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톡톡"

글 입력 2019.1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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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처음이라


 

사실 톡톡은 나의 첫 연극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분명 제한적일 것이라는 선입견 탓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것 같다.


연극이 끝난 후, 집을 나서서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일행과 '재미없으면 어쩌지'라며 했던 걱정이 참 불필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톡톡은 4년간 대학을 다니며 일말의 관심도 없었던 연극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게 해주었다.


 

<시놉시스>

 
 
강박증 치료의 최고 권위자 스텐 박사. 그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섯 명의 환자들이 차례로 대기실에 들어온다.
 
"고의로 그렇게 말씀 드린 게 아닙니다. X발 개자식! 미안합니다." 통제불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는 욕설, 뚜렛증후군 프레드.
 
"13개월 반, 410일, 9,840시간, 590,400분, 35,424,000초나 기다렸다고!"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쉬지 않는 계산, 계산벽 벵상.
 
"두 분 손에 세균이 있어요. 제 눈에는 세균이 보여요." 잠시 앉을 틈도 없이 손 씻기 바쁜, 질병공포증 블랑슈.
 
"하느님 아버지. 우리 집 가스, 수도, 전기를 다 끄지 않고 나왔으면 어떡하지?" 50번을 확인했어도 다시 확인 확인 또 확인, 확인강박증 마리.
 
"제 이름은 릴리에요. 제 이름은 릴리에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무조건 두 번씩 말하는 동어반복증 릴리.
 
"이해가 안 가요. 어떻게 대칭이 아닌 걸 보고 그냥 넘어가는지." 모든 사물은 서로 대칭을 이뤄야 하는 대칭집착증 밥.
 
서로 다른 강박증을 가진 환자들이 모인 대기실은 한 순간도 평화로울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출장에서 돌아오던 스텐 박사는 비행기 문제로 공항에 발이 묶여 버리고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은 모두 모여 게임을 하기 시작하는데... 게임을 하며 서로에 대해 조심씩 알아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룹치료를 시작한다.
 
과연 이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은 무사히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을까?

 

 

나를 이 연극으로 이끌었던 흥미로운 시놉시스. 이 시놉시스 자체가 연극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질병의 나열과 증상의 발현으로 끝나지 않을까, 이런 주제로 어떻게 웃음을 이끌어낼까 걱정했던 톡톡의 공연장은 언제 그런 의문을 가졌냐는 듯 웃음으로 꽉꽉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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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도 강박증인가?


 

강박증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올라온 글을 하나하나 읽다가 강박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것도 질병이라고?' 싶은 질병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며 그 종류도 상상 이상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극은 그러한 다양성과 강박증을 가진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질감 없이 참 부드럽게 잘 녹여냈다.


엄밀히 말하면 나도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완벽하게 각을 맞추어 테트리스를 하듯 물건을 배열해두는가 하면 특정 부분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확인을 많이 하고 문서를 작성할 때에 평소에 사용하던 양식을 쓰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하다.

 

지금은 언제 사라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게 사라진 강박증이지만 나는 예전에 영상을 볼 때, 특히 VOD를 티비로 볼 때 유독 심했는데, 잠시 딴 생각을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놓친 불필요하고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내용들을 모두 돌려봤다. 한 영상을 볼 때 적어도 다섯 번은 그랬는데, 이것도 함께 티비를 보던언니가 화를 내서 불안함을 뒤로하고 겨우 참아낸 횟수이다. 그렇게 나는 내가 느끼는 불안함이 싫었고 내 스스로도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연극을 보는 내내 마리에게 가장 눈길이 많이 갔고, 마리뿐만 아니라 여섯 인물이 강박 증세를 이겨내지 못하는 그 모습 또한 완전한 타인의 이야기로 볼 수는 없었다. 그들에게 아주 편안한 시선을 보내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내가 강박증을 경험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도 있지만, 함께 간 일행 또한 강박증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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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한발 물러나


 

연극을 보고 기억에 남는 것들이 참 많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이들은 강박증 환자 그 자체였다. 이를 위해 강박증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하고 또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내가 연극을 보러 갔던 날은 강연정 배우가 릴리 역을 맡았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많은 대사를 2시간 동안 지친 기색 없이 몰입하여 자연스럽게 내뱉을 수 있는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오정택 배우가 맡은 밥과도 케미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런 소소한 러브라인이 없었더라면 연극은 조금 덜 재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배우들과 섬세한 스토리에 감탄했다.

 

사실 강연정 배우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너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생한 감정 표현을 바로 눈 앞에서 두 귀로 듣고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했고, 또 이렇게 좋은 연극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이들의 목소리 하나 표정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6명의 환자들이 서로의 증세를 보듬고 감싸 안아주는, 결국 이 힘겨운 세상을 버텨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함께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 주간경향

 

 

 

함께 살아가는 것


 

연극의 후반부 이들은 치료 과정에서 강박 증세를 한 번씩 이겨낸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나를 버리고 타인을 생각하는 것이 강박 증세를 이겨내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이야기한다. 이것이 아주 확실한 치료방법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는 강박증 환자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강박증 환자들에게 보내는 시선과 편견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이 가진 강박증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는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 희망을 이야기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나의 첫 연극 '톡톡'은 참 따뜻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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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 대학로 대표 힐링 코미디 연극 -


일자 : 2019.11.21 ~ 2020.02.09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월 쉼
 
*
12월 매주 금요일 4시, 8시 공연
01.24(금)/25(토)/26(일) 3시, 6시
01.27(월) 4시
01.28(화) 공연없음

장소 : 대학로 TOM(티오엠) 2관

티켓가격
전석 45,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10분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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