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서울의 보이지 않는 인생을 응원하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공연]

지하철 1호선을 보고
글 입력 2019.12.0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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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은 묘한 해이다. 내가 자라온 해이지만 너무 어려 전혀 기억나지 않는, 그렇지만 기억하지 못하기에는 너무 큰 혼란이 대한민국을 쓸고 지나갔던, 그런 해였다. 21세기까지는 2년을 채 남기지 않았고 직전에 터진 IMF 외환위기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휘청거리던, 새로움과 끝이 공존하던 나날이었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변화 속 1998년은 그렇게 많은 작품들의 무대가 되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또한 1998년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간접적인 기억들만 남아있던 그 해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이 나에게 크게 와 닿지 않거나 공감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조금도 없었다면 거짓일 것이다. 그렇게 공연장에 들어섰다.

 

<지하철 1호선>은 1998년 11월 서울, 약혼자 ‘제비’를 찾기 위해 연변에서 서울역에 도착한 ‘선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선녀는 제비를 찾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니며 서울을 누비게 되고 그러던 와중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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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놀랍게도 1998년 서울과 서울의 지하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의 패션과 IMF에 관한 이야기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었다.

 

서울역과 근방을 전전하는 노숙자, 유흥가의 몸 파는 여자들, 외국인 노동자, 뒷골목의 사람들부터 바쁜 아침의 지옥철, 가출 청소년, 강남의 부잣집 사모님들까지 서울의 모든 인간 군상이 존재했다. 오며 가며 한번쯤은 마주쳤을 그런 사람들이었다.

 

숨도 못쉴만큼 빡빡한 아침 지하철 장면에 나의 통학길이 떠올랐고 노숙자들은 어떤 사연이 있을까 궁금했던 서울역의 기억을, 상사에게 깨지고 푸념하던 아저씨는 당시 30대였을 부모님을 떠오르게 했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늘 하나의 공감대가 존재했다. 어찌보면 정겹기도 하고 어찌 보면 여전히 팍팍한 서울 생활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슬프기도 했다. 많은 인구만큼 수 많은 사연들과 바쁜 일상의 도시생활은 이웃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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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은 사회에서 소위 하위계층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다룬다. 본디 지하철은 가장 저렴하고 접근이 쉬운 대중교통이다. 뮤지컬 속에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 받아주는 건 이 곳 뿐이다”라는 식의 대사가 나올 만큼 서민들의 공용 자가용처럼 이용되기에 지하철에서는 정말 다양한 인연이 만나고 헤어진다.

 

이런 인연들 중에서도 손 꼽히게 기구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세계가 되어 또 다시 서로의 세계와 인연을 맺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가난하지만 구질거리지 않았고 그 만의 철학이 확고했다. 야생의 세계인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이 서있어야 했다. 그것이 옳던 그르던 말이다. 생존하기 위해 벌어지고 벌이는 일들을 바라보며 감히 그들을 동정하거나 비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각각의 인물들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각자의 사연을 골고루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지만 그로 인해 한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감상하기는 힘들었다는 것에 있다. 모든 인물들을 자주 비추어주고 서로의 사연을 너도나도 이야기하다 보니 이야기의 큰 축이었던 선녀의 약혼자 제비가 등장했을 때도 임팩트가 덜했고 걸레가 자살했다는 전개에도 생각보다 충격과 슬픔이 적었다. 하나의 이야기보다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이어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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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각각의 장면과 노래들은 배우들의 풍부한 표정과 연기에 저절로 웃음과 안타까움을 번갈아 일으켰다. 특히 지하철에서 걸레가 선녀에게 용기를 내라며 힘을 주는 노래를 부르던 장면은 아름다운 가사와 그를 표현해내는 연기에 감탄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무대’였다. 다음 장면을 위해 잠시 조명이 꺼졌다 켜지는 사이에 정말 놀랍게도 다양한 무대의 연출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던 무대에 계단이 생겨 2단이 되고, 지하철 의자가 생겼다 사라지거나 포장마차가 생기기도 했다. 매번 다음 무대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설레게 만들었다. 또한 2층에서 은은한 조명 사이로 드러났다 사라지는 기타, 드럼, 바이올린 등의 라이브 밴드는 그 자체만으로 또 다른 무대장치가 된 듯 보였다. 생생한 현장감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무려 20여년전의 뮤지컬인 만큼 몇몇 상황의 연출이나 대사들은 지금의 상황과 이질적인 것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것이 단점이기보다는 오히려 과거에서 막 날아온 정말 그 때 그 당시의 이야기 같아 시간여행을 한 기분이었다. 객석에 앉아있던 몇 시간만큼은 그 곳이 1998년 11월로 느껴졌다.

 

한국 뮤지컬 계의 전설적인 작품이자 지금까지도 경쟁력을 가진 뮤지컬로써 <지하철 1호선>은 그 몫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도 존재할 또 다른 선녀, 제비, 걸레, 문디, 날탕, 곰보할매, 철수, 안경, 땅쇠, 포인터, 빨강바지의 삶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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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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