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우리는 이성적인가 [도서]

글 입력 2020.02.1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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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점점 더 각박해져 가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간다. 일상에 짓눌려 여유를 잃어가면서 지쳐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니 서점, 영화관, 온라인 플랫폼 등 곳곳에서 힐링과 사랑, 애정을 갈구하는 작품과 상품들이 판을 친다. 인류애를 다시 불러오려 애를 쓴다. 그런 시류가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사랑이 나쁜 것은 아닌 탓이다.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 너무 사랑하는 탓인지 너무나도 사람을 싫어한다.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다’ 따위의 소리를 내뱉으며 인간이 굉장히 뛰어난 존재라 생각하는 이들 탓이다. 결국 우리 또한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음을 거부하며 현실도피를 추구할 뿐인 그런 패러다임이 나는 무척이나 꺼려진다.

 


 

감정보다 이성?



정보통신 기술이 이전과는 비교도 못 할 정도로 발전했다. 이제는 주머니에서 핸드폰만 꺼내면 몇 천 킬로미터 밖에 있는 내 지인 아무개 씨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집 근처 슈퍼에 새로 들어온 상품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고 싶을 때 스마트폰 검색창에 제품 이름만 치면 전 세계 곳곳에서 생성된 정보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양이 비대해지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보편화되면서 사람들은 보다 합리적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믿고 현명한 소비자 집단 지성 등등 지식과 이성을 찬양하는 용어가 우르르 쏟아진다.

 


우리는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실을 기반으로 충분히 숙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정을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의 감정과 느낌에서 비롯된다. 막상 사실이라는 것은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독일의 심리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 세바스티안 헤르만은 이 책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옳다고 혹은 틀리다고,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인류는 결국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이라고 믿고 싶을 뿐이다. 우리도 감정에 지배받는 피조물들 중 하나일 뿐이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사건들이 우리의 사고에 이성보다 감정이 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세에 숱한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불길에 휩싸여 사라질 당시, 사람들은 공포라는 감정에 휩싸여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교회의 말도 안 되는 논리에 담긴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 사람들은 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아무리 보도를 내놓아도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정보와 지식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바나나 바이러스 소문이 돌았을 때, 공신력 있는 정부 기관이 연달아 안전하다는 자료를 쏟아냈지만 시민들은 공포에 질려 정보를 배제하고 자신의 감정에 휩싸여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였다.


이런 인류는 이성적인 동물인가?


 

 

TRUTHINESS



우리가 감정적인 동물이라는 점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시절 토론 시간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심지어는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기관이라 떠벌리는 대학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토론이라는 활동에서 의견이 주된 요소는 감정이다. 내가 이런 정보를 발견해서 이렇게 느꼈으니까 이 주장은 신빙성 있다. 거창하게 떠들어대는 모든 토론 참여자들의 주장의 본질은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수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가 정확히 어떻게 수행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왜 옳은지를 설명한다.



상대방이 아무리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설득당하면 패배하는 토론이라는 활동의 규칙 때문인 면도 있겠지만 이런 이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싫은 이유는 내가 옳다고 믿고 싶다는 자존심 때문이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여 상대방이 하는 모든 말은 오류로만 들린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야. 저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저 자료를 어떻게 믿는 거야. 내 안의 내면이 계속해서 소리치는 ‘내가 맞고 저 사람이 틀린 거야’라는 목소리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적인 자기 방어 기제를 발동시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를 옳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근거를 마련해주는 정보를 소비하며, 다른 정보들은 가짜 뉴스라고 비방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점은 어떤 특정 정보가 객관적인 사실인지, 신뢰성 있는지 아닌 내 생각과 일치하는가 아닌 가다. 수 차례의 실험과 수십 번의 검토 과정을 거친 자료라도 내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든 오류와 단점을 찾기 바쁘다.


반대로 내 의견과 일치하는 자료라면 그게 어디서 누가 만든 자료이건 상관없이 칭찬하지 바쁘다. 이성과 감성이 아무리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더라도 결국 이성은 감정의 발아래에 깔릴 운명이다.

 



감정의 이성



우리 인류는 영원히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NO’라고 대답한다. 이런 판단조차 감정에 기반한 결론 도출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인류가 감정에 휘둘리는 생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성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내리는 모든 판단의 기저에는 이 명제를 믿고 싶어 하는 나도 모르는 감정이 깔려 있음을 인지하고 사고를 진행한다면 무의식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우리가 내리는 판단에 감정이 끼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에 의해 이성적인 판단에 방해를 받는가를 알아야 한다.

 

저자는 다양한 상황과 사건을 마주 할 때, 각각의 경우에 우리의 감정이 어떤 방해를 끼치는지 아주 자세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는 단 한 가지 문장이 있다. “아, 맞아. 저랬었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내가 혹은 유사한 상황에 나와 함께 있었던 상대방이 저자가 서술하는 것과 무척이나 비슷한 행동을 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감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된다.


다만, 원서가 아닌 번역본인지라 다소 어색한 문장들이 드문 드문 보여 흐름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번역이 이루어졌다면 보다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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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지배하는 사회
- 합리적 개인이 되기 위한 16가지 통찰 -


지은이
세바스티안 헤르만
 
옮긴이 : 김현정

출판사 : 새로운현재

분야
인문/교양일반

규격
140*205(mm)

쪽 수 : 292쪽

발행일
2020년 1월 2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297-0578-5 (03300)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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