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작은 ‘무례함’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12.3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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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꼰대’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아집이 강하고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지칭하는 단어인 ‘꼰대’는, 유행어처럼 매스컴과 일상에서 모두 이전보다 훨씬 빈번하게 사용되며 사회 이슈의 하나로 거듭났다. 상사가 자신도 모르게 행한 ‘갑질’을 VCR로 보여주며 인식하게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관련 보도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다행히도’ 무례함에 민감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로 무례함을 맞닥뜨렸을 때, 우리가 그 무례함을 당당하게 지적하기는 여전히 힘들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우는 그들은 자신의 무례함을 그저 사람마다 나타나는 ‘차이’의 하나로 포장하며, 무례함에 민감한 사람들을 되려 비판하기 때문이다.


무례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예민한 부류’, 혹은 ‘피곤한 부류’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게 된다. 아마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무례함을 참지 않되, 피곤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심리를 충족시켜줄 것만 같은 제목이 이 책의 판매고에 꽤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다.

 

점점 더 넓은 사회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수록, 우리는 ‘어디에나 꼰대는 있다’는 말의 위력을 크게 실감하게 된다. 세상은 넓고 유별난 사람도 그만큼 많다지만, 그 중에서도 무례함을 기본 탑재한 우리 사회 곳곳의 꼰대들은 매일 얼굴을 맞대도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직장과 대중교통이 바로 무례함을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이러니 피곤한 일상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표정이 더욱 차가워 보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내 주변에는 착하거나 어려 보이는 인상을 가졌다면 더욱 무례함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니, 일부러 딱딱한 표정을 짓고 다닌다는 사람들도 여럿 있을 정도다.

 

나는 윗 세대들이 말하는 ‘별종’의 한 부류인 90년대생 사람으로서,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에 담긴 윗 세대들의 의식 구조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할머니, 베이비부머 세대 직후 출생인 부모님과 함께 생활해 오면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무언가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봐왔다. 그것이 지식이건, 생활양식이건, 의식구조의 문제이건 간에 기성 세대가 될수록 무의식적으로 익숙한 것을 추구하게 된다. 사회 환경, 세대 문화, 과학 기술 등 모든 것이 급격하게 변모하는 데 반해 우리의 몸과 생각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각자의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일종의 ‘아노미’인 셈이다.

 

그러나 내가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소수의 ‘그들’에게 실망하는 진짜 이유는, 그 간극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며 무례함을 하나의 ‘세대 차이’로 인정받으려고 한다는 것에 있다. 더디고 힘들더라도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정한 어른들과 달리, 그들은 이미 젊은 시절부터 배려나 양보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나이를 무기로 배려 받는 것에 집착하는 소수의 그들 때문에, 정작 밀레니얼 세대들이 갈망하고 있는 ‘멘토’로서의 자격이 충분한 어른들까지 크고 작은 피해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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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처럼 ‘꼰대’들이 가진 무례함을 젊은 세대로서 경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도 기성세대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점을 늘 인식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에 속해 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 10대들이 유튜브에 있는 메신저 기능을 카톡 대신 사용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유튜브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메신저 기능이 있는지도 몰랐던 나는, 이 날을 계기로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린 친구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듣지 않던 아이돌이나 힙합 음악을 일부러 찾아서 듣기도 하고, 10대들은 어떤 세대문화를 가졌는지, 그들이 가진 행동양식의 원인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하는 중이다. 익숙함에 빠져 생각의 회로를 닫아버린다면, ‘꼰대’가 되는 것은 한 순간일 테니까 말이다.

 

오늘도 우리는 지하철과 버스를 오가며, 혹은 회사에서 하루를 고군분투하며 또 다시 수많은 무례함들과 마주한다. 오고 가는 스트레스 속에서, 젊은 세대로서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우리가 ‘갑질’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시간은 꽤 빨리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이미 젊은 우리. 더 어린 마음으로 살아가 보자. 존경받을 수 있는 자격은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지혜로운 어른으로 늙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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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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