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정말 집에서 ‘일’을 할 수 있나요? [사람]

글 입력 2020.02.28 18:4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코로나19 때문에 출퇴근 대신 재택근무로 돌리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모든 내선번호가 개인 휴대폰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바꾼다거나, 사내 메신저를 활성화하는 등 회사마다 대처법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출퇴근이라는 손쉬운 감시의 수단 없이도 평소에 큰 차이 없는 수익을 뽑아내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가 다니는 직장 역시도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다만 인턴 신분인 데다 팀에 일이 많지 않은 시기인 나는, 어차피 계약이 만료된 차라 재택근무 시스템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자연히 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게 된다.

 

집에서 일한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프리랜서들은 많지 않으나 즉각 떠오르는 이름 몇 개가 있다. 전부 작가들이다. 대표적으로 헤엄 출판사의 대표이자 <일간 이슬아> 등의 저자인 작가 이슬아는 자택에서 모든 원고 작업을 진행한다.


일을 계속 해나가기 위해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도 잊지 않는다. 집에서 근무하면 편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그는 철저한 계획 하에 자기관리와 업무를 모두 해 나간다. 회사와 사무실이라는 주어진 공간, 상사라는 감시의 시선이 없는 자유로운 집에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1847827358_M69sK1te_https___blogs-images.forbes.com_manondefelice_files_2018_06_beverage-computer-flower-948888-1200x907[1].jpg



누군가에게는 출퇴근의 번잡함과 피로, 인간관계라는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일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피곤하더라도 사람들과 부대끼는 회사에 있을 때가 아니면 스스로를 ‘조이기’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다. 나는 굳이 택하자면 후자의 입장이고, 출근을 할 때면 언제나 전자를 갈망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마 하루하루를 견뎌 나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집에서 일하기’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 관리가 아니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과 일터라는 공적 공간의 분리가 사라지는 것이 두렵다. 프로페셔널한 프리랜서들은 아마 집이라는 공간 아래에서도 업무를 하는 공간, 가령 책상이 있는 방과 생활을 하는 공간인 침실을 분리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말이 쉽지, 집에는 푹신한 소파와 침대가 있고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어도 뭐랄 사람도 없다. 마치 집에서 시험 공부가 전혀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괴롭더라도 어딘가 정해진 공간으로의 규칙적인 이동이 사람을 일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마음 한켠에 프리랜서라는 직업에 대한 로망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내가 사회생활에 미숙하다는 걸 깨닫는 매 순간이라던지, 내 일에 마음껏 집중하기에는 너무나 오픈되어 있는 사무실 책상 같은 건 자꾸만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나먼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 나만의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가까운 미래에라도 나의 능력을 살려 집에서 일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1311.jpg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걸 안다. 또한, 정말 프리랜서로 자신의 생업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이 문제에 훨씬 진지하게 접근했을 것이고 이를 위해 포기하고 노력하는 것도 무지 많다는 사실도 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프리랜서들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여전히 한 편으로는 그들처럼 되길 꿈꾸고 있다. 내공이 쌓이게 되면 언젠가는. 그럼에도 내일은 여전히 인적성 준비를 위해 스터디에 나가고 자소서를 마저 다듬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