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삶 - 공간을 말하다

도서 '공간을 말하다'
글 입력 2020.04.2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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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공간을 말하다

_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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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SS]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삶



우리는 공간에 산다. 공간은 무엇일까. 그 한자를 살펴보면 ‘空間’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사전을 살펴보면 공간은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 자리나 범위’를 의미한다고 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영역이나 세계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일상의 언어에서 우리는 언제든 이동해서 갈 수 있는 곳이나, 시간을 내어 머물 수 있는 곳을 공간이라 부른다. 나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둘 수 있는 공간, 사람이 살고 사람 일이 일어나는 공간,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공간들이 모여 이루는 ‘세상'이라는 공간이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이 존재하는 모든 곳을 정의하는 단어가 바로 ‘공간’이다.

 

사전 속 공간의 정의 두 문장만으로도 그 단어가 함의하는 것이 얼마나 방대한지 느껴진다. 무려 사람이 사는 세상부터 작은 단위의 장소까지 거의 모두를 품을 수도 있는 단어이니 말이다. 그 정의를 살펴보니 일상에서도 쉽게 사용하던 단어였던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는 무수한 혹은 한 데 모여있는 공간에 살면서 공간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두고 생각해봤을까? 공간은 생각보다 더 무궁무진한 방식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단어이고 그만큼이나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단어이지 않을까?

 

이번 글에서는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다채로운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도서를 리뷰하려 한다. 세상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며 존재해온 공간에 얽힌 이야기를 열두 가지 인문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공간을 말하다> 리뷰를 시작한다.


 

역사학,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 열두 가지 인문학적 시각에서 ‘공간’을 바라본다. 시대별 도시 입지 조건, 표준 신체 치수에서 도출한 건축 황금 모듈, 고층 건물 건축을 위한 기술의 발전, 유명 건축가가 만든 살기 위한 집으로서의 건축물, 공간 공유와 스마트화를 위한 미래 도시의 모습 등. 인간과 지역, 시대의 중심 가치에 따라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왔는지를 살펴본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살고 싶은 집과 걷고 싶은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려볼 수 있다.


- 책 소개

 



 


사람이 생긴 게 다르듯, 공간도 같은 게 없고, 이유 없이 생긴 것도 없습니다. 공간은 저마다 타고난 운명이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그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 행위가 공간, 장소, 도시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 '공간의 역사학 : 공간은 역사를 기록한다' 중

 

 

사람을 이해할 때 다양한 분야와 상황 속에서 그리고 저마다의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듯이, 사람 사는 공간 또한 그렇다. 공간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비어있는 곳에 살기 위한 공간, 사람을 위한 기능을 가진 공간을 만들 때는 분명 사람의 사유와 의식이 그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도시나 마을처럼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은 그 지역과 시대, 사회와 문화의 영향을 받아 지어진다. 공간을 짓기 위한 장소를 선택하고, 그 장소에 맞는 건축을 고민하고,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들과의 접근을 고민하고, 어떤 모습으로 만들고 또 가꾸어갈지, 어떤 공간이 더 좋고 살기 좋은 공간인지 생각을 거치는 과정은 오롯이 사람의 역할이다. 공간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무수한 고민들을 나열하면, 그리고 사람마다 저만의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다채로운 공간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을지 가늠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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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 가우디, 카사 밀라

 

 

가우디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을 관찰했고 자연과 함께했습니다. (...) 흰색 몬트세라트 돌산을 닮은 카사 밀라, 돌기둥으로 만든 아치와 아치가 떠받친 광장, 도마뱀 분수 그리고 과자집이 있는 구엘 공원은 자연을 그렸습니다. 이러한 자연은 신이 내린 곡선과 조화를 이루며 세계가 사랑한 가우디의 건축을 만들었습니다.


- '공간 경영학 : 바르셀로나, 사람과 우정 그리고 집념' 중

 


<공간을 말하다>는 이토록 다채로운 ‘공간’의 세계에서 독자들이 내디딜 수 있는 첫걸음을 안내하려는 도서다. 국내외를 오가며 건축과 도시 설계를 연구하고 실행해온 저자는 인류의 시대정신이 공간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어있는지 다양한 인문학적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원시시대 자연 속에서 동굴을 자신의 집으로 삼았던 이야기부터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오늘날의 ‘바벨탑’을 떠올리게 하는 빌딩을 짓기까지, 건축가들이 꿈꾸었던 사람과 자연을 위한 공간부터 돈과 경제로 움직이는 공간까지, 사람이 머무는 집부터 집들이 모여 이루는 도시까지, 그야말로 <공간을 말하다>는 열 두 가지 시선 속에서 공간의 세계를 자유롭게 거닌다.

 

 

인간이 만든 공간 중 거기에 저절로 생긴 것은 없다.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고민과 가치의 결과물이 공간에 담겨 있다. (...)

 

이 책의 저자는 수많은 건축물과 도시의 모습,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살피며 당신이 살고 싶은 공간은 어떤 모습이냐고 묻는다. 다양한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테고, 그렇다면 공간 또한 다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 '출판사 서평' 중

 

 


 

 

*


“시대정신을 반영한 또 하나의 시대상

다른 생각이 다른 공간을 만든다”

 

 

생각이 다르면 공간도 달라집니다. 시대정신은 ‘해야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개인 상실의 시대에서 개인 회복의 시대로 가고 있는 셈이죠. 개인의 꿈, 취향, 손길이 담긴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시대에 서 있습니다. 생각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거장의 작품도 소박한 희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 '머리말' 중

 


필자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공간이 인간적인 모습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공간은 원래 인간적인 존재였으니 사람들은 지금에 이르러서야 공간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다가가고 또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 예로 카페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카페야말로 ‘커피를 마시는 곳’이라는 기능적 정의 그 이상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사람들은 카페에 갈 때 커피의 맛만큼이나 그 공간이 가진 정체성과 개성에 관심을 가지며 그 공간에 가서 즐기고 남길 수 있는 추억과 시간을 기대한다. 카페뿐만이 아니다. 많은 공간이 같은 기능과 역할을 가지는 동시에 저마다의 정체성을 추구하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그런 공간에 관심을 가지고 또 발걸음을 옮긴다. ‘해야 하는 것’이란 규칙에서 그 공간만의 색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으로 이동하는 시대라는 말은 이러한 우리의 일상에서 만나는 공간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해야 하는 것’이 ‘하고 싶은 것’으로 바뀌어 간다는 것이 개인 회복의 시대를 의미한다는 것에도 주목할만하다. 이 맥락에서 필자는 책에 있던 ‘중산층’에 대한 내용을 함께 나누어보고 싶다. ‘중산층’의 의미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럭저럭 먹고 사는 정도’, ‘아주 어렵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여유롭지는 않은 생활’, 누군가는 중산층을 정의하는 재산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도 있겠다. 아마 대부분의 우리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한때 인터넷에서 회자되었던 중산층의 기준(2013년, 박무성, <국제신문>, 「나는 과연 중산층인가?」)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은 30평 정도의 집을 소유하고, 2000시시급 중형타를 타며,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갈 수 있어야 한답니다. 이 기준은 지금도 유효한 것 같습니다.


- ‘공간의 심리학 : 살고 싶은 삶’ 중

 


책에서 소개하는 기사의 내용도 우리의 연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이번에는 다른 국가의 ‘중산층’ 정의를 살펴보면 이렇다.


 

프랑스 사람들은 외국어나 스포츠 그리고 악기를 하나 정도 하거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잘하는 요리로 손님을 대접할 수 있어야 하며, 약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불의에 저항할 줄 알아야 중산층이랍니다.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꾸짖는 것도 포함되더군요. 이는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의 1969년 공약직에 수록된 것이기도 합니다.

 

옥스퍼드 대학교가 제시한 영국 중산층의 기준을 살펴보면 자기 주장과 신념이 있고, 페어플레이를 해야 하며, 독선을 경계하고 약자를 돕고, 불의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미국 학교에서 가르치는 중산층은 자기주장이 있어야 하고, 부정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하며, 비평지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사람들이라지요.


- ‘공간의 심리학 : 살고 싶은 삶’ 중

 


이 부분을 읽으며 필자는 스스로 당연하게 중산층의 정의를 돈과 물질의 기준을 두고 생각해왔다는 것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한국 사회도 ‘중산층’을 거론하면 모든 이야기가 숫자와 물질, 그리고 그 기준에 관한 내용이다. 이는 사회가 삶의 형태를 바라보는 기준이 그렇다는 의미라고도 이해할 수 있다. 조금만 고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면 중산층의 기준은 사람으로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고, 살아가는 일상의 방식이 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된 원인으로 사회가 지닌 배경을 이야기한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뭐든지 빨리 성과를 내고, 유교 사회의 예절을 중시하고, 개인보다는 집단에 맞추어야 했던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남이 하면 다 해야 했던, 나보다 남의 시선이 중요하고 나의 주장보다 남의 명령이 더 중요했던 ‘해야만 하는’ 사회에 우리가 있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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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저자는 한국 주거의 대표적인 건물 형태인 ‘아파트’를 이야기한다. 표정 없이 비슷한 모습으로 그저 서 있는 아파트라는 공간 자화상을 보면 그곳이 진정 ‘내가 살고 싶은 삶’ 그리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의미한다고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사람이 살고 싶은 집보다 상품으로 취급되는 집, 사람을 위하는 집보다 빠르게 효율적으로 지어야 하는 집으로서 지어진 공간들. 그리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겨우 선택하는 것으로 주어지는 ‘나의 공간’. 여전히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집의 많은 모습은 그런 것 같다.

 

집에 얽힌 현실에 대해서는 이미 모든 사람이 실감하고 있다. 필자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짓는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한 번도 꿈꿔본 적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심 책에서 소개되는 사람다운 흔적이 가득한 집들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없는 너무도 먼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공간의 경제학과 공간의 심리학이 이상적으로 만날 수 없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 사람들이 사는 공간과 삶의 모습을 둘러보면 꼭 이런 현실에만 머물고만 있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집 꾸미기 쇼핑몰이 제공하는 인테리어 콘텐츠에서 보았던 슬로건이 있다. “2년 동안은 예쁘게 살고 싶어”였다. 현실과 꿈을 적절히 요리한 문장이었다. 거의 정기적으로 원룸을 찾아다니는 대학생 필자에게는 더욱이나 공감되는 문장이었다. 원하는 집을 가질 만큼 돈이 없기 때문에 가진 돈을 쥐고 공간을 빌린 2년의 계약, 내 집이 아니여서 못질 한 번 불가능한 공간이지만 그래도 나답게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맞물린 문장이다.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공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꿈꾸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앞서 말한 ‘해야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이동하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방이라도 지금의 나를 위한 공간을 꾸며가는 것, 필자는 20대 30대 사이에서 흐르는 이런 문화가 저자가 이야기하는 “살고 싶은 삶에 이어, 다시 살고 싶은 집을 생각하는 것”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현실에선 집을 짓는 과정까지 다가갈 수는 없어도 잠시 머물 한 켠의 공간에서 지금 살고 싶은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조금씩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즉 자신이 살아갈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개인의 회복’이라는 가치가 이곳에도 있었다. 시대 정신, 사람이 살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 오롯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던 것이다.

 

 

살고 싶은 집을 꿈꾸는 건 인간의 기본권입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건 우리 모두에게 여유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살고 싶은 삶,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는 ‘싶어야’ 만들어집니다.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

 

내가 하고 싶은 게 더 중요합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우리는 튼튼합니다. 내가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듭니다. 그런 우리 동네를 만듭니다. 그렇게 켜켜이 오래도록 쌓이면 살고 싶은 집, 걷고 싶은 거리는 우리 동네의 자부심이 됩니다. 시대정신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이동합니다.


- '공간 심리학 : 걷고 싶은 거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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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말하다>는 '공간의 심리학'에 주목한 필자의 리뷰에 남겨진 내용보다 더 다양한 공간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위대한 건축 작품을 남겼던 건축가들의 철학과 미학 그리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야기, 도시를 경영하고 설계하는 이야기, 정치가 개입되는 공간, 도시에 드리워진 그림자 '슬럼', 다가오는 미래의 공간과 건축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공간에 대한 여정이 담겨있다. 공간 이야기와 함께 담긴 따스한 일러스트들은 그림 너머 실제 건물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하며 여정 사이사이에 여유를 준다.

 

<공간을 말하다>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공간에 관심을 가진 사람도,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도서다. 12가지의 시선으로 공간을 바라본다는 색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공간에 대한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도 좋지만 원하는 인문학적 시선을 골라 하나씩 읽어도 좋다. 저자의 권유처럼 마음이 가는 부분은 천천히 머물며 공간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를 그려나가며 읽는다면 더 좋은 <공간을 말하다>와의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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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 커다랗게 쓰인 제목 사이에 쓰인 작은 문장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이다. 필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덮은 책장 위로 다시 만난 이 문장을 다시 생각해봤다. 있는 그대로 자유롭다는 것, 생긴 그대로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필자가 파악한 <공간을 말하다>를 관통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다. 바로 어느 공간 하나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같은 기능의 건물이라도 사회와 문화, 그리고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지어진다. 하나의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같은 조건과 같은 모양의 땅이 주어지면 서로 다른 건축가의 철학과 미학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설계된다. 사람이 사는 집은 역사와 새로운 기술, 그리고 시대와 개인의 미학과 함께 변화를 거치며 오늘날의 여러 도시의 모습을 이루었다. 12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만큼 공간을 이루는 다양한 이유, 그리고 다채로운 사람의 일상과 그만의 미학이 맞물려 탄생한 공간들은 어느 하나 완전히 같은 것이 없다.


 

순백의 공간은 불완전하지만, 다르고 다양하게 운명이 정해집니다. 우리도 그런 것 같고 그래야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같아지려는 생각에 힘들어합니다. 생각도 재능도 다르니, 다르게 사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다양한 게 자연스럽습니다. 그땐 불완전해도 그게 답입니다. 오랜 후에 보면 불완전했던 것이 완전으로 가는 길이었죠. 그래서 불완전한 것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 누가 뭐라 해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뚜벅뚜벅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공간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 '맺음말' 중

 

 

‘어느 하나 같은 것 없는 공간’이라는 이야기는 겉모습뿐이 아닌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을 살아가는 누군가의 내면도 함께 바라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일지라도 그 안을 어떻게 꾸미고 누가 살아가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은 이런 다름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테다. 서로 다른 삶의 모습 그대로 저마다의 공간에서 살아가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에서 오는 자유로움 말이다. 다채로운 공간의 모습을 펼치는 <공간이 말하다>가 결국 전하고 싶던 메시지는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공간과 다른 사람들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유롭게 공존하며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과 공간을 꿈꾸고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

 

 


 

 

[도서 정보]

 

있는 그대로의 자유로움,

생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공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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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이상호

 

그림

설한

 

분야

교양 인문학 / 건축이야기

 

쪽수

308쪽

 

출판사

북바이북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0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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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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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Y2eon
    • 공간을 이해하는 유려한 시선과 애정에 놀랐어요. 특히 중산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대답할 때, 물론 예시로 들어주신 프랑스나 영국에서도 사실 실상을 알고 보면 크게 다를 바가 없을 거라고 느끼면서도 (인용해주신 내용이나, 타국의 예시를 통해 들어주신 설명에 반기를 드는 건 절대 아닙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물질적인 소유를 기준으로 그 범주를 규정하는 경향이 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찌 되었건, 나만의 시간과 흔적, 정체성을 온전히 담아낸 장소로서 '나의 공간'을 창조하는 일에 대해 저 역시도 고민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네요. 오예찬 님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저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애착이 큰 편이거든요. 이렇게 공간에 대해 고민해보는 문화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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