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싸이코같은 우리지만 - 레드벨벳 "Psycho" [음악]

글 입력 2020.02.28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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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M엔터테이먼트

 


아무 가사도 없고, 현악기의 스타카토. 그리고 ‘싸이코’라는 속삭임뿐이었다. 그런데도 티저 영상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티저 영상과 사진에서 보여준 레드벨벳은 ‘벨벳’ 컨셉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했다. 유령 신부처럼 한밤중에 면사포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 누군가를 기다리며 등불을 들고 있는 모습, 지루한 듯 하품을 하며 시간을 낚는 어부가 되기도 한다. 오컬트적인 요소가 담긴 티저 영상과 사진, 그리고 ‘싸이코’라는 제목을 봤을 때 오싹하고 기괴한 음악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음악을 들어보니 티저 영상과는 정반대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겨울, 특히 연말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노래였다. 느린 템포와 코드가 겨울에 어울리듯 우아하고, 서로 죽고 못 사는 연인들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가사는 매력적이었다. 사연을 읽은 듯 노래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상대에게 말을 하듯 평소 말하는 어투와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독백이 드러난 사연. 누가 뭐라 해도 서로를 끌어당기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노래했다.

 
  


 

널 어쩌면 좋을까

이런 맘은 또 첨이라

Up & Down이 좀 심해

조절이 자꾸 잘 안돼

하나 확실한 건

I don’t play the game

 

우리 진짜 별나대

그냥 내가 너무 좋아해

넌 그걸 너무 잘 알고

날 쥐락펴락해

나도 마찬가지인걸

 

우린 참 별나고 이상한 사이야

서로를 부서지게

(부서지게)

그리곤 또 껴안아

(그리곤 또 껴안아)

 

You got me feeling like a

psycho psycho

우릴 보고 말해 자꾸 자꾸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니 말야

이해가 안 간대

웃기지도 않대

 

맞아 Psycho psycho

서로 좋아 죽는 바보 바보

너 없인 어지럽고 슬퍼져

기운도 막 없어요

둘이 잘 만났대

Hey now we’ll be ok

 

Hey trouble

경고 따윈 없이 오는 너

I’m original visual

우린 원래 이랬어 Yeah

두렵지는 않아

(흥미로울 뿐)

It’s hot! Let me just hop

어떻게 널 다룰까? Ooh

 

어쩔 줄을 몰라 너를 달래고

매섭게 발로 차도

가끔 내게 미소 짓는 널

어떻게 놓겠어 Ooh

 

우린 아름답고 참 슬픈 사이야

서로를 빛나게 해

(Tell me now)

마치 달과 강처럼

그리곤 또 껴안아

 

You got me feeling like a

psycho psycho

우릴 보고 말해 자꾸 자꾸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니 말야

이해가 안 간대

웃기지도 않대

 

맞아 Psycho psycho

서로 좋아 죽는 바보 바보

너 없인 어지럽고 슬퍼져

기운도 막 없어요

둘이 잘 만났대

Hey now we’ll be ok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난 온몸으로 널 느끼고 있어

Everything will be ok

 

(You got me feeling like a psycho)

Like a psycho psycho

우릴 보고 말해 자꾸 자꾸

다시 안 볼 듯 싸우다가도

붙어 다니니 말야

둘이 잘 만났대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It’s alright

It’s alright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Hey now we’ll be ok

 

It’s alright

It’s alright

 

우린 좀 이상해

Psycho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너와 나



티저 영상과 노래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티저 영상과 더불어 뮤직비디오와 노래는 서로 다른 것을 노래하듯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 같다. 노래에선 나와 너의 관계를 정의하며 ‘우리답게’ 가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반면, 뮤직비디오에선 전체적으로 어두운 세트장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흰 날개처럼 생긴 머리 장식과 흰색, 검은색 옷이 영화 <블랙 스완>를 연상시킨다.

 

스토리라인과 장소, 의상 등. 곳곳에 영화 <블랙 스완>을 오마주한 흔적이 보인다. 영화 <블랙 스완>은 자아의 대립, 성격이 다른 자아의 대립을 통해 억압에서부터 자유로워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뮤비에선 흰색 옷을 입고 있는 멤버를 선으로, 검은 옷을 입은 멤버를 악으로 비춘다. 대립을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며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순수하지만 연약한 백과 본능적이고 강인한 흑의 대립. 선과 악의 대립이라기보다는 이성과 본능(욕망)의 싸움으로 바라보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완전한 선(또는 이성), 완전한 악(또는 본능)을 가진 인간은 비정상적이다. 한쪽의 일방적인 억압은 부자연스럽고 내면을 망가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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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선은 연약하고 어딘가에 갇혀 있다. 그러다 서서히 선은 본능에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편지가 묶인 돌로 거울을 깨트림으로 억압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 자유를 통해 선, 악, 욕망과 감정을 가진 자아가 완성됨을 보여주고 있다. 그 표시는 순백의 옷을 입은 아이린과 검은색 옷으로 무장한 슬기가 등을 맞대면서 교차하는 춤을 통해 보여준다.

 

조금은 심오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뮤비와 다르게 노래는 너와 나의 이상한 관계를 풀어내고, 솔직한 마음을 고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느 사랑 노래와 다를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뮤직비디오와 연관해 해석한다면 ‘너’는 단순히 연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아’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외면한 모습까지 사랑하고 인정하는 과정까지. 여러 모습을 한 자아와 충돌해 부서지고 깨져 조각난 파편조차 끌어안는 사랑을 보여준다. 만나기만 하면 다시 안 볼 듯 싸우고 서로를 부서지게 하는 관계지만,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슬프고 아름다운 관계를 노래하고 있다. ‘싸이코’라는 과격한 단어를 사용하면서까지 나를 표현한 이유가 내면의 갈등으로 인해 이상해 보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가끔 유튜브에서 시청자의 연애 사연에 참견하고 조언해주는 영상을 본다. 영상을 보다 보면 왜 헤어지지 못하고 관계를 억지로 붙들고 있는지, 왜 바보 같이 행동을 하는지 늘 궁금하다. 제삼자가 봤을 때는 이상한 관계지만, 당사자는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 그 외에는 보지 못한다. 옆에서 아무리 조언을 해봐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지만 답답할 노릇이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랑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걸 깨닫는다.

 

사랑은 사람을 비이성적이고 비상식적으로 만든다. 어떤 사람보고 ‘싸이코’라 부른다면 정신병이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보다는 비상식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싸이코 같다고 한다. 노래에서 말하는 싸이코는 계속 싸우면서도 붙어 다니고, 서로 좋아 죽는 바보가 되어버린 나를 말한다. 옆에서 볼 때는 이상하고 모든 걸 불태워버릴 정도로 사랑에 목매는 나와 너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바로 싸이코다. 사랑이 늘 그렇듯 이성을 마비시킨다. 예측 불가능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주범은 항상 사랑이다. 남들의 눈에 보길 너와 나는 싸이코 같고, 나도 느끼기에 싸이코 같다.

 

 

 

슬픈 음악과 아름다운 가사



겨울에는 기분이 이상해진다. 추위와 함께 몰려오는 기분 나쁨은 오묘하게 내 마음을 덮친다. 별것도 아닌 것에 기분이 나빠지고 쉽게 격해지는 등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겨울과 사랑은 비슷하다. 감정을 흔들어놓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닮았다. 겨울은 가장 어둡지만, 가장 화려하다. 가장 어둡고 차갑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밝고 화려한 빛을 볼 수 있다. 사랑도 사람을 고귀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Psycho”는 괜히 우울하고 슬퍼지는 겨울과 어울리는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이다. 너와 나를 인정해가며 결국에는 우리답게 가보자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괜찮을 거라며 안심시키는 가사를 통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뜨겁고 강렬하다. 상대를 향한 감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듯 끓어오르고 있다.

 

하지만, 가사를 담는 음악은 슬프고 아련하다. 현악기의 스타카토가 듣는이를 사로잡고, 후렴에는 웅장한 베이스가 곡의 분위기를 이끈다. 한 번 들으면 계속해서 귓가에 남는 강렬한 음악과 레드벨벳 멤버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진다. 특히, 눈물을 머금고 있는 웬디와 슬기의 가성 부분은 음악의 슬프고 아름다움을 더욱 부각한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곡이라니. 모순적이다. 가사가 슬프고 아련한 음악과 만나 찬란하게 빛난다. 마치 너와 나처럼.

 

 

 

사랑에 눈먼 우리가 할 수 있는 주문



“psycho“에 붙여진 여러 수식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쿨하고 스윗한 러브송’이라는 수식어가 있다. 하지만 곡을 과연 ‘쿨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긴 고민 끝에 ‘우리답게 가보자’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가자는 결론을 내린다. 가사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쌓았던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진다. 울고, 부서지고, 엉망이 되어버려 내린 결론을 쿨하다고 정의하는 건 노래가 가진 의미를 제한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가사에서는 남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 내가 느끼는 너, 너와 나의 관계 등등 너에 대한 여러 생각과 감정이 집약되어 있다. 남들의 말과 내 생각이 계속해서 교차한다. 자신도 너와 나 사이가 이상하고 별난 걸 알지만 멈출 수 없는 걸 알고 있다. 서로를 부서지게 하고 슬프게 하는 사일지라도 계속해서 직진하는 행동은 어찌할 수 없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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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론은 이렇다. “Don’t look back, 그렇게 우리답게 가보자”. 벅차오르는 음악과 주문을 외듯 반복되는 “Hey now we’ll be ok” 라는 가사로 분위기가 반전된다. “둘이 잘 만났대”라는 주변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꿋꿋하게 그들의 속도로 나아갈 것을 다짐한다. 이는 자기 긍정의 주문이자 남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다. ‘우린 괜찮을 거니까 신경 안 써.’ 조이의 단호한 손 제스처가 이 말에 힘을 실어준다.

 

고민 끝에 담담하게 전하는 진심이 노래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 우린 괜찮을 거라고. 반복되는 가사가 벅차오르는 감정과 섞여 듣는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 가사를 계속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은 안도감이 든다. 끝을 알 수 없는 것에 부딪힐 때 주문을 외워보자. It’s al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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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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