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냄새나는 사회,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도서]

글 입력 2020.02.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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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친 지 얼마 안 가 곰곰이 생각해볼 문장이 하나 눈에 띄었다. ‘우리가 자기 생각과 견해를 표명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볼 때 이른바 사후해명이다.’ 즉 나중에 정당화하는 행위다. 먼저 생각을 정한 다음 이러한 직관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무의식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무의식적으로 ‘감정이 우선이고 이성은 나중’이라는 것이다. ‘왠지 싫을 것 같은’ 감정이 우선 하고, 그 이유는 나중에 찾는다고 한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다.


사람이 감정을 가졌기에 이 문장이 성립되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도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정말일까 하는 생각 그리고 몇 분 정도 생각을 하고 문장을 몇십 번 읊조리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렇구나 하고 인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역시 책에서도 언급된다. 익숙해지면 애착이 생기고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 표지에 ‘믿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말이 이 말인가 싶었다.


다시 처음으로. 정말 감정이 우선 할까? 심드렁한 표정으로 날 대하며 의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인 어느 안내원을 보았다. 그 2초간의 눈빛에 나는 팍 기분이 상했고 또 언제 볼지 모르지만, 그의 인상은 내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대강 감정을 따라가 보니 기분 나쁨 – 왜? - 눈빛이 별로여서라는 ‘감정 후 사실’의 단계를 거친 것을 확인했다.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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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언급한 익숙해지면 애착이 생기게 된다는 것의 예는 이런 것이다. 실은 파리에서 에펠탑이 가장 유명한 상징이 된 이유는 그저 그 자리에 오래도록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더불어 신문에 자주 출현한 단어에 큰 호감을 보인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일종의 세뇌인 느낌인 걸까. 이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 아닐까 싶다. 처음 본 사람은 낯설기에 경계심이 더 설 수밖에 없고, 편한 사람에게 더 애착이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굳이 대화하지 않더라도 처음 듣는 목소리보다는 몇 번 더 들은 목소리에도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싶다.


동물에게도 적용된다고도 한다. 언젠가 양떼 목장에 간 적 있다. 사람을 보면 피할 법도 한데 내가든 통에 밥이 들어 있단 걸 아는지 전속력으로 뛰어오고 오히려 더 가까이 먼저 다가온 양들에 놀랐었다. 사람을 거의 경계 하지 않는 동물. 우리 주변에 거진 친구 수준인 비둘기가 생각났다. 정말 궁금했었다. 왜 비둘기는 자신의 몸집보다 몇배 더 큰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사람이 있는 곳에 음식이 있고 오히려 그들을 피하는 경우가 많으니. 또, 비둘기에게는 사람도 그렇게 느끼듯 서로 익숙한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책을 보고 나니 이해가 되는 것 같다. (그래도 비둘기가 싫은 건 사실이다. - 이때 역시 앞서 말한 회로를 따라가자면 먼저 싫은 감정이 올라오고 이성적 생각이 뒤따른다. - 이 모든 것은 나름 들어맞는 과정을 따르는구나 싶다.)


그러면서 단순 노출 효과를 이용한 광고들도 ‘눈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한다. 일단 눈에 여러 번 익혀 두고 - 친해지고 – 깊게 들어가는 단계 말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연을 쌓는 단계와 같다. 이 모든 것이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사람 중심 사회’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이 자신의 행복과 안녕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수록 더 많은 불행을 느낀다.



인도에서 상류층은 자신에 배에서 조금이라도 우르릉 소리가 나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만 빈곤층에서는 허리에 통증에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못하기 때문에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행복이 갖춰진 상황에서는 기준이 높아지며 더욱 불행을 느낀다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조건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러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행복이 줄어들게 만든다. 요즘 유행하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부족한 것에 더욱 신경 쓰느라 주변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실천하긴 어려운 말이나 곱씹어 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더 높은 곳을 보느라 자기 밑에 쌓인 계단을 무시하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꽤 좋은 환경과 (과거와 비교해 보라. 얼마나 다양하고 편하고 발전된 공간에 우리는 살고 있나) 인프라가 갖춰진 최근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진다고 믿는다. 부정적인 잔재물을 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긍정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불평 말고 그대로를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하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즘이다.

 


밤에 침대에 누웠을 때 저 멀리 고속도로에서 들리는 소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창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들리는 가벼운 소음일 뿐이고, 창문을 닫으면 참 평화롭고 고요하다고 말이다.



익숙하고 쉽고 친밀한 것 등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 결국, 사회란 사람의 특성이 담긴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자 그 안의 작용이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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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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