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도서]

글 입력 2019.11.15 15:2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사진.jpg

 

 

책을 받고 몇 시간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부드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림 하나 이야기 하나 순서대로 마치 어린아이의 동화책을 펼친 기분이 들게 해주는 이 책은 어찌 보면 어른용 그림 동화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읽어본 수많은 에세이 중 가장 일상적이면서 비일상적이었다. 그 이유인즉슨 내가 겪어보지 못한 시기(시간)와 나라(공간)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감은 불가능했다. 나는 철저하게 이방인에 불과했다. 이는 내가 이 책을 동화에 비유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솔직히 편하게 읽히는 만큼 지루함도 조금 있었다.

 

 

비는 며칠 동안 계속 내렸고 덕분에 우물과 샘의 물이 차올랐어요. 그때 아버지는 말씀하셨죠. 크게 잃는 게 있으면 작게 얻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요.

 

- 49p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크게 잃는 게 있으면 우리는 이미 크게 잃었다는 것에 정신을 쏟기 바빠 작게 얻은 것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 한구석으로 밀어 넣어버린다. 그리고는 잃은 것을 아쉬워하기 바쁘다.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친절하게 '너 이거 잃을거야!'라고 예고 따위 해주지 않는다. 상실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우리 눈앞에 와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잃어버린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된다. 행복도 그렇다. 종종 '그때 정말 행복했는데' 라고 말하는 우리는 더 나쁜 일을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지나간 그 순간을 '행복했다'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 곁에 당연히 영원할 것만 같은 것들과 무언가 떠난 후 새로이 다가온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기에도 바쁜 오늘과 지금을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예배를 마치고 애벗 씨가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줄 때 그해 들어 처음으로 썰매를 탔습니다. 참 근사했어요. 썰매를 타고 종소리를 들으며 신나게 달렸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불을 지펴두어서 따듯하고 포근했어요. 그러니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게 당연하겠지요. 정말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74p

 

 

모지스 할머니가 적은 것들도 모두 회상을 통한 과거의 반추이다. 어쩌면 그래서 감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비뚤어진 생각도 했다. 그만큼 내가 지금에 오늘에 감사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3일 전부터 감사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오늘 감사한 일을 5가지씩 적는 것인데, 처음 시작할 때는 감사한 게 그렇게도 없으리라고? 5개라면 금방 쓰겠지 싶었다. 그리고 항상 3개를 적은 후 머리를 싸맨다. 감사한 일이 이리도 없다니 오늘 정말 무얼 하며 어떠한 감정을 느끼며 살았는지 하루가 담긴 서랍을 통째로 꺼내어 뒤져본다. 그리고 마침내 다섯 개를 다 쓰고 노트를 덮는다. 모지스 할머니가 쓴 저 문장은 그 자체로 이상하게도 눈물이 날 만큼 따듯했다.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이지요. 요즘 세상 같았으면 다 살릴 수 있었겠지만 그때만 해도 의사들조차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자식들의 죽음에 담담한 편이었어요.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운명이라고 했지요. 아버지도 같은 생각이었어요.

 

- 87p

 

 

모지스 할머니는 거의 태어날 때부터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봐왔고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한 담담한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기에 모지스 할머니는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 당연한 사실임에도 우리가 죽기 직전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 중 하나인 것 같다. 크게 잃고 작게 얻는 것과 기쁨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 그리 대단한 문장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두 개의 문장은 알고 보니 우리의 인생 그 자체였다.

 

 

나는 여자도 투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일하는데 목소리를 못 내서야 되겠습니까? 남자보다 일을 잘 하는 여자도 얼마든지 있고요. 여자가 가정을 돌보아야 한다고 해도 가정을 돌보는 것에 관한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하지요.

 

- 225p

 

 

나는 늘 내 힘으로 살고 싶었죠.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았어요.

 

- 102p

 

 

사실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이유로 마음이 불편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어머니는 항상 '숙녀가, 숙녀는 이러이러 해야 해'와 같은 선입견 가득한 말들을 내뱉었고 이 책의 내내 여자와 남자가 하는 일이 눈에 띄게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시기임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합리화는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지만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온 또 다른 여성이 적어놓은 이러한 생각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내게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이 가장 고마워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은 때이거든요. 시작하기에 딱 좋은 때 말이에요.

 

- 256p

 

 

솔직하게 책의 뒤편에 적힌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될 때, 달라질 수 없을 거라는 막막함이 덮쳐올 때, 그래도 끝까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싶다면!'이라는 문구처럼 그래 나 늦지 않았구나! 내 인생을 사랑해야겠어와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한 생각을 하기에는 서두에 적어 놓은 것처럼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었고 일화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bea7f4f9ef047469a6cc9639537a4a50.jpg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제목은 할로윈.

 

 

하지만 그림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자니 푸르름과 사계절 안의 일상에 담긴 포근함이 느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거의 모든 그림은 농장을 그린 것이라 푸른 것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죽음과 감사 그리고 오늘과 내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바쁜 일상 사이 잠시나마 따듯한 휴식을 준 책이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옮긴이 : 류승경

출판사 : 수오서재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16.7 / 무선

쪽 수 : 288쪽

발행일
2017년 12월 16일

정가 : 13,800원

ISBN
979-11-87498-18-6 (03840)



 

 

 

정두리.jpg

 

 

[정두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