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판단을 금한다 -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감정은 통제될 수 있다
글 입력 2020.03.1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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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대부분은 몸의 반응에 민감하다. 머리가 뜨겁거나 목이 칼칼하면 감기 기운이 있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거나 푹 쉰다. 따뜻한 물을 마시기도 한다. 발목이 아프면 당분간 걷는 걸 멈추거나, 배가 아프면 음식을 조절한다. 그러나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보인다. 눈물이 날 때 무작정 참거나 숨기려고 하고, 분노를 감당하지 못해 괴롭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서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불행해한다. 예민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남들은 별 거 아니라고 하는 일에 감정적이 되는 자신이 싫고, 바꾸고 싶다. 이따금 밀려드는 감정을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는 생각에 멈춰버릴 때도 있다. 감정은 지속되는데 말이다.

 

운동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날이 있다. 몸이 너무 찌뿌둥해서 자꾸만 처지고 피곤할 때나, 건강이 안 좋아질 때도 그렇다. 운동을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텐데, 그럴 때 가장 나를 곤란하게 하는 게 바로 끈기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데 운동을 하면 자연히 근육을 더 쓰니 아파 죽겠고, 그렇다고 운동의 효과가 바로바로 보이지도 않는다. 세상 만사 즉각즉각 변화가 나타나는 게 얼마나 되느냐마는. 그래서 대부분의 운동이 작심삼일이다.


작심삼일을 몇 주나 몇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하니 어떻게든 지속이 된다. 그마저도 싫을 땐 평상시에 자주 걷거나, 엘리베이터 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둥 사소한 활동을 좀 더 늘리는 것으로 대체하곤 한다. 어쨌거나 운동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고, 손에 박힌 가시 정도지만 몸의 변화도 보이기 때문이다. 당장 근육이 붙거나 물건을 들기 쉬워지지 않더라도, 우선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당연하게도 몸에 근육이 붙고 체력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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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심력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이 붙고 체력이 느는 것처럼, 꾸준한 마음 훈련으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고 평화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은 자신의 감정에 지배당한 적 있는, 주변에서 예민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사람에게 아주 적합한 책이다. 병원을 가기엔 그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 같진 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다면 운동 유튜브를 보듯 가벼운 마음으로 읽길 추천한다. 운동과 똑같다. 끈기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작심삼일을 몇 번이라도 반복한다면 분명 이전과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의 사건이나 타인의 행동을 매사 자신과 연결 짓거나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태도로 접근한다면 삶에 불필요한 고통만 늘어난다. 이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타인의 행동과 말에 숨겨진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멈춰야한다. 설사 타인의 언행에서 당신을 힐난하는 뉘앙스가 느껴진다 해도 무작정 본인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보고 상황 속 정보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P.191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내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저자가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책에 집중하게 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문단을 가져왔다. 아래도 같이 읽어보자.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자기 스스로의 판단은 물론 당신을 향한 타인의 판단, 타인을 향한 당신의 판단을 모두 내려놓을 때 감정의 강도는 낮아진다.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 아니다.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 잣대를 버리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P.200

 

 

요새의 고민이었다. 이상하게 사람을 만나고 나면 괜히 더 우울하고 내가 말을 제대로 했는지, 내 말에 속상한 사람은 아니었는지 곱씹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말을 할 때 가나가 표정이 안 좋았지. 다라는 비웃는 거 같았고. 비단 최근 일 뿐 아니라 굳이굳이 성장판이 채 닫히지 않았던 먼 과거의 일까지 꺼내어 곱씹고 후회하고 이불을 차곤 했다. 내가 원해서 그런다기 보다, 물건이나 상황에서 그때의 일이 불현듯 생각나고, 새삼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휩싸였다. 그만 두어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그만두는지는 알 수 없었다.

 

책은 이런 생각을 곱씹는 행위에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가나가 표정이 안 좋았던 게 내 말이나 행동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나는 가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라가 비웃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진심으로 웃어도 비웃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생각은 모두 내 판단이 들어간 것이다. 상대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않고, 부정적으로 판단을 내려버리면 상대를 본의 아니게 의도할 수도 있고, 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그저 가나의 표정이 굳어있었고, 다라는 웃었다, 정도의 사실만을 인지한다면 마음이 불안할 일도 없다.

 

말은 쉽지. 그게 가능하면 나라고 안 했겠어? 물론 말은 쉽다. 운동도 말은 쉽다. 언제나 실제로 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꾸준히 노력한다면 말만큼은 아니더라도 운동이 쉬워지는 것처럼, 격렬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도 똑같다. 책에선 우선적으로 수용을 하라고 말한다. 수용이라니. 수용성 지용성에 대해 배울 때 말곤 그렇게 들어본 적도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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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민감한 사람은 지나치게 격렬한 감정이 찾아올 때, 이 감정이 일상을 망가뜨릴까봐 불안해한다. 때로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 책은 감정이란 관심을 받고 싶어해서 그럴 수록 더 강하게, 집요하게 괴롭힌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선 그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수용해야한다는 것이다. 내가 짜증이 날 때 짜증이 안 났다고 거짓말을 하거나, 억누르지 말고 우선 내가 짜증이 났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 그 뒤에 왜 짜증이 났는지 생각해본다. 친구 때문에 짜증이 났다고 생각해 화를 냈는데 잘 생각해보니, 뜨거운 여름이라 너무 더워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할 잘못이 없다. 짜증을 내게 한 원인은 더위니까. 이렇듯 짜증이 났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하고 수용해야만, 왜 짜증이 났는지 파악하고, 다음으로 진행할 수 있다.

 

사소하게 나를 괴롭히는 문제라 책을 읽고 나서부터 바로 연습해보았다. 주로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부끄러운, 소위 말하는 이불킥 할 행동이 떠오를 때 판단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과거에 내가 한 행동이 부끄러운 이유는, 그때의 행동이 옳지 못했거나, 그때 주변 반응이 수치를 줄 때 두 가지 상황이 있다. 그때의 행동이 옳지 못해 부끄러운 과거는 이제 그 행동이 부끄럽다는 사실을 알 만큼 더 성장했으니 괜찮다고 다독였고, 주변 반응 때문에 부끄러운 과거는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때 사람들이 정말 나를 비웃었던 걸까? 그냥 즐거워서 웃었는데 내가 비웃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혹은 정말 비웃었다고 해도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놀랍게도 바로 좋아지는, 즉효약 같은 마법을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부끄러움은 줄어들었다. 천천히 다시 떠올려보면 부끄러운 과거 중 몇몇은 내가 그 당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했을 때이기도 했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인식하여 열심히 했던 나 자신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가치 판단이 일어난다.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 것이다, 하는 판단을 하게 된다. 판단이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함으로써 위험에서 내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고, 좀 더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수 많은 타인의 판단에 휩쓸려 나 자신을 잃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색이 사실 타인이 잘 어울린다고 자주 말해서 그렇게 느낀 걸지도 모른다. 수많은 판단 속에서 살면서 나까지 나를 판단하여 괴로워할 이유는 없어보인다.

 


자기 자신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믿음은 과거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어린 시절 무언가로부터 도망쳤거나 누군가에게 심한 말을 내뱉는 식으로 충동적으로 행동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일 뿐, 이제 당신은 충동적으로 반응하지 않을뿐더러 어렸을 때보다 신중한 태도로 결정을 내릴 줄 안다. 더 이상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자기 자신을 충동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잘못된 믿음이다. P.269

 

 

책에서는 그렇게 과거에 지나치게 집중해 자아가 흔들리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한다. 누군가는 나 자신을 알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역사가 반복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멈춰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행위는 위험하다.

 

조금 더 자신을 믿어보자. 어릴 적 수영을 못하던 사람 중 커서도 그때의 불안이 남아 수영을 배우지 못하거나,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수영장 바닥이 발에 닫지 않던 어릴 때와 달리 지금은 충분히 발이 닫고, 위험 요소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감정도 그렇다. 때로 사람들은 과거에 지나치게 집중해 현재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다.

 

고작 책 한 권 읽어서, 연습장에 몇 자 적는다고 변하겠냐며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면 과거의 당신을 떠올려보자. 아주 어릴 때, 계단도 제대로 올라가지 못해 누군가 잡아줘야 간신히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두발 자전거에서 자꾸 넘어져 도로 네발 자전거를 타고 다녔을 지도 모른다. 모두가 어른을 올려다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을 보자. 이제 당신은 계단을 오를 수 있거나, 두발 자전거를 수월히 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때에 비해 키와 손발이 커지는 변화는 확실하게 생겼다. 사람은 모두 변한다. 변하고, 성장한다. 사소한 연습이지만 책을 읽고 부족한 점, 자신에게 필요한 연습을 꾸준히 해 나간다면 당신의 마음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지은이 ․ 캐린 홀

 

옮긴이 ․ 신솔잎

 

분야 ․ 인문학 > 심리

 

발행일 ․ 2020년 2월 7일 

 

판형 ․ 130*200

 

면수 ․ 348쪽

 

값 ․ 16,000원

 

ISBN ․ 979-11-88545-77-3 (0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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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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