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답지만 쓰라린 '관계'에 관한 고찰 - 나뭇잎 정리하기 [사람]

글 입력 2020.03.0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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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누군가를 안 만날 수는 없고 그 아무리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사람을 피하기보다 자신이 생각하는 관계의 의미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도움이 되고자 내가 생각하는 관계에 관한 생각과 방법들을 가져왔다. 20년 남짓의 삶에서도 많은 이별, 상처 그리고 아픔을 겪었던 나는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관계에서 그나마 덜 아플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들어가며 : 관계란 무엇인가?


 

먼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의미를 정의하고 싶다. 나에게 ‘관계’란 ‘나무의 나뭇잎’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의도치 않은 나뭇잎이 떨어져 나가고 내가 간신히 잡고 있었던 나뭇잎조차 아무 이유도 없이 떠나간다. 반면에 시들고 썩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뭇잎들은 줄기가 어떻게 그렇게도 강한지 잘 떨어지지도 않고 내 몸을 꼭 붙잡고 있어 야속하기만 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손이 없어 내 마음대로 병든 나뭇잎들을 떼어낼 수도 없다. 그러다가 나도 썩어들어가고 내 마음은 천천히 시들어간다. 그래서 ‘관계’는 참으로 알 수 없는 존재이다.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이 던진 순간의 말에 상처 입고 나와 상관없다고 느낀 낯선 사람의 말 한마디에 동요하기도 한다. 정의할 수 없어 더 아름답고 쓰라린 존재, 그것이 바로 ‘관계’이며 ‘나뭇잎’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나열할 방법들을 전체로 묶어 ‘나뭇잎 정리하기’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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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뭇잎 정리하기 첫 번째“먼저 기대하지 말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이만큼 베풀면 나에게도 이 정도는 돌아오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열기 전에 나에게로 돌아올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고 그것에 맞추어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내 생각과 달리 친절해도 쉽게 좋아하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으려 하며 내 감정을 먼저 들여다본다.


여기서 ‘먼저 기대하지 않기’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람을 대하라는 의미보다는 내 감정에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 상대방의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묵묵히 내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상대방의 반응에 휩쓸려 내 행동을 바꾸기보다 내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기대하지 말기’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2. 나뭇잎 정리하기 두 번째“알아보기”, “멀리에서 발붙이고 있기”



나는 처음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여러 번에 걸쳐 만난다. 귀찮지 않을 정도의 여러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하고 그 사람과 이야기하며 그 사람의 눈에 집중한다. 이상하리만치 신기한 일을 많이 겪으면서 나에게는 사람을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는데 보통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며 성격을 파악하거나 순간순간 상대방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말들을 잡음으로써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간다.


각자 사람을 파악하는 법은 다르지만 나는 이런 방법으로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었을 때 서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지를 가늠해본다. 한 번 보고 사람을 단번에 파악할 수 없으니 다양한 사람을 많이 만나며 알아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감정이 다치지 않을 거리에서 잠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다. 동시에 그 사람과의 연관성을 만들어 놓고 지켜보면서 ‘내가 그 자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와 ‘어떤 마음으로 관계를 지속해나가야 하는지’를 볼 수 있다.


쉽게 생각하면 야구경기에서 선수들이 베이스에 발을 걸쳐 놓고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언제든지 나의 감정을 찾아 그 관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구실을 만들어 놓는 것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리고 사람들에게 지치지 않는 나의 방법이다.


 


3. 나뭇잎 정리하기 세 번째 “쉬어가기”, “연습하기”



나는 유독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친구 문제를 심각하게 겪었다. 단단한 마음보단 한 번 짓누르면 터질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더 힘들고 아팠다.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겉모습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제외하는 게 낯설고 무서웠다.


썩을 대로 썩어 도저히 다시 일어날 엄두를 못 내고 있을 때 나는 생각했다. ‘잠시 다 제쳐놓고 쉬어가자’라고. 나에게 올 이득도 해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쉬면 된다. 잠시 나를 둘러싼 소음을 손으로 막고 눈을 감고 숫자를 세면 목소리가 안 들렸다. 그 어떤 방법으로든 이처럼 잠시 쉬어가며 모른 척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나는 상황을 연습했다. 친구가 할 말에 대한 대답을 미리 생각했고 친구와 일을 계획하고 나서 서로에게 화가 날 상황 또한 미리 생각하여 찬찬히 푸는 연습을 했다. 어떤 친구가 나를 보며 ‘별것 아닌 일에 애를 쓴다’라고 했을 때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는 연습을 안 해봤기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그 친구처럼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모든 상황에서 자신을 두 번째로 두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남의 의견에만 집중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렇게 보이든 아니든 간에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미리 고려해보되, 자신의 의견을 지킬 수 있는 선에서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나뭇잎 정리하기 마지막 “마음껏 발산하기”



그런데도 내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한 번 놓치면 다시 붙잡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나고 그때는 앞의 방법들을 생각하며 고민하기보다는 온전한 감정에 맡기고 생각을 마음껏 발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당신과 가까워지고 싶어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말 그리고 몸짓이면 충분하다.


내가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때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살피는 것보다 내가 누구인지 먼저 피력하는 것이 더 도움될 것 같다. 나는 도저히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어려울 때는 SNS를 이용해 간단한 말부터 꺼냈고 본격적인 말을 하기 전에 나와 그 사람과의 공통점 예를 들어 같은 동아리 같은 학과 또는 같은 관심사 등으로 거리감을 좁히고 후에 낯선 나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나를 드러냈다.

 

 


나가며



앞으로 관계를 만들어나갈 때 이 방법들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이 글을 보고 조금 더 자신에게 다가가고 지금까지 인간관계로 힘들어했던 자신을 안아주고 자주 말을 건네기를 바란다. 저 방법들도 결국은 나 자신을 단단하게 세웠을 때 의미 있는 것이며 관계는 내 자체가 아닌 ‘내 주위의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관계로 아파하는 사람은 많고 이 관계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을 버려가며 희생도 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에게 되돌아와야 한다.


많은 고민을 통해 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에 성공한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관계 세계’를 만들고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에세이 속 내용과 같이 자신만의 '관계세계' 속에서 찾은 방법을 말한다. 그러나 개개인의 관계 세계가 다른 이 시점에서는 이 방법들을 그대로 따라하기보다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방법을 찾아 나뭇잎을 내 의지대로 정리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누군가는 창밖을 보며 관계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이 글이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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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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