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지, 거지 그런 거지. 인생살이 그런 거지! - 딴소리 판 [공연]

몽룡이와 광대 거지들이 풀어놓는 딴소리 판
글 입력 2019.12.0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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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별거 있나? 놀면 그만, 먹으면 그만, 웃으면 그만인 것을!


 

구미호가 나올 것 같은 한 밤의 고요함이 있는 무대. 그 고요함을 깨는 활기찬 등장! 몽룡, 천, 방, 지, 추, 마 골 피, 소리꾼과 고수 그들의 신명나는 무대는 숨 쉴 틈 없이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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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1장. 춘향가의 판을 깨다
깽판전문 광대거지들이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소리꾼의 판에 난입한다. 암행어사가 아니라 아맹거사로 자칭한, 거지 중에 상거지 몽룡이 수절을 지키려던 춘향 앞에 나타나 사랑구걸 대신 밥구걸을 하고, 이에 당황한 춘향은 곡절이나 들어보자고 광대 거지들을 다그친다. 그리하여 본격적으로 몽룡이와 광대거지들이 딴소리 판을 펼친다.
 
2장. 심청가의 판을 깨다
전국봉사대회가 벌어진 황궁에 봉사로 위장한 광대거지들이 잔치에 몰려들어 숟가락을 얹는다. 장님행세가 발각되어 쫓겨날 무렵, 심청황후와 심봉사의 눈물겨운 재회가 펼쳐진다. 옆에서 지켜보던 광대거지들이 효도의 부질없음을 논하면서 깽판을 놓는다. 눈뜬 봉사들이 다시 장님으로 돌아가고 거지들은 혼란을 틈타 도망간다.
 
3장. 적벽가의 판을 깨다
적벽대전에서 대패를 한 조조의 군사 앞에 며칠을 굶은 광대거지들이 지나간다. 입대하면 밥을 준다는 이야기에 단번에 조조군이 된 광대거지들은 적장인 제갈공명을 만나게 되고, 대의와 명분을 부르짖는 상대에게 엉망진법을 한수 가르쳐준다.
 
4장. 수궁가의 판을 깨다
수궁의 축성을 축하하는 잔치에 흥을 돋우기 위해 모인 광대거지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대우가 형편없다. 이에 불만을 가진 광대거지들이 앙심을 품는데... 마침, 술병으로 간이 상한 용왕의 상태를 살피는 자리를 꾀어내어 가짜 약을 팔기 시작한다.
 
5장. 흥보가의 판을 깨다
대박을 꿈꾸며 박을 타던 흥보 앞에 나타난 광대거지들. 소원을 이뤄주지는 않고, 듣기만 한다는 말에 흥보는 망연자실해진다.
 
6장. 다시, 춘향가의 판이 시작되다
광대거지들의 딴소리 사연을 다 들은 춘향은 몽룡과의 해후를 택하는 대신 자신의 길을 택하고, 몽룡과 광대거지들 역시 제 갈길로 향한다.

 

 

암행어사가 아닌 아맹 거사로 소개하는 몽룡은 춘향에게 밥 구걸을 하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형편없는 행색인데 웃음보가 나온다. 그러면서 딴소리 판이 시작된다.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이 전체적인 극의 흐름을 이끌어간다. 거지들은 안 끼는 데가 없다. 전국봉사대회에 껴서 이상한 소리들을 늘어놓는데 그 소리들은 각자가 소리가 내는듯하면서도 어우러지는 맛이 있다. 그러다가 적벽가. 극의 흐름은 휙휙 바뀐다. 정신없으면서도 눈을 뗄 틈이 없는 흐름이다.

 

어떤 것을 요구를 해도 밥을 준다는 말 한마디면 바로 그 문제에 돌입하는 거지들이 귀엽기도 하다. 적벽가에서는 엉망진법을 가르치는데 무대 중간마다 계속된 묘기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현란하다.

 

수궁가에 들어가기 전 움직임 없이 추임새만 넣고 앉아서 북만 치던 고수는 수궁가에 들어가면서 북을 이용해 거북이로 변신하는데 고수는 앉아서 북만 치는 사람이라는 기존의 틀을 깬 것이어서 참신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졌다. 수궁가에서 가짜 약을 팔던 거지들은 물속 세상에서 나와 다음번에는 흥부가에 들어가는데 흥부가 깬 박에서는 역시나 거지들이 나온다.

 

그들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역시나 거지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말은 말 그대로 소원이 어떤 것인지 들어나 보자 하는 이야기였다. 거지들의 말은 들어는 주지만 이뤄준다고는 안 했다는 말이었다. 이런 다양한 언어유희는 극이 재미를 더해 주었고 우스꽝스러운 거지들의 여러 가지 상황은 돌고 돌아 다시 춘향가의 판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막은 내리게 된다.

 

 

 

왜 이렇게 딴소리해? 근데 맞는 말이기도 해서 할 말은 없어. 


 

거지들은 계속 입버릇처럼 거지거지 그런거지! 란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인생살이가 그런거라고 말하는 그들. 그들의 인생은 비록 거지지만 인생을 풀어나가는 재치는 그 누구보다 기발하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우리네 인생살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의 해답이 보이는 듯하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천을 사용해 관객을 무대로 데리고 나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얼쑤 하는 관객과, 관객과 무대를 함께 써 한데 어우러진 한 마당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면서 더욱 흥이 나게 하는 요소였다.

 

무대 구성은 심플한 듯하면서도 색 조화가 어우러져 은은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을 풍기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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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을 통해 남산 국악당의 정취를 한껏 느끼며 전통 연희의 맛과 흥을 느낀 것이 마음속에 저장되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장소에서 우리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던 하루였다. 친구나 연인보다도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더욱 좋을 듯한 그런 장소와 공연이어서 남산 국악당에서 하는 다음번 공연은 가족과 함께 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추운 연말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하는 공연은 많겠지만 후끈한 느낌의 공연은 많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국악당에서 하는 공연은 후끈한, 몸의 땀을 뺀 느낌의 공연이라 보고 돌아가는 길이 그다지 춥지 않았다. 이런 공연이 또 있으면 추운 날 정말 함께 하고픈 느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닌 공연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 같다.

 

 


 


연희집단 The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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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집단 The 광대는 2006년 창단된 연희극 창작단체이다. 풍물, 탈춤, 무속, 남사당놀이 등 한국의 전통 예술을 전공한 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주와 춤, 재담 등 전통 연희의 각 분야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진 단원들이 모여 수준 높은 창작 연희를 보여주고 있다.
 
연희집단 The 광대는 단원 개개인이 연희의 명인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시대와 함께 가는 예술가로서 광대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던 옛 광대들의 예술과 삶의 자취를 기억하며 그 길을 이어가고자 한다.
 
대표작품 - <당골포차>,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굿모닝 광대굿>, <황금거지>, <홀림낚시>, <자라>, <용용죽겠지>, <걸어산> 등
 

 

[허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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