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인간의 페르소나 [사람]

글 입력 2020.05.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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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자신만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 그리스 어원으로부터 파생된 이 용어는, 가면을 쓴 인격 또는 성격을 뜻하는 말로써 사용되며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형성되고 나타난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이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칼 구스타프 융은 이를 그림자와 같은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자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 정의한다. 우리는 페르소나를 가식적이고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봐야할 것인가?

 

페르소나는 사회적인 관계를 위한 필수적 요소이자,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감당해내야 할 부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인격의 가면'은 마냥 부정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봐져서는 안 될 용어임이 분명하다. 타인에 의해 형성된 '나' 역시 결국은 나를 형용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페르소나를 받아들이고 진정한 에고(Ego)를 찾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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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MAP OF THE SOUL

: 'PERSONA' comeback Trailer의 한 장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끊임없이 봉착한다. 그만큼 우리의 존재는 함부로 정의내려질 수 없는, 보다 더 고차원적인 영역에 속해있다. 어쩌면  삶을 살아간다는 자체가 앞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 해답을 평생 찾을 수는 있는 것일까?

 

이는 어떻게 보면 철학적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쉬워 보일 수도 있는 물음이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존재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할 것이며, "나는 나지!"라고 명쾌하게 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실존주의적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고도 어려운 시대의 논의 주제다.

 

나는 누구인가 평생 물어온 질문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

나란 놈을 고작 말 몇 개로 답할 수 있었다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

 

Dear myself 넌 절대로 너의 온도를 잃지 마

따뜻히도 차갑게도 될 필요 없으니까

가끔은 위선적이어도 위악적이어도

이게 내가 걸어두고 싶은 내 방향의 척도

 

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네가 사랑하는 나, 또 내가 빚어내는 나

웃고 있는 나, 가끔은 울고 있는 나

지금도 매분 매순간 살아 숨쉬는 Persona 

 

BTS, [Intro : Persona] 가사 중 일부

 

인간의 '페르소나'를 탐구한 방탄소년단의 MAP OF THE SOUL 앨범의 도입부 가사에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찰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들 역시 인간의 실존에 관한 수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고,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아마 평생 정답은 찾지 못할 그 질문'이라는 가사에서 드러나듯, 누구에게나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한 정의는 어려울 뿐이다.

 

그러나 정의하기엔 어려워도, 우리는 그것을 명쾌하게 결론지을 수는 있다. 바로 세상이 우리 자신을 어떠한 형태 또는 모습으로 정의하든 간에, '가장 진정한 본인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깨닫는 순간, 우리는 다양한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혹여 남이 인정해주지 않는 모습이더라도 말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페르소나라는 제목을 가진 인트로를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나도, 내가 되고 싶은 나도 모두 다 '내 영혼의 지도'의 한 부분임을 인정한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했던 고민과 노력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며,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또한 자신이 지닌 모든 부분을 인정할 수 있게끔 자연스레 이끌어준다.


 

 

'나'의 모든 면을 인정하는 것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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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한 장면

 

 

완벽하게 아름다운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어느 날, 화가가 그려준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미모에 눈을 뜨게 되고, 이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허황된 소망을 품는다. 그러나 허황된 것이라고만 여겼던 그의 소망이 이루어진다. 그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젊음을 유지하고, 대신 초상화가 늙어가면서 더불어 그가 지은 죄의 흔적까지 모두 짊어지고 추하게 변해가는 것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소개글 중 일부

 

 

소설로도 유명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한 일깨움을 함축하고 있다. 서사적인 구조의 전반은, 도리언이라는 순진한 청년이 타락하고 부패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 모든 내용의 발단은 도덕적인 화가 홀워드가 자신의 모델인 도리언의 초상을 그려내면서부터 시작된다. 화가는 주인공의 초상화를 그리고, 그 과정을 지켜본 화가의 친구인 탐미주의자 헨리 워튼 경은 도리언의 아름다운 면모와 가치를 설파하여 세상 사람들이 그를 떠받들도록 한다.

 

마침내 완성된 초상화를 본 도리언 그레이는 그림에 묘사된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보며 도리어 질투를 느끼고, 초상화가 자신의 추한 모습을 모두 가져가기를 빌었다. 18년간 늙지 않고 방부제 미모를 유지하려 한 그는, 결국 자신의 모습이 담긴 초상화가 대신 늙어가고 부패하도록 만들었다. 그가 바랐던 것처럼 모든 세월은 그림 속에 투영되었고, 도리언 그레이는 안심하며 쾌락적인 삶과 악행을 일삼는다. 그럴수록 그림 속 자신은 더욱 추하게 늙어갔고, 주인공은 그것을 보며 화를 참지 못해 결국 칼을 들어 그림에 꽂고 만다.

 

그는 외적인 것에 치중한 삶을 살며 영원한 아름다움만을 갈망했고, 자신의 모든 면을 사랑하지 않았다. 젊음과 아름다움은 선한 것으로, 늙음과 추함은 악한 것으로써 바라보았던 그는 자신이 가진 페르소나를 극단적인 상태로까지 치닫게 했다. 그렇게 된 이유에는 헨리 경의 잘못된 인식이 도리언을 사로잡은 것에도 있었다. 헨리 경은 도리언에게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있어 아름다움만이 전부다, 미를 빼놓고서는 다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그 결과 도리언은 미(美)가 곧 권력이라 치부하며, 아름다운 외면을 지니게 되면 죄를 지었을 때의 죄책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편협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신의 늙지 않는 육체를 보며 쾌감을 얻었던 그는 점차 외면적인 것에만 매혹되어 영혼이 타락해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느낀다. 그렇게 일생을 살아간 도리언의 최후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비극적이었고 처참했다. 이러한 서사적 흐름이 말해주는 주제는 분명하다.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와 같이 자신의 다양성을 부정해버리는 순간, 빛나던 인간 본연의 가치는 소실해버린다.


 

 

괜찮아, 모두 다 나니까


 

캡처.PNG

 


사람들은 모두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은 마치 가면과 같은 또 다른 면을 타인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잘못된 실상이 아닌, 인간의 본능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그러한 모습들까지도 나의 일부로써 받아들여 극단적인 페르소나로 자신을 몰아가지 않아야만 한다.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이 어떻든지 간에 그 모습은 전부 나 자신을 이루는 소중한 일부분이며 진정한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줄 가치 있는 것일 뿐이다. 나를 사랑하기보다 타인의 사랑에 목말라 있는 현대인들, 그것은 비단 본인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지닌 시대적 실상이자 실태이다. "괜찮아, 모두 다 나니까."라는 말을 매 순간 되뇌면서 살아간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긍정적인 페르소나의 실체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괜찮아, 모두 다 나니까.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니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

 

I should love myself 내 숨 내 걸어온 길 전부로 답해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내일의 나

빠짐없이 남김없이 모두 다 나

 

BTS, [Answer : Love Myself] 가사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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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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