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받지 못한 유령 같은 존재, ‘팬텀’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5.05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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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이라는 인물을 다룬 극이다. ‘오페라의 유령’과는 전혀 다른 극으로, ‘팬텀’은 사람들에게 유령 같은 존재로 알려진 에릭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에릭은 끔찍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났다. 사람들은 그를 괴물 취급하고 두려워하며, 그는 스스로를 가둔다. 그는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오페라 극장의 지하에서 홀로 살아가며 일평생을 음악과 함께 보낸다.


그는 천사와 같은 목소리를 가진 크리스틴 다에를 사랑하게 된다. 에릭은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그녀에게 노래 레슨을 해주고, 그녀가 데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암흑 속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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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고향 파리로 돌아온 크리스틴은 노래한다. ‘파린 내 사랑, 파린 꿈이 빵처럼 부푸는 곳, 가로등 불빛마다 낭만이.’


하지만 팬텀은 비슷한 음으로 파리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파린 무덤 속

파린 어둠 속의 끝없는 감옥

파린 검은 밤

 

- 뮤지컬 '팬텀', 팬텀의 등장 中



크리스틴과 에릭에게 파리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낭만의 도시 파리는 에릭에게 그저 감옥일 뿐이다.


뮤지컬에는 비극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들이 참 많이 등장한다. 에릭은 내가 본 뮤지컬의 인물 중 가장 불쌍하고 안타까운 인물인 것 같다. 평생을 암흑 속에서 홀로 살아간 인물이 아닌가. 그의 곁엔 음악만이 있었다.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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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에릭에게 완벽한 음악, 크리스틴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받아보지 못한 에릭은 사랑을 제대로 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는 크리스틴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강한 집착을 보인다.


크리스틴과 에릭의 레슨 장면을 그려낸 ‘넌 나의 음악’이라는 넘버에서, 에릭이 처음으로 그녀를 향한 사랑을 내보이려고 하지만, 이내 자신이 없어 단념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는 크리스틴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크리스틴과의 만남은 에릭에게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에릭은 완벽한 음악을 기다리며 암흑 속에서도 혼자 잘 살아왔지만, 크리스틴이 나타난 후에는 그녀 없이 살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다음은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이라는 넘버의 가사이다.



너의 노래 없는 삶은

의미 없는 죽음

(...)

크리스틴, 네가 없는 삶은

끝이 없는 사막

숨을 조이는 악몽 같아

혼자 쓸쓸히 난 네 손길만 기다려

 

- 뮤지컬 '팬텀',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 中



나는 ‘팬텀’을 보며 사랑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마치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주기도 한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사랑의 서사가 무조건 희극일 수도, 비극일 수도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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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은 그의 가면을 벗은 얼굴을 보고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하지만, 너무나도 흉측한 그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순간적으로 도망을 가고 만다. 에릭은 다시 혼자 남아 울부짖는다. 자신을 버린 그녀를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저주한다고 외치기도 하면서. 하지만 그녀는 그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온전히 미워하지도 못한다.


크리스틴은 에릭에게 상처를 준 것을 바로 후회하고 사과하려 하지만, 에릭을 괴물로 여기고 해치려는 사람들로 인해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난다.


*


뮤지컬 ‘팬텀’은 나에게 짙은 여운을 남겼던 공연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크리스틴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기뻐하던 에릭의 순수한 사랑의 모습. 그렇지만 그녀에게 원하는 만큼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했던 에릭의 감정이 공연 내내 차곡차곡 쌓이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확 전해지며 먹먹함을 주었다.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사랑은 왜 이렇게 서툴고 아프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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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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