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언럭키 캔디 찬실씨의 등장이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글 입력 2020.02.20 09: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200219051647_fwverqrm.jpg

 


사는 거 참 쉽지 않다. 포도처럼 우리 삶의 토대는 얄팍하기 짝이 없는데 그 얇은 몸체에 다양한 문제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먹고사는 문제, 가치의 문제, 명예의 문제를 대충 따지다 보면 등허리가 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영화의 제목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픽 웃어버렸다. 삶을 복으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할뿐더러, 약간은 우습기 때문이다.

 

남들이야 어쩔지 모르지만, 내 삶의 어휘에서는 복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거 참 복스럽게 먹는다. 자네 이번 연도에는 재물복이 터졌어. 새해 인사에서, 적당히 사용되는 인용구에서, 맹신하기도 민망한 점집의 조언. 이 정도가 '복'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이다. 뭐가 되었건 '복 받았다'라는 표현이 정말 행'복'의 복으로 사용되는 게 참 어색시럽다.

 

사실 당연할지도 모른다. 복은 어떤 만족한 상태나 배당되는 몫이 많음을 의미하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족한 상태' 나 '몫이 많기'란 참 어렵기 때문이다. 연시에 발송되는 우편에 그려진 한복 소년 소녀만이 사용하는 단어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 찬실 씨가 뭐 어떻길래 만족한 상태나 몫이 많다고 표현할 수 있는 걸까? 찬실 씨는 세상을 조증과 같은 텐션으로 바라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핵 금수저일까? 유감스럽게도 이 찬실 씨는 복이라는 단어랑 멀어 보인다.

 

영화의 주인공 찬실 씨는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정말 유감스럽게도 그녀는 영화 프로듀서로써의 일마저 끊겨버렸다. 결국 그녀는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아가려 한다. 그러나 웬일인가,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찬실 씨를 뒤흔 들어 놓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러운 남자까지 등장한다. 새로운 이웃 할머니도 따뜻하기 그지없다.

 

 

20200219225118_mexqoowe.jpg

 


내가 점을 쳐본 적은 없지만, 찬실 씨의 상황만 보고 말한다면 자네는 삼재야 삼재,라고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 찬실 씨가 "이번 생애는 망했네"하는 것은 별로 과장이 아니다. 운이 좋아 친한 배우의 도움으로 직장 문제를 해결했지만, 어떻게 좌절이나 실망이 없겠는가. 소위 말하는 헬조선에서 찬실 씨가 국가적 도움을 얻기도 어렵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실 씨한테도 봄이 오나, 상황은 엉망인데 사람이 꼬인다. 다시 '복'에 대한 정의로 돌아가서, 일단 찬실 씨가 세상으로부터 뭔가 나눠먹은 몫이 많지는 않다는 것을 알겠다. 이것이 자조 어린 농담이 아니라면, 찬실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생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인가?

 

찬실 씨는 내 친구 하나를 떠오르게 한다. 걔는 맨날 '난 운이 참 좋아'라고 이야기한다. 걔가 진짜 운이 좋은 건 아니다. 심지어 걔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뭐 우리가 생각하는 하여튼 좋은 것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왜냐고 물어보면 "그래도 사지 멀쩡하게 태어났잖아." 나 "오늘 교직원 돈까쓰잖아."라고 이야기했다.

 

내 작은 세계에서는 그 말들은 처음에는 하이퍼-조롱 쟁이의 수준 높은 농담이었다. 그런데 반쯤 습관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면서, 처음엔 약간 감히 불쌍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계속 그 꼴을 보다 보니, 나중에는 나름대로 납득하게 되었다.


그냥 내가 결론을 공유해보자면, 그렇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만족할만한 것들을 찾는 것이 그 애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엄격한 의미로 그 애는 그 누구보다 리얼리스트였던 셈이다. 개츠비가 반짝이는 눈으로 재산을 모았던 것처럼, 그 태도는 가벼워 보이면서 뚜렷한 정체감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찬실 씨가 말하는 것이 캔디의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기는 왜 울어"인지, 내 친구가 받아들인 기묘하게 낙관적인 현실주의인지 모른다. 아니면 앞서 말했듯, 하이퍼-조롱 쟁이의 수준 높은 농담일 수도 있다. 복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진 현대인에게도 찬실 씨는 과연 자기가 복이 많다고 설득할 수 있을까? 약간의 장난스러움까지 묻어나는 시놉시스와 제목의 불일치에 고개를 기웃거려본다.

 

 

<시놉시스>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메인 예고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
- LUCKY CHAN-SIL -


각본/감독 : 김초희
 

출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3월

등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96분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