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우리별'

강한 여운이 남는 연극
글 입력 2019.11.1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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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각역 5번 출구에서 2분 거리인 CKL 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연극 우리별. 5번 출구에서 DBG 금융 건물까지 걸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바로 CKL 스테이지가 보인다. 들어가면 바로 티켓박스가 마련되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잠시 대기할 수 있는 예쁜 공간과 화장실이 있다. 티켓을 주실 때 예전 문구점에서 사 먹었던 불량식품 ‘아폴로’를 함께 주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왜 준건지 알 것 같은 생각에 웃음이 머금어졌다.

 

연극의 입장시간이 되면 큰 소리로 티켓 소지한 분들 입장 도와드리겠다는 말씀과 함께 좌석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좌석의 위치도 안내해준다. 연극이 시작되면 입장과 재입장이 불가하니 화장실은 미리 다녀오는 게 좋을 것 같다. 러닝타임은 95분이다.

 

CKL 스테이지의 무대가 작지는 않았지만 객석과 객석 사이는 조금 좁아서 살짝 불편한 감이 있었다. 혹시 짐이 많다면 따로 보관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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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이라는 연극은 2009년에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 극작가인 손튼 와일더의 <우리 읍내>라는 작품에서 착상을 얻고 지금까지 작가가 살아있다면 행성에 대한 작품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으로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우주와 음악, 그리고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랩을 연극에 넣어 새로운 음악극이 탄생했다.


연극이라면 항상 웃기거나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같은 장르만 봐왔는데 이렇게 웃기고 재밌는데 울림이 있으며 눈물지게 만든 연극은 정말 처음이었다. 시작할 때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이내 무대에 홀린 듯이 빠져들게 되었다.


모든 배우의 호흡과 연기력, 구성, 연출, 음향, 조명 등 모든 게 다 완벽했다. 정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던 너무도 멋진 연극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서 목소리를 내며 움직일 때는 소름이 돋았고 어떻게 저렇게 모두 다 배역에 잘 어울리면서 연기를 잘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대체 얼마나 많은 연습량이 있어야 저렇게 완벽한 무대가 펼쳐질까. 연극이 상영되는 95분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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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는 포인트는 ‘지구’와 ‘달님’이 함께 무대에서 이야기하던 장면이었다. 목소리도 분위기도 비슷한 두 배우의 연기의 합이 좋다는 생각과 함께 웃기기도 하고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던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 점점 멀어져 지구와 달님이 무대에서 떨어져 연기할 때는 이 세상 모든 것들과 언젠가는 이별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해서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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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교체되고 장면이 바뀌면서 그들의 연기력과 대사, 음향 등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 지 모르겠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살짝 들 정도로 앞, 뒤 상황이 상상이 되지 않는 전개로 흥미진진했다. 너무도 잘 만든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지어 어딘가에 이들이 이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거 같은 생각도 들었다.

 

연극이 진행되는 중 삼면에 설치된 객석을 모두 바라보며 연기하고 노래했던 출연진들의 시선처리 또한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공연이었다.


연극을 보는 내내 크게 웃기도 했고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눈물이 나던 포인트는 극의 내용이 아닌 배우들이었다. 마지막에 공연이 마무리되면서 배우분들이 웃으며 인사를 하시는데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입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시는데 이상하게 그 모습에 눈물이 났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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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한번 보고 두 번은 보지 않았던 사람이지만 이번 ‘우리별’은 내년에 다시 가족들과 함께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연극을 관람한 후에 계속 극의 내용과 음향, 장면들을 곱씹게 되는 정말 멋진 연극이었다.

 

연극을 보기 전 후기를 보면 왜 다들 직접 보기 전에는 설명이 불가하다고 했는지 정말 이해가 되었고 지구를 통해 이야기하는 '우리의 삶'이라는 주제가 마음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추상적인 형태로 가슴에 머물게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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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연극에 대한 교양수업을 우연히 들었을 때, 교수님께서 연극에는 모든 영역의 예술이 집합한 통합예술이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당시에는 그저 무대, 조명, 음향, 연기, 의상 등의 분야가 모였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거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가볍게 넘기던 말씀이었다.

 

하지만 이번 연극을 보면서 왜 교수님께서 통합예술이라는 말씀을 하셨는지 알 것 같다. 꾸며진 무대와 조명, 배우들의 몸짓이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 배우들의 연기로 느껴지는 여러 감정과 감동, 음향의 조화로 더해지는 청각적인 자극, 대사들이 전해주는 교훈 등이 어우러져 ‘통합예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 내내 웃음소리,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득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연에 더 빠져들게 되었다. 우주로 사람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랩과 음악 등의 새로운 시도로 신박하고 즐거운 공연이 완성되었다.

 

끝나고 남는 여운이 강하고 긴 '우리별'. 며칠이 지났어도 귓가에 우리별 연극의 음향과 음악이 귓가에 맴돈다. 장면이 바뀌면서 함께 움직이고 변화되는 조명과 무대 한 가운데에 설치된 작품 또한 너무 예뻤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우리별'을 평소 연극을 즐겨보는 사람 혹은 처음 보는 사람 모두 감탄하며 즐길 수밖에 없는 이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기를 바란다.

 


[이송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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