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실 앞에 서서 – 뮤지컬 최후진술 [공연]

글 입력 2020.03.3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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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은 최후 진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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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저서에서 지동설을 지지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로마 교회의 재판을 받는다. 자신의 망원경을 통해, 자신의 눈을 통해 직접 본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로마 교회에서는 이단죄를 물어 그는 결국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태양이 돈다고 진술한다. 종신형에 처하고 금서로 지정하는 종교의 판결에 대해 그는 자신이 이단 철학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대화의 속편, 즉 천동설을 지지하는 내용의 책을 저술해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한다.

건강도 안 좋고 눈도 잘 보이지 않게 된 늙은 갈릴레이는 점점 죽음으로 향한다. 그 길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만나게 된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동갑인 셰익스피어는 먼저 죽고 나서 천국으로 인도하는 길의 안내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들 삶의 마지막 하고 싶은 말, 최후진술은 무엇이었을까?
 
 
 
과학과 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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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564년생 과학자이다.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등 과학 분야를 넘나드는 이과의 대표자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이 본 하늘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2대 세계체계에 관한 대화>를 저술하지만 로마 교황청의 금서 지정으로 종교 재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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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생 극작가다. 희극, 비극 세계가 인정하는 극작가로 문학, 문과의 대표자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는 극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이러한 과학의 대명사와 문학의 대명사가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애석하게도 황천길에서 그 둘은 죽음으로 가는 자와 안내자로 만났다. 그래도 그 둘은 서로의 굉장한 팬이었다며 반가워한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서 이미 죽고 황천길에서 떠도는 학자들도 만나게 되는데 이 상황 자체가 주는 소소한 재미들이 이루어나가는 작품이다. 아래 인물들은 황천길에서 만나는 인물들이다.

 


코페르니쿠스 : 지동설을 주장하고 그 주장을 담은 책을 인쇄하고 2시간 만에 죽었다. 그의 주장은 훗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이어받았고 그가 더 정확히 이를 증명하고자 한다.


프톨레마이오스 : 천동설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죽고 보니 지구가 돌고 태양이 중심이었다면서 무식의 증거가 영원히 책으로 남았다고 책 쓰지 말라고 한다.


프레디 : 뮤지컬 <최후진술>에서의 신이다. GOD로 모든 것을 전지전능하게 통제한다. 신은 차례대로 강아지, 장미, 고양이에게 천사의 역할을 준다. 질투가 참 많은 신이다.


밀턴 : 영국 청교도 시인 겸 극작가다. 귀족 출신으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살아있을 때의 마지막 손님이다. 갈릴레이는 그에게 자신의 <대화>를 극적으로 바꾸라고, 천동설을 지지하는 것처럼 바꾸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마리아 첼레스테 :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딸이지만 연구에 몰두한 그는 딸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고 정식으로 결혼한 사람과의 아이가 아니라 사생아 처지였다. 그녀는 수녀가 되지만 갈릴레이보다 먼저 죽었고, 갈릴레이가 느끼는 죄책감과 후회 감정의 주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브루노 : 죽음 앞에서도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사상의 자유를 지키려다 화형을 당한 순교자이다. 무한 우주론을 주장하였고 이런 과학적 신념을 굽히지 않다가 로마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을 당했다.

 

 

 
진실 앞에 서서


‘진실’이라는 단어 앞에서 과학과 문학은 굉장히 다르다고 느껴진다. 과학자는 사실을 연구하고, 그것이 맞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수많은 증거를 찾아가며 연구한다. 진실을 추구하고 이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문학인은 어떤가. 사실을 담기도 하지만 극작가라면 극적으로 이 진실을 부풀리고 확대하거나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시킨다. 그러한 점에서 그들에게 진실은 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텐데 이 공연에서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한 진실을 담았지만 종교 재판에 의해서 굴복당하고 거짓을 담은 속편을 저술하고자 매달린다. 그 와중에 극작가 밀턴을 만나 자신의 글을 극적으로 아름답게 편집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 그는 천국에 가기 위해 신실한 로마 교회의 사람으로서 자신이 마주한 진실을 외면한다.


하지만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진실에 눈감지 않길 원한다. 태양이 돈다는 최후진술을 하려는 갈릴레이를 막아서고 자신이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진실이 중요하다고 외친다. 무엇보다 진실을 원하는 문학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용기 있는 모습 덕분에 두려움에 떨던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거짓된 속편을 던지며 지구가 돈다며 최후 진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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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내 어딘가 모를 두려움과 쓴맛을 느끼던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처음으로 해방된 행복한 표정을 지으니 관객들 또한 해방감과 시원함을 느낀다. 그들의 마지막 최후진술은 결국 헛되지 않은 진실이었음을 느낀다.


공연은 밤하늘 별이 되어 진실을 노래하며 반짝이는 갈릴레이를 바라보는 셰익스피어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진실을 적고자 했던 셰익스피어가 죽기 전 마지막 이야기로 진실을 마주한 인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황천길을 소재로 솔직한 이야기를 쓴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뮤지컬만의 매력

 

이 공연은 불과 1년 전 재연을 했던 공연이라 이미 보았던 작품이었다. 그때도 과학인과 문학인이 만나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했는데 이 둘을 만나게 한 이 설정 자체를 어떻게 생각해낸 건지 참 신박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황천길을 인도하는 가이드인 셰익스피어 역을 맡은 배우를 관객들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짤막하지만 다양한 인물로 등장시켜 재미를 배로 만들고 배우의 시시각각 변하는 매력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작년 공연과 줄거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밴드 사운드나 여러 율동이 달라져서 같이 본 지인도 느낌이 많이 달라졌고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보고 나오면서 마음이 채워진 따뜻한 기분을 가지고 밤하늘을 보며 집에 가는 길이 즐거웠다.


이 뮤지컬 덕분에 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과학자의 일생에 대해 공부해보는 교양 강의를 수강할 정도로 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재밌게 1564년생 과학자와 극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뮤지컬 <최후진술>을 추천한다!

 


*

최후진술
- Final Testimony -


일자 : 2020.03.13 ~ 2020.05.31

시간
화, 목, 금 오후 8시
수 오후 4시, 8시
토 오후 3시, 7시
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장소 : 예스24스테이지 2관

티켓가격

R석 66,000원

S석 44,000원

 
기획/제작
장인엔터테인먼트 / 극단장인

관람연령
만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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