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괴롭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나도 내 마음이 뭔지 잘 모르겠어’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자신의 마음을 직시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적어도 그것을 직시하는 것을 도와주는 책이 여기 있다. 바로 미술 치료사 김선현의 ‘그림 처방전’ 도서이다.
저자는 세월호 사건, 포항 지진 등 국내 여러 사건 사고들 뿐만 아니라 네팔 지진, 쓰촨성 대지진 등 국제적 사건 사고의 피해자들까지 미술 치료한 경험이 있는 미술 치료계의 권위자다. 필자는 지금까지 미술 치료는 그리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부분만 있는 줄 알았는데, 몇몇 그림들을 놓고 감상하며, 이 그림에 알 수 없는 감정으로 이끌렸다면 지금 이런 감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의 기저에 있을 수 있다고 알려주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미술 치료의 새로운 세계를 본 듯 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림이 나오고, 대부분 본 적 없는 그림들이어서 그런지 이 그림이 ‘나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 더욱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림 바로 옆에는 ‘이 그림에 눈길이 가는 당신, ~일 수 있습니다’라는 직관적인 해석이 담겨있다. 대부분 치료의 관점에서 쓰인 글이기에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관점의 그림과 해석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거울을 든 여인 / P.28
필자가 가장 눈이 오래 머무른 작품은 다음의 그림이다. 본 책의 28페이지에 있는 그림으로서, 작품 왼쪽 하단에 써 있는 바로는 프레데릭 칼 프리스크의 ‘거울을 든 여인’이라는 작품이다.
필자가 다음 그림을 보고 든 생각은 ‘이 여인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의 어떤 부분을 주시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었다. 눈? 코? 어쩌면 피부 트러블에 대해서 불평하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왼손에 들고 있는 크리스탈 목걸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크리스탈 목걸이가 자신의 피부 톤과 맞는지, 점쳐보고 있을 수 있다.
그 목걸이를 차고 나가야 할 곳은 어디일까. 자신의 모습이 돋보여야 하는 무도회이려나. 연인과의 만남이려나. 이런 부차적인 것들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그림 바로 옆의 페이지에 있는 ‘이 그림에 눈길이 멈췄다면’ 에서는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라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작가는 이 그림이 자기 자신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는 그림인 것 같다고 서술했다. 이와 더불어 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인 것 같다고 서술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랑이 시작된 여자의 표정 같다고. 사랑의 힘은 정말 강력하여, 사람의 외모에 변화까지 주는 것이라고 하는 대목에서 정말 강하게 공감이 되었다.
비록 객관적인 외모는 바뀌지 않았을 지언정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온다던가, 하는 그런 변화들 말이다. 마음에 부담이 되지 않게, 그러나 내가 정말 그렇지 않은지 짚어주는 통찰력 있는 문장들로 하여금 책장을 술술 넘기면서도 스스로에 대해 여운이 진하게 남는 고민들을 해나갈 수 있었다.
마음에 알 수 없는 짐이 느껴진다면, 이유 없이 속상하다면, 거창하게 ‘치유’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눈길이 오래 머무는지 쇼핑하듯이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감상하며 읽는 것도 아주 좋을 책이다. 그러다 마음의 여유가 생겨 그림 옆에 글 한 두 조각을 읽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마음 상태를 직시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한 점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에 더욱 위로가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피상적인 위로가 아닌 그림을 통해 눈으로 한 번, 마음으로 한 번 직관적으로 와닿는 명확한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