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서 헤엄치는 청춘들에게 [사람]

저도 그렇거든요.
글 입력 2020.01.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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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갖고 싶은 거라든가 일에 대해서는 웬만해서 스스럼없이 부모님께 이야기하거나 저지르는 편이었다. 그에 반해 모범생 스타일이었던 우리 언니는 언니 마음속의 첫째라는 중압감이 있기도 했고 부모님 워낙 엄했기 때문에 나처럼 그렇게 하지 못했다.

 

부모님이 엄하신 편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의 나는 둘째라는 특성에 근거해 조금은 자유분방한 편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때의 나는 생일파티가 너무 하고 싶었던 나머지 엄마 아빠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생일 초대장을 보냈던 경험이 있다. 그때의 부모님은 너무나도 당황하기도 하고 당돌한 딸의 모습에 생일파티를 선뜻 해줬던 것이 기억이 난다.

 

중학교 시절에는 예고를 너무 가고 싶었지만 엄마 아빠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그냥 시험을 먼저 본 것이 기억이 난다. 붙으면 보내주겠지라는 발칙한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와 반대로 중학교 때 공부를 통해 외고 진학을 꿈꿔왔던 우리 언니는 당연히 부모님이 보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마음에만 그것을 간직하고 포기했던 것을 알고 있다.


따지고 보면 특목고 진학에서 나보다는 언니가 더 가능성이 높았을 수도 있는 것이었겠지만 부모님은 나에게는 기회를 주셨다. 나는 그냥 저지르고 학교부터 붙고 보자는 마음으로 시험을 대뜸 보았고 이러한 경우들을 통해 이상적이고도 대책 없는 나와 조금은 현실적인 언니와의 차이를 어른이 된 지금은 좀 더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이 지금에 와서 부모님과 언니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다.

 

이처럼 나는 무언가 내가 관심이 있거나 하는 것이라면 열정적으로 뛰어들고 쟁취하기 위해 조금은 이기적이게 보이게끔 물불 가리지 않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그게 고등학교 시절에 특히나 더욱이 나타났고 그것은 내 꿈과 연관된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이 욕심 아닌 욕심으로 투지를 불태웠던 것 같다. 고등학교부터 전공이 예체능과 관련된 것이기에 내 전공에 집중을 하고자 노력했고 열정을 불태웠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나 주관적인 것들로 심한 박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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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재능이 중요한 예술의 세계에서는 많은 것들이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내 열정과 물불 가리지 않고 하는 것들은 하찮아지는 느낌의 수준까지 오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뛰어가려고 노력한다 해도 재능과 그 밖에 것들에서 조금의 여유가 있는 친구들은 저 앞에 멀찍이 앞서가고 있었다. 노력을 해도 나오지 않는 결과물에 해도 안된다는 강박이 내 스스로를 위축 들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들을 겪으면서 옛날의 과감하게 실행했고 열정으로 똘똘 뭉쳐 빛나던 나에서 현실을 직시하며 몸을 사리게 되는 나로 변해가는 듯싶었다. 자신감이 있었던 나에서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란 생각부터 내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기까지 하며 나란 사람은 왜 재능이 없을까라는 수도 없는 자책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상과 가까운 곳에서 삶을 살던 나는 슬프게도 점점 현실을 직시하는 내가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장점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명확히 기준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고심하게 만들어 주어 내 안의 내면에서 동요를 통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도와준 것도 장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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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나는 그렇게 예전처럼 스스럼없이 저지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나아가 속된 말로 겁보가 되었다.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실행하더라도 자꾸 망설이게 되는 모습이 나온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서 나아가 내 인생에 대한 것들도 자꾸 확신을 서지 못하는 듯싶다. 이것은 하고 싶은 것인 "이상"과 그냥 직시해야 하는 "현실"의 기로이기에 더욱이 그런 것이고, 지금의 나는 내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른이어야 하는 나의 현실적인 면과 자꾸 이상을 쫓아 하고픈 걸 하고 싶은 동심의 나의 면은 자꾸 충돌을 일으킨다. 반오십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에서도 이렇게 되는 걸 보면 아직은 진정한 어른이라고 내 스스로를 자부할 수가 없다. 진정한 예술가가 되는 것을 꿈꾸다가도 돈은 벌어야지란 현실의 벽 앞에서 자꾸 쪼그라드는 나는 어른이고 싶은 몽상가적인 어른 아이이다.

 

그래도 나이로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현실과 이상의 그 심해에서 계속 헤엄치고 있다. 이상만을 쫓기에는 그 책임의 무게는 너무나도 크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하지만 현실을 택하든지 이상을 택하든지 간에 한 가지를 택한 후에 남는 한 가지에 대한 미련은 마음 한구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언제쯤 이 심해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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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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