고흐, 별처럼 빛나는 인생을 산 화가 -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예술]

그림을 온전히 사랑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에게서 인생을 배우다
글 입력 2020.05.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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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비운의 화가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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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는 자신의 삶을 바쳐 그림을 그렸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그런 그를 묵묵히 뒤에서 지원해주었던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쩌면 그림 만이 전부였던 빈센트의 일대기를 따라 호흡하며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그가 어떤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그와 같은 인생을 살아왔는지, 또 그의 동생 테오는 어떻게 그 긴 시간동안 형인 빈센트를 아낌없이 지원해줄 수 있었는지 느껴볼 수 있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비운의 화가로 불린다. 대부분의 매체에서 그는 일생을 술독에 빠진 채 술값으로 돈을 쓰고 동생의 지원으로 겨우 겨우 그림을 그리며 고통스럽게 살아간 것으로 기록한다. 어떻게 보면 맞는 표현일 수 있다. 빈센트는 실제로 돈이 없어 이전에 그린 그림에 덧대어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동생의 지원이 없었다면 그가 그림만을 그리며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 고흐는 적어도 일생을 고통 속에서만 살았던 미려한 화가는 아니었다.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원했던 화가 공동체를 꿈꿀 때, 반 고흐는 분명 행복해했고, 희망과 환희에 차 있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이러한 반 고흐의 일생을 담담하게 그렸다는 점이었다. 뮤지컬 속 반 고흐는 때로 철부지스럽고 고집스럽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밀고 갈 줄 아는 사람이었고, 테오와 편지를 주고받거나 좋아하는 일을 할때만큼은 누구보다 천진난만하고 의지 넘치는 사람이었다.

 

뮤지컬을 보기 전 내 편견 속의 빈센트는 ‘스스로 귀를 자른 괴짜 같고 비운에 찬 화가’였다. 하지만 뮤지컬을 통해 그의 일생을 찬찬히 살펴보며 어쩌면 빈센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왜 그러한 극단적인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고, 그것이 세상에 미치광이 화가로 보였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에 일생을 바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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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는 정말 그림을 위하여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는 일생을 온전히 그림 그리는 일에 바쳤다. 그런 반 고흐의 삶은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문화 예술이라는 분야에 자신의 삶을 망설임 없이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 나로서는 대단하게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그가 동생 테오에게 기대며 무책임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일리 없는 말은 아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자금을 테오에게서 얻은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삶이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가 포기하지 않고, 주변의 부정적인 말에도 굴하지 않고 그림을 이어가고 그 안에서 생의 의미를 찾았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해야하니까, 혹은 어쩌다 흘러와 보니 지금의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빈센트는 미련하리 만치 우직하게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비록 돈이 없어 도구를 살 돈이 없더라도, 그는 그림을 놓지 않았다. 그것만이 그가 가진 전부의 세상인 것처럼. 비록 고갱과 자신이 전부인 공동체이지만, 그가 그려왔던 화가 공동체 또한 화가들이 함께 모여 좋아하는 그림을 지속하기 위해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였으니 그가 얼마나 그림뿐인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빈센트가 그토록 그림에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단호한 반대와 동생 테오의 부담감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가 그림을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빈센트에겐 이유를 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엇도 꺼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실행에 옮겼던 그의 올곧은 신념은 그래서 더욱 내게 자극제로 와닿는다.

 

 

 

빈센트의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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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고갱과 틀어진 이후 그가 꿈꿔 왔던 화가 공동체, 그의 유토피아를 이루지 못했다. 고갱과의 불화는 단순히 친구와의 싸움 정도가 아닌 그에게는 신념과 희망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이후 그는 우리가 익히 들어온 역사 속에서처럼 밀밭에 나가 ‘까마귀가 있는 밀밭’ 작품을 남기고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쏜다.

 

그의 죽음이 타살인지 자살인지에 대한 의견은 아직 분분하지만, 나는 어쩌면 고흐는 자신의 유토피아를 완성시키기 위해 스스로 이 세계를 떠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빈센트에게 있어 사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삶이긴 했지만, 생전에 큰 인정을 받지 못했고, 동생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을 지녀야 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을 만큼 틀어졌고, 설상가상으로 마지막 희망이었던 화가 공동체마저 이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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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빈센트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는 하늘이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비록 틀어진 관계이긴 했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 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런 아버지를 하늘로 떠나 보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에서도 이러한 빈센트의 별과 하늘에 대한 동경이 드러난다.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증기선이나 마차, 철도 등이 지상의 운송수단이라면, 콜레라, 결핵, 암 등은 천상의 운송 수단인지도 모른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간다는 것이지."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中


 

뮤지컬 속 그의 대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다. 빈센트는 죽음에 있어서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그가 정신 병동에서 보았던 별이 빛나던 밤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을까, 빈센트는 죽음을 ‘별’까지 가기 위한 여행의 과정으로 보았다. 별이 만약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빈센트는 죽음 이후의 삶을 어쩌면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을 단지 끝으로 보지 않고 그 이후를 상상한다면, 빈센트의 유토피아는 그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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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무대는 기본적으로 몇 개의 액자 프레임이 걸린 무지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무대를 조명을 통해서 채우는 방식인데, 조명을 많이 쓰는 소극장의 극 중에서도 그 활용이나 미적 감각이 유독 눈에 띄는 것 같다.

 

깔끔한 흰색의 무대 구성은 위의 사진과 같이 그림자를 두드러지게 표현하여, 이인극의 한계를 줄이고 신선한 표현이 가능하게 한다. 위의 장면은 테오 역을 맡은 배우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빈센트에게 근엄 했던 아버지를 연기하는 부분인데, 위와 같이 그림자 크기 차이를 통해 아버지 앞에서 작아지는 빈센트를 표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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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명을 잘 활용한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장면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흐가 고갱을 위한 방을 꾸미는 장면이었다. 무지 벽면과 침대, 의자 등의 소품이 빈센트가 붓을 가져다 대는 순간 그의 생전 작품 ‘고흐의 방’과 같이 노란색 톤의 따듯한 느낌의 방으로 탈바꿈한다. 이 장면에서는 이러한 연출을 통해 고갱이 오기 전 방을 준비하며 빈센트가 느낀 설렘과 기대감, 그가 그려왔던 화가 공동체라는 희망이 생생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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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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