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편해도 가족이니까 - 듀랑고 [공연]

글 입력 2020.01.17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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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족이란 항상 함께하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언제나 가족은 함께'라는 말을 듣고 자랐으며 정말로 크고 작은 행사에 항상 가족과 함께했다. 입학식, 졸업식은 물론이요. 방학 중 가족여행 한 번은 꼭 갔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멘토처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이며 진지하게 상담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가족이었다. 세상에 의지할 건 가족밖에 없다는 말을 들으며 화목하다 자부할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이번 연극 '듀랑고'는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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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들에게는 비밀이 있었고, 가족 관계를 지탱해 줬던 아내는 이제 없다. 부승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하고 싶은지 모른다. 집에 돌아온 부승 가족은 말없이 앉아 있다. 하지만 곧 아이삭과 지미는 부승을 위로하며 다시 가족의 일상을 회복하려 한다. 방황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끝내 흩어지지 않는 가족의 사랑이 드러난다.'



극에 나오는 가족은 각자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먼저 부승은 평생을 몸담아 온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다. 나름 일 잘하고 문제 일으키지 않는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성실한 직원이었지만 회사로서는 정리하기 쉬운 직원 중 하나였을 뿐이다.


첫째 아이삭은 의대를 목표하는 학생이다. 인터뷰 일정이 잡혀 하와이로 갔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인터뷰를 보지 않고 그냥 돌아왔다. 둘째 지미는 수영에 재능이 있는 친구였지만, 사실 그다지 수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능이 있지만 흥미는 그다지 없는 케이스.


가족들은 서로에 대해 꼭꼭 숨기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의 평화를 추구한다. 하지만 서로의 계획에는 가족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아버지는 아들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생각했고,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생각했다. 아이작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가진 채로 아버지를 대한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추억이 아니었기에 아버지와 마찰이 잦았고, 그저 마찰을 피해 살아왔다. 그게 아버지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기타연주를 좋아하며 밴드도 하고 있지만,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둘째 지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기에 자신을 숨기며 이타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형과 아버지 사이를 조율하며, 아버지에게는 좋은 아들이 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지미는 갑자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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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내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에서 모텔로, 모텔에서 듀랑고까지 계속해서 차로 이동한다. 차에 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들은 서로에 대한 갈등을 심화시킨다. 처음 집에서 출발할 때는 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아이삭과 아버지의 갈등이 심화하고, 아버지는 내면에서 자책을 계속한다. 평생을 몸담아 온 회사에 소속감을 느꼈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꾸만 상태는 좋지 않아졌고, 아들들에게 말하지도 못한 채 곪아간다.


모텔에 도착하고 나서 가족의 균열은 시작된다. 아버지 부승은 모텔 연못 앞에서 사색하며 어느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위로를 한다. 하지만 그 노인과는 분명히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정년퇴직. 그 노인은 전직 교사로서 정년퇴직하고 느긋하게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반면 부승은 2년밖에 남지 않은 정년퇴직을 눈앞에서 놓쳐 자존감이 떨어진 상태였다.


숙소에서는 아이삭과 지미의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미가 잠시 나간 사이에 아이삭은 지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케치북을 펼쳐보았고, 지미가 숨기고 있던 사실을 알아버렸다. 그 장면을 지미가 발견하고 나서 애써 부인하지만 바로 태도를 바꿔 지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그래도 가족이니까. 그리고 아이삭은 본인 이야기를 한다. 의대 인터뷰를 하러 갔지만, 사실은 가서 놀고 왔다고.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했지만 잘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그렇게 서로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되며 형제 사이는 조금 더 가까워진다.

 


 

묘한 견제와 함께



모텔을 떠나 듀랑고로 가는 길. 지미는 뒤에서 자고 있고 아이삭은 부승에게 조용히 말한다. 지미 수영하는 거 조금 쉬게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부승은 절대로 안 된다며, 지미는 수영을 좋아한다고 단정 짓는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일단 운만 띄워두고 듀랑고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건 상상 속의 낙원이 아닌 이미 떠나버려 잡을 수 없는 기차뿐이었다.  한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기차. 거기서 아이삭의 분노는 터져버린다. 지금 이 여행의 의미가 있냐고 부승을 몰아붙인다. 그렇게 가족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


 

 

불편한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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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가족의 갈등이 소재로 나오면 이런 상황으로 흘러간다. 서로 꽁꽁 싸매고 있다. 극한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상황. 한시가 급한 때 서로에 대한 결점을 알아버리니 신뢰가 무너지고 갈등이 심화한다. 그럴수록 더욱더 깊은 속내를 꺼내고는 한다.


하지만 '듀랑고'는 극한의 상황까지 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오히려 꺼내고 애매하게 끝이 나버린다. 통쾌하게 서로 울면서 끌어안고 화해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서로의 속내를 쏟아내고 거기서 끝이었다. 어떻게 서로의 갈등을 해결하는지, 뒤에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불친절한 연극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연극을 보고 나왔을 때는 상당히 불편했다. 마치 화장실 갔다 휴지를 안 들고 간 느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매하게 끝나버린 그들의 이야기가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과연 어떻게 하면 되었을까. 그리고 다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하나 있었다.


이게 가족의 모습이구나.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받으며 가족은 함께 간다. 정말 연을 끊고 산다면 모르겠지만 한 집에서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가족 특성상 그들은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려 할 것이고, 선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둥글게 서로 보듬고 품어가는 게 바로 가족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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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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