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잃어버린 나의 취미 생활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3.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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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첫 글에서도 밝혔듯이, 나는 ‘집순이’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반강제 집순이 생활 중이지만 즐겁지만은 않다.


SNS에서 “집순이도 ‘자발적 집순이’일 때 행복한 것”이라는 글을 보고 정말 소름 돋을 정도로 공감됐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집’에만 있는데도 오히려 무기력하고 우울한 이유는 코로나가 나의 취미 생활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연극·뮤지컬 보기, 그다음은 야구 보기다. 놀랍게도 두 가지 모두 ‘집순이’와 어울리지 않는 취미다. 연극·뮤지컬은 무조건 공연장까지 가서 봐야 하고, 야구는 집에서 TV로 볼 수 있긴 하지만 야구장 ‘직관’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질 줄 모른 채, 1월 중순까지만 해도 퇴사하고 공연 보러 다닐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일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 티켓을 예매할 여유조차 없었기에, 2월부터는 그동안 못 봤던 연극·뮤지컬을 전부 보겠다는 결심 하나로 정신없는 생활을 버텼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무시무시한 방해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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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취소가 결정된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저승편>

 

 

많은 연극·뮤지컬이 코로나 여파로 인해 줄줄이 연기 혹은 취소되고 있다. 최애 배우의 차기작 역시 하나는 개막이 한 달 연기됐고 하나는 아예 취소됐다. 두 작품 모두 그의 필모그래피 중 내가 놓쳤던 공연이라 더욱 간절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공연을 못 본 적은 있지만 다른 이유로 공연을 포기해야 하니 더 답답하고 안타깝다. 일하면서 돈도 벌었고 방학이라 시간도 많은데 공연장에 갈 수 없다니! 공연 시작 전 조명이 꺼지는 순간의 설렘, 극장 안의 공기, 무대 위에서 빛나는 배우들. 뮤지컬 OST와 유튜브 영상으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이 모든 게 그립다.


연극/뮤지컬을 못 보는 것도 속상한데, 또 다른 삶의 낙인 프로야구 개막마저 4월 중으로 잠정 연기됐다. 3월 14일부터 시작 예정이었던 시범경기가 모두 취소된 데에 이어 개막까지 연기되다니. 모두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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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야구공 하나에 웃고 울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파란 하늘, 치킨과 맥주, 야구장을 가득 채우는 응원 소리와 깡- 소리를 내며 배트에 맞고 힘차게 날아가는 야구공.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야구장이 그리워진다. 야구장에서 경기에 푹 빠져 실컷 소리지르고 즐기다 오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진다.

 

물론 경기가 마음처럼 안 풀릴 땐 스트레스가 쌓여 "다신 야구 안 본다!"라고 큰소리칠 때도 있지만,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야구를 또 보고 있는 나였다. 야구 경기가 없는 심심한 비시즌 내내 “빨리 야구 보고 싶다” 노래를 불렀는데 야구장에 가기는커녕 중계마저 볼 수 없다니. 코로나가 정말 원망스럽다.


잃어봐야지 소중함을 느낀다고, 그동안 소소하게 즐겼던 내 취미 생활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었는지 깨닫는 요즘이다.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른 취미를 찾아보려 했지만, 연극·뮤지컬과 야구를 대체할 만한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비자발적' 집순이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잊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내 취미 생활을 즐길 것이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즐거움과 일상을 되찾을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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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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