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남는 것은 사진뿐일까? 우리가 사진을 소유하는 이유 [문화 전반]

당신은 무엇을 갖기 위해 사진을 찍나요
글 입력 2020.01.24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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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목표 중의 하나는 집에 있는 책을 몇 권만 남기고 모두 파는 것이다. 지금부터 사는 책들은 모두 e-book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이다. 한쪽 벽면에 크게 자리한 책장은 물론이고, 집안 곳곳에 널브러진 책들이 더 이상은 감당이 안 되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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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요즘엔 종이 책을 읽으면 죽죽 줄을 긋거나, 나름대로 생각을 쓰면서 읽었던 습관을 버리는 중이다. 책에 어떤 표시라도 되어있으면 팔 때 일일이 지우는 게 너무 귀찮아서였다. 대신 책에서 좋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모두 사진을 찍어두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어느 날 문득 책 일부를 찍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거의 매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습관을 갖고 있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순간, 오늘 저녁에 먹었던 맛있는 식사, 여행지에서 봤던 멋진 풍경, 그리고 나처럼 책의 구절 중 일부까지 모두 남기려고 한다.


이 모든 행위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얻는, 이를테면 가성비 좋은 ‘소유’처럼 느껴졌다. 이유야 여러가지 겠지만, 우리는 현실 속 물질들을 소유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사진이라는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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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을 소유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e-book으로 대체한다. 사무실 하나를 소유하기에는 금전적으로도, 그 이외의 이유로 한계가 있기에 공유 오피스를 이용한다. 음원을 일일이 내려받고 저장해서 듣기에는 물리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비효율적이다. 길면 5분 내외의 음원도 그런데, 영화나 동영상 콘텐츠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제는 스트리밍 속에서 이뤄지는 비효율도 참기가 어려워 5G가 등장했다.


이렇듯 현실 속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을 모두 가지기에 우리는 부족한 것들이 많다. 그 부족함이 돈이든, 공간이든, 시간이든. 한마디로 여유가 부족해진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사진을 소유하는 일에 광적으로 집착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는 행위부터 ‘사진’을 다시 소비하는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린 무의식 중에 사진 속 모든 것을 찍고 남기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공유’하려고 하며 재생산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전체를 완벽히 소유하지 않더라도 사진 속의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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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봤던 전시에서 괜찮았던 부분을 사진 찍고, 집에 와서 사진 앱을 키고 다시 본다. 그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작품의 일부, 혹은 그때의 경험 총체를 ‘소유’했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때의 소유가 정식 입찰을 거쳐 내 집 한 편에 걸어두는 방식의 소유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오늘봤던 전시의 일부를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그러므로, 사진 속의 작품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또, 그때 사진을 보던 경험 전부를 덤으로 간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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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는 현대에 전자제품이나 프로덕트 자체보다, 서비스 산업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이유도 그런 이유일지 모르겠다. 경험만이 현대사회에서 가장 온전히 소유했다고 느끼게 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많은 순간의 경험들을 사진으로 남긴다. 그래서 사진은 현대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소유물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이든 소유하는 것은 집착을 만들게 한다. 우리는 사진에 점점 더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는 만큼 사진의 힘이 커졌다. 인플루언서들의 인스타그램의 사진 한 장으로, 이젠 틱톡 속에 있는 영상 하나로, 막강한 후폭풍을 일으킨다. 누군가가 경험하고 사진으로 소유한 그 공간을 어디냐고 물어보는 팔로워들, 그리고 이어지는 소비들.


안타깝게도 집이며 차 이외에도 무엇하나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쉽지 않은 지금의 세상에서 우리가 가장 쉽고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진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전부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일부는 불법인 걸 알면서도 몰카를 찍고 불법 촬영을 하면서 혼자만의 소유 욕구를 즐긴다. 소유의 욕구가 상도덕도 무시하고 선을 넘어버린 경우일 것이다.


어쨌든 마음대로 생산할 수 있고, 가공까지 가능한 사진들로 내 취향을 드러내기도 하고, 나를 증명하기까지에 이른다. 실제로 어떤 것을 가졌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사진을 통해 담음으로써, 나라는 사람의 취향이나 안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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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사진을 찍는 것일지도 모른다. 19년 지난해 아이폰 11이 출시되면서, 아이폰의 새로운 혁신이 고작 카메라의 개수를 늘리고 화질을 좋게 만드는 것이라면, 누워있던 스티브 잡스가 일어날 일이라며 실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시대가 이미 시각적인 것에 너무나도 편향되어있다고 하고, 나 역시도 보이는 것에만 치중되는 쪽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인정한다. 너무 바쁘게 흘러가서 내 마음 하나 챙기기 힘든 요즘, 우리의 억눌린 욕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수단이 사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마저도 지금은 영상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니 사진과 영상에 집착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나 역시도 이제는 사진을 내 소유물이자 보물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사진앱을 꺼내보며 지난 날들을 회상해야 비로소 다음 해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또, 실제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캡쳐해두었던 물건들이 실제로 나에게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이제는 하나의 행동 패턴이 되어버린듯 사진찍기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어버린 점은 인정해야겠다.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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