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덜란드가 왜 좋냐고 물으신다면 [도서]

글 입력 2020.04.3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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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견디는 힘”이라는 책을 읽으려는데 ‘스테르담’이라는 저자의 필명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1학기에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던 나로서는 자연스레 암스테르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저서 목록을 보니 “일상이 축제고, 축제가 일상인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라는 책이 있었고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은 네덜란드와 관련이 깊겠구나, 어쩌면 나보다도 더!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에 대한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려 하지 않았다. 보기만 해도 네덜란드가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애틋함을 넘어서 네덜란드에 다시 갈 계획을 짜야겠다는 굳은 결심에 이르렀기에 네덜란드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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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는 우연히 만난 책이지만 마치 찾아 헤맸던 책인 것처럼 마음에 쏙 들었다. 오직 네덜란드 이야기만을 담은 책이라서 좋았다. 교환학생을 준비하면서 여러 여행책을 찾아봤지만 네덜란드를 자세히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를 묶은 ‘베네룩스’ 책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거나 ‘핫’한 여행지를 가기 위해 동선상 슬쩍 지나가는 곳으로 소개될 뿐이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온통 네덜란드 이야기인 이 책은 특별한 선물 같았다.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라서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길래 ‘진짜’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네덜란드에 주재원으로 부임해서 4년 동안 지내며 느낀 네덜란드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이 책에 담아냈다. 유명 관광지나 맛집만 나열한 여행책과는 달랐다. 네덜란드의 여유, 일상, 소소한 이야기까지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5개월간 경험했던 건 네덜란드의 ‘ㄴ’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이 축제고, 축제가 일상인 나라



네덜란드에 이렇게나 많은 축제가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내가 경험해본 축제는 큐켄호프 튤립 축제와 킹스데인데, 사실 온전히 즐기지는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였다. 꽃놀이 간다고 신나서 얇은 원피스를 입었다가, 튤립과는 어울리지 않는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우박까지,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힘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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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데이를 즐기는 사람들

 

 

날씨 요정은 킹스데이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았을 주황색 반팔 크롭 티셔츠를 사서 큰마음 먹고 입었는데 반팔은 무슨, 두툼한 점퍼를 입어야 할 날씨였다. 정말 추웠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이 정도면 네덜란드 축제와 인연이 아닌 걸까? 물론 지금은 춥고 변덕스러웠던 날씨마저도 그립지만.


네덜란드에 다시 가면 스헤브닝겐 불꽃 축제를 즐겨보고 싶다. 작년 2월, 헤이그 여행 중에 우연히 들른 스헤브닝겐 해변이 너무 좋아서 다른 일정을 미루고 다음날 아침에 또 갔다. 낮에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하다가 아름다운 일몰을 보고 불꽃놀이까지 즐긴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네덜란드의 사계절 즐기기


 

이 책은 네덜란드를 계절별로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 자세히 알려준다. 네덜란드에서 ‘1년 살기’를 하지 않는 이상 여행객이 사계절을 전부 즐기긴 어렵겠지만, 책을 읽고 가장 끌리는 계절을 골라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찬란한 여름과 우울한 겨울의 중간에서 가을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렇게 차분하고 또 차분하라 속삭인다. 어디를 가나 느껴지는 이 차분함의 분위기는 그래서 네덜란드의 가을을 돋보이게 한다.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에서 느껴보는 가을이나, 운하에서 발을 굴려 배로 돌아보는 단풍 투어도 기억에 남을만하다. 바닥에 흐트러지는 단풍잎들에 눈과 마음을 빼앗기는 건, 가을이 존재하는 여느 나라 어느 곳의 그것과 다름없다. 네덜란드는 그렇게 가을과도 잘 어울리고, 자신만의 가을을 만들어낸다.


- p.202

 

 

네덜란드의 가을이 너무 궁금하다. 2월부터 6월까지 네덜란드에 살면서 겨울, 봄, 여름은 경험했지만 가을은 미처 즐기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악명 높은 네덜란드 날씨를 잘 알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화창한 1학기를 택한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가을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다음 네덜란드 여행 땐 꼭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네덜란드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아주 소소한 네덜란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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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는 네덜란드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벨기에에서 유명한 오줌싸개 동상을 보기 위해 구글맵에 검색했다가 ‘마네킨 피스’라고 쓰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마네킨 피스’는 네덜란드 유명 감자튀김 체인점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왜 네덜란드 음식점에 다른 나라의, 그것도 ‘오줌싸개 동상’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나라기 때문에 네덜란드와 관련이 매우 깊고, 네덜란드 감자튀김은 벨기에로부터 유래한 음식이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가 왜 오렌지 군단인지, 네덜란드 사람들은 실제로 ‘더치페이’를 즐겨 하는지 등 네덜란드에 대한 아주 작은 궁금증까지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네덜란드의 매력적인 도시들


 

네덜란드에는 수도 암스테르담 외에도 아름다운 도시가 많다. 책에는 다양한 도시의 매력이 담겨 있는데, 그중 델프트에 가보고 싶어졌다. 특히 신교회 종탑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유럽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전망대에 올라가봤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날씨 좋은 날 종탑에 올라가 바람을 맞으며 델프트를 한눈에 담을 그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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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보 교회의 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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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를렘의 풍경

 

 

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은 도시 중에는 하를렘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으로 혼자 암스테르담이 아닌 다른 도시로 떠난 여행이라 더 기억에 남기도 하지만, 고즈넉하고 아늑한 도시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날씨는 흐렸지만 하를렘은 흐린 하늘과도 잘 어울렸다. 성 바보 교회에서 모차르트가 연주했던 오르간을 보고, 아드리안 풍차와 오래된 성문을 구경하고, 카페에서 생초콜릿을 녹여 만든 핫초코를 마셨다. 어마어마한 관광 명소가 있는 곳은 아니지만, 여유와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였다. 

 

 

 

네덜란드의 매력이 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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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풍경

 

 

네덜란드의 매력이 대체 뭔지 궁금한 사람들, 그리고 그 매력을 알기에 그곳을 더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를 추천한다. 교환학생으로 살았던 5개월이라는 시간은 네덜란드의 모든 것을 알기엔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네덜란드의 매력에 빠지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네덜란드에 대해 글을 쓸 때면 항상 언급했듯이 네덜란드의 가장 큰 매력은 여유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가장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네덜란드의 여유로운 일상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정확히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20대가 지나가기 전에 꼭 네덜란드로 다시 떠나고 싶다. 네덜란드에서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낼 그날을 상상하며 이 책을 자주 꺼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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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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