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빌 없이 보는 알렉산더 칼더 展

글 입력 2020.02.13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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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알렉산더 칼더는 모빌의 창시자로 워낙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키네틱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연 예술가로 평가되고 있다. 예술은 모두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에, 자신부터 예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그 사랑을 대중과 나누고 싶어했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사차원적 소묘’라 부른 모빌이었지만, 입체작품을 창작하기까지의 과정으로서 칼더가 그린 회화를 살펴보면 그 예술관이 더 잘 느껴지는 듯 했다. 전시를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 알지 못할, 그의 또다른 예술가적 면모를 만나고 온 기분이 꽤 좋았다.
 
이번 <칼더> 展 또한 미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유명 작가인 칼더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이다. 모빌의 창시자로 알려져 칼더의 개인전 대부분이 모빌과 같은 조각 작품에 맞춰졌던 것에 반해, K현대미술관에서는 칼더의 작품 세계의 근간을 이루는 회화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들다는 점도 이 전시의 큰 매력이지만, K현대미술관은 설치 연출의 새로운 기법을 동원해 2D와 3D가 융합된 구조물을 만듦으로써 칼더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구현하였고, 관람객들이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K현대미술관은 그동안 쌓아온 공간 연출 디자인(scenography)을 바탕으로 창립 3주년이 되는 해에 더욱 탄탄한 전시를 준비했다. 이를 통해 K현대미술관은 창립 이래 추구해 왔던 "모두를 위한 예술,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전시, 모두가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는 모토를 실현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판화가 아닌 '원작' 150여 점을 어렵사리 들여와, 앞으로 한 세기 안에 한국에서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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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드로잉과 <칼더의 서커스>

 

칼더展의 첫 번째 섹션인 초기 드로잉에서는 그가 동물들을 보고 자세나 움직임을 포착해 그린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렸는지 등의 명확한 스타일을 알기는 어려웠지만 이것들이 그가 후에 그릴 작품의 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이어지는 서커스 섹션에서의 소개 글을 통해 칼더가 서커스에 매우 관심이 많아 등장하는 인물과 동물들의 동세를 관찰하며 일러스트 작업을 상당 수 작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를 그리며 그가 알아낸 인물의 비례와 움직임, 균형에 대한 공부는 미니어처로 만들어진 <칼더의 서커스>를 탄생시켰다. 이는 당시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을 만큼 큰 화제가 되었다. 전시장의 당시 영상을 통해 서커스를 보니 한편으로 미니어처가 귀여우면서도 이 작은 조형들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관찰하고 연구했을 칼더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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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에서 초현실주의로

 

칼더의 모빌은 몬드리안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방문한 그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고 이것들을 움직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전에 없던 키네틱 아트의 출발이었다.

몬드리안은 자신의 작품이 이미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므로 굳이 그 추상들을 입체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나, 칼더의 의견은 달랐다. 조금 더 살아있는 추상, 빠르고 움직이는 추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하다 그의 관심은 초현실주의에까지 이르렀다.
 
사실 그가 초현실주의로 관심 대상을 확장하긴 했어도, 회화작품만 보자면 크게 달라진 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3원색의 기본 도형과 검은 선들, 그리고 가끔씩 알 수 없는 표정의 사람들과 특이한 운동감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연속적으로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쓰는 색이 한정적이고 그림의 단순한 스타일도 비슷하다보니 중반부터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칼더가 숨겨놓은 위트있는 요소들이 그림에서 보였고, 점차 유기적으로 얽힌 형태나 자연물이 기호화된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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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과 스테빌이라는 조각으로만 알고 있던 예술가를 회화로 통해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다. 그가 연구해 만들어낸 4차원적 추상과 입체적이고 운동감 있는 형상들의 비례, 그리고 균형이 사실 이전의 수많은 평면 작품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Installation View, ⓒ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9_05.jpg

 
 
비록 입체 작품이 거의 없는 드로잉 위주의 전시라 아쉽기는 했지만, 동시대에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 받은 다른 예술가들과의 관계, 추상과 초현실에 대한 그의 관심, 생각보다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던 단순한 도형들 등 칼더의 드로잉에 관한 많은 것들을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자연물과 우주, 생물, 생명에 이르기까지 칼더의 예술적 범위가 매우 넓었으며, 이에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접목시킨 모빌이 왜 현재까지 사랑받고 좋은 평가를 받는지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알렉산더 칼더 展
- Calder on Paper -


일자 : 2019.12.13 ~ 2020.04.12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초등학생 : 10,000원
미취학아동 : 8,000원

주최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만 3세 이상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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