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그 시절은 내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글 입력 2020.03.0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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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설레서 잠이 오지 않았던 적이 있을 것이다. 교환학생 시절 추억을 꺼내볼 때면, 소풍 전날 잠 못 드는 아이가 된 것처럼 내 마음이 일렁인다.


어제는 새벽 다섯 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다. 같이 암스테르담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친구 C가 보낸 한 장의 사진으로부터 시작된 추억 여행. 분명 열두 시쯤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노트북을, C는 외장하드를 꺼내고 있었다.


우리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웃고 이야기했다. 어디서 찍은 건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헷갈릴 때는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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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테라스에서 바라본 노을.

 


추억 여행의 주제는 사소했다. C의 방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며 함께 바라봤던 노을이나 우연히 들어간 겐트의 카페에서 먹은 눈물날 정도로 맛있었던 바나나 타르트 이야기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또 기숙사 앞마당에 돗자리 대신 안 쓰는 샤워 커튼을 깔고 누워있는데 비가 쏟아져 커다란 샤워 커튼을 뒤집어쓰고 뛰었던 날의 추억. 꽤 멀리 있는 이케아에서 쇼핑을 잔뜩 하고는 교통비라도 아껴보겠다고 무거운 짐을 낑낑대며 들고 걷다가 결국 택시 타고 돌아왔던 우리.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유럽에서의 소소하지만 소중했던 일상 속에서 하루에 한 번은 꼭 ‘행복하다’고 얘기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사실 교환학생 시절 추억을 꺼내보다 늦게 잠든 건 어제뿐이 아니다. 거의 매일 밤 여행지별로 사진을 정리하며 추억 여행을 떠난다. 며칠이면 끝날 사진 정리를 아직도 끝내지 않은 건 계속 사진을 꺼내볼 핑계를 만들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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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암스테르담 운하.

 


암스테르담으로 떠났던 작년 1월 29일로부터 일 년이 넘게 흐른 지금, 여전히 교환학생 시절을 추억할 때마다 설레는 이유는 그때의 행복이 생생히 떠올라서가 아닐까.


교환학생으로 유럽에 머물렀던 여섯 달은 내 청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아직 스물네 살밖에 안 됐으면서 청춘이 다 지난 것처럼 말하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때의 난 빛난다는 말로도 다 표현이 안 될 정도로 반짝였고 생기로웠다.


유럽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면 다 드러난다. 무엇이 그리 행복했을까, 왜 그리 즐거웠을까. 별것 아닌 일에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그때의 나. 모든 게 새로웠고 설렜으며, 마음에 여유가 넘쳤다.

 

스무 살 때 ‘청춘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써야 했다. 고민 끝에 청춘은 ‘사계절’이라고 적었다. 꽤 오래 전에 했던 생각이지만 여전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청춘’이라 하면 보통 봄이 떠오르지만, 사계절과 모두 닮아있다. 봄처럼 설레고 두근거리면서 여름처럼 열정이 넘치기도 하지만, 가을처럼 때론 쓸쓸하고 겨울처럼 춥고 힘들기도 한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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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의 여름 풍경.

 


교환학생으로 살았던 200여 일은 내 청춘의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이었다. 봄처럼 모든 게 새롭고 설렜으며 여름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했다. 새로운 곳에 가보고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게 두렵지 않았다. 그때의 난 초록 물결이 넘실대는 봄여름처럼 반짝거렸다.


하지만 지금은 청춘의 겨울 그 어디쯤을 지나고 있다. 취업 걱정에 자꾸만 움츠러들고 눈보라에 갇힌 것처럼 앞이 흐릿하게 보이는 그런 청춘. 그래서인지 생기로웠던 그 시절이 날 더욱 설레게 한다. 교환학생 시절 추억을 꺼내볼 때면 온갖 걱정에 답답했던 가슴이 다시 두근대기 시작한다.


떠올릴 때마다 한없이 설레고 아련해지는 교환학생 시절은 내 청춘의 봄과 여름이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봄을 맞이하기 위해 청춘의 겨울을 견뎌내게 하는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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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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