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애니메이션 정주행 취미가 어느샌가 나의 꿈으로 [사람]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가까이에 있다
글 입력 2020.04.18 18: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200418_170700405.jpg

 


나는 내가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도 서툴렀고, 드럼, 피아노 등 악기를 배우기 시작하면 얼마 못 가 그만두기 십상이었으며, 남들 다 하는 화장도 나에겐 서툴렀다.


항상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고 타인과 나를 비교한 채 남들을 부러워하며 살아갔다. 그리하여 ‘나는 못났다.’라는 생각으로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모든 상상이 다 이루어지고, 동경해왔던 스타들이 출연하는 영상 속으로 도피하며 지냈다.

 

내가 유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기 아닌 장기는 “애니메이션 정주행”이었다. 밤을 새우며 1화-12화까지 이르는 애니메이션들을 모두 다 봤고, 똑같은 만화를 계속해서 몇 번씩이나 돌려보았다.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였는데, 하루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영상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하여 나는 무작정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시작해 콘티를 그리고, 카메라를 사서 친구를 데리고 각종 뮤직비디오, 초단편영화 등을 찍어나가기 시작했다. 영상은 조용하고 무료하게 살아갔던 나의 삶에 큰 전환점이 되었다.


 

루틴사진_3주차.jpg

 


영상을 만들면서 나도 무언가 내세울 만한 것이 생겼다는 기쁨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무채색이었던 나에게 새로이 정체성이 생긴 느낌이었고 영상으로 인해 꿈과 목표가 생겨서 비로소 살맛이 났다.


모두가 평범하게 보이는 지하철 안, 나는 ‘영상’이라는 필살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 내가 만든 애니메이션 UCC를 선생님께서 틀어주신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영상’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영상 관련 학과에 진학한 후, 나는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몰랐던 나의 “글쓰기 능력”을 교수님들과 지인분들께서 발견해 주신 거다. 지인분들께서는 내가 작성한 영화시나리오를 보고 “글 잘 쓴다”, “잘 읽힌다”, “재밌다” 등 여러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다.

 

이 말씀을 듣고 ‘내가 좋아하는 영상과 유일한 특기인 글쓰기를 혼합하여 꿈을 가져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후, 영화 시나리오부터 시작해 영화리뷰 등 다양한 글을 써보면서 꿈의 항로를 만들어나갔다.


  

KakaoTalk_20200418_180425566_03.jpg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애니메이션 정주행 취미 하나가 꿈과 목표를 만들어주는 동시에 지금의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주었다. 생각해보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주변, 내 가까이에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꿈과 목표의 계기도 거창한 이벤트가 아닌, 소소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혹여 ‘나는 잘하는 게 없는 것 같아’, ‘제2의 삶을 다시 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내가 하고 있는 일 중 사소한 것 하나라도 눈여겨보는 것이 어떨까.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한 나무의 싱그러운 새싹일지도 모를 테니까.

 

어렸을 적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았다면, 지금은 영상과 글이라는 확실한 무언가가 있기에 더 열심히, 그리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것 같다. 인생이 무료하거나 미적지근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요리’, ‘사진’, ‘미술’ 등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한 가지를 정해서 나의 정체성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꼭 여러 가지를 잘하지 않아도 나를 대변할 수 있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간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던 이유는 만화 속 주인공들이 남들은 모르는 특별한 능력과 비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시내 거리를 돌아다녀도, 모두가 비슷하게 보이는 공연 관객석 중 한자리에 앉아있어도, 내가 특별한 존재로 인지된다면 왠지 모르게 즐거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현재, 나는 그 특별함을 나의 꿈을 통해 접하고 있다.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 지칠지라도,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다면 좀 더 생기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유수미.jpg

 

 

[유수미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