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와줘서 고마워 [음악]

글 입력 2020.04.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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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내가 유일하게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었기에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데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나의 일부로서, 나의 친구로서, 내 삶의 동반자로서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기쁨을 주며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유일한 존재이지 않을까.

 

 

이것은 나의 이야기

그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겐 전부일 수 있는 이야기

 

 


스스로 선택했던 나의 보물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끊임없이 노출됨과 동시에 영향력이라는 이름의 펀치를 서로에게 수없이 휘두르며 주고받는다.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감사한 부모님, 나와 평생을 함께할 형제들, 나에게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나와 함께 첫 발을 나누었던 친구들, 그 외 나를 스쳐 지나갈 모든 인연들.


부모님의 경제력이 내가 무언가에 도전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일에조차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고, 가족의 취미가 나의 취미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나의 미래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내 역량의 크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적부터 영화관을 방문하다 보니 이제는 영화를 하루에 3-4편도 보는 내가 되었고, 책이라면 질색을 하던 내가 친구를 따라 떼어지지 않는 발을 질질 끌며 도서관을 방문하다 보니 지금은 그 친구보다도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공부라면 시키는 부분만 대충대충 건들던 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고서는 밤 12시가 지나는 시간까지도 질문이 차고 넘치는 내가 되어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새하얀 도화지와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인연을 맺었던 그 모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며 그 위에 붓칠을 남겼고, 그 상호작용의 크기가 강할수록 혹은 작더라도 그 기간이 길수록 그 붓의 두께는 두꺼워지거나 구체적인 형상을 그려내거나 때로는 작품을 완성했을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다.


하지만 음악은 조금 달랐다. 아니 어쩌면 음악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러나 음악은 그 어떤 것들보다 내 사람들의 기호에 의한 영향이 확연히 작았음을 자신하고 확신할 수 있다. 주변인들 중 나처럼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도 없었고 어렸던 그 시절 음악을 듣는 사람을 보며 흉내 내고자 따라 들어본 적도 없었으니까. 어쩌다 보게 된 뮤직비디오에, 어쩌다 듣게 된 노래들에 홀리듯 빠져들었던 그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그때부터 내 곁엔 항상 음악이 있었다.


어렸을 적 사촌 언니, 오빠들과 함께 TV 앞에 모여 연말 가요 시상식을 보면서 눈을 반짝였던 나는 당시의 대중적인 가요 및 팝송부터 찾아 듣기 시작했고 그 후에는 (유튜브가 지금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대였던지라) 인터넷에 ‘좋은 노래 추천’을 시도 때도 없이 검색하면서 수많은 블로그에 접속하며 차트에 올라오지 않던 음악들조차 찾아 듣곤 했었다.


그리고 그 시간들 동안 음악적 취향도 수없이 바뀌어왔다. 대중음악을 시작으로 블로그에서 찾아보던 인디 노래로, 쇼미더머니가 유행하던 그 시절엔 힙합을, 그 후엔 edm을, 때로는 재즈를, 대학에 입학한 뒤엔 밴드 음악을.


그렇게 음악은 점차 내 일부가 되어왔다. 기쁨은 배로 늘려주고, 슬픔은 절반으로 줄여주면서. 노래를 트는 순간 지극히 따분하게 반복되는 일상마저도 의미를 갖게 되고 그저 그런 평범함조차도 보석처럼 빛나게 되었기에, 그렇기에 나는 음악을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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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버팀목



나는 반복을 견디지 못한다. 학습에 있어서 복습은 굉장히 중요한데 그 복습의 ‘복’ 자와 반복의 ‘복’자는 되풀이하다는 뜻으로 동일하지만 이는 다른 경우에 해당한다. 공부는 복습하고 체득할수록 새로이 알아가며 내가 성장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그럼에도 배울 수 있는 지식은 여전히 무한하기에 따분하지 않다(물론 공부하기 싫다고 느낄 때는 정말 많지만).


하지만 지겹도록 반복되는 일상에는 질색을 표한다. 그랬기에 나는 고등학교 생활이 너무나 힘들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시간에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을 가지며 똑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똑같은 시간에 집에 돌아가는 마치 내 인생이 뫼비우스의 띠인 것처럼 무던히 반복되는 일상. 그 시절 나는 공부보다 혹은 대학 입학에 대한 심리적 부담보다 그 일상이 더욱 버티기 힘들었다.


그 반복됨 속에서 나를 지탱하도록 도와준 큰 부분이 바로 음악이었다. 등하교 할 때, 잠에 들기 전, 수학 문제를 풀 때 등등 공부하기 싫을 때도 학교에 가기 싫을 때도 나는 음악을  지팡이 삼으며 다시 중심을 잡았고 그렇게 내 몸뚱어리를 다시 그리고 또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토록 소중했기에 때론 진로로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직업이 되어버리면 지금처럼 생각지 못한 새로운 멜로디를 들었을 때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는 이 순간들을 잃어버릴까 봐 (내게 음악적 재능이 없기도 하지만) 취미로 남겨두자며 나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었다.

 

 


우리는 작더라도 끊임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곤 하죠



음악을 기반으로 친해진 인연들이 있다. 쉬는 시간마다 이어폰 한 쪽씩 나눠 끼고 이를 공유하며 끝없이 음악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도 했었고 좋은 노래가 발매되면 가장 먼저 달려가 그 소식을 알려주려 했었으며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우연히 발견한 동기와의 공통점에 연락을 나누며 친밀감을 쌓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이 영향을 미친 것은 내 삶뿐만이 아니었다. 내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아버지를 따라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듯이 음악을 끼고 살던 내 모습이 동생에게도 크지만은 않지만 조금의 영향은 미치는 것 같았다. 내가 그랬듯 동생 또한 여러 노래들을 직접 찾아들었고 샤워할 때와 자기 직전에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았으며 좋은 노래는 나와 혹은 자신의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이렇듯 나는 나를 둘러싼 환경에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무던히도 많은 영향을 받으며 혹은 그 영향을 내 사람들에게 끼치며 살아오고 있다. 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냥 기록하고자 시작했지만 나만 간직하기보다는 서로 소통하고 싶어 sns에 기재하곤 했었는데 한 분이 내 글을 읽고 감히 위로가 된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니.


그간 누군가를 위로해본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며 위로를 해주었던 경험도 수없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모르는 그 사람에게 그냥 적어놓았던 내 글이 조금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이번엔 이곳을 스쳐 지나갈 혹은 잠시나마 발을 담갔다 가실 그 모든 사람들에게 내 글과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위로를 전하며 끝을 맺고자 한다.

 

 

우리 모두는 마음속 깊은 그곳에 각자의 고충을 지닌 채 살아갑니다.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이, 자신에게 붙은 그 수식어들이 처음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우리는 인간이고 모든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니,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저는 노래에 아주 많은 힘이 있다고 믿어요. 오늘 하루 힘들었을지 모를 그대에게 이 노래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riana Grande – breathin

 

 

 

the 1975 – I always wanna die (sometimes)

 


 

 

Sasha Sloan – Thoughts

 


 

 

아이유 – 마음

 


 

 

백예린 -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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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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