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11월의 끝자락에, 철저한 익명의 공간에서, 9월을 이야기하다

글 입력 2019.11.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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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당신에게 ‘대화’ 혹은 ‘수다’는 무엇인가?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해 부러 이끌어가야 하는 곤욕스러운 존재인가? 아니면 사회생활을 위해 별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행위인가? 대화를 즐기는 사람에게 수다는 ‘세상살이’ 그 자체다. 나와 동시대를 완전히 다르게, 어떤 면에선 비슷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의 삶의 질곡, 그리고 풍파를 겪으며 정밀하고 거칠게 다듬어진 그의 생각을 듣는 건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하고, 어떤 고서보다도 유익하다.

 

대화의 주된 재료는 ‘비밀’이다. 여기서 뒷담화나 가십거리로서의 비밀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로서의 비밀을 말한다. 자신의 히스토리 중 부끄럽거나, 자존심이 상하거나, 소중하거나, 너무 개인적인 부분에 우리는 ‘비밀’이라는 도장을 조심스레 찍어, 밀서를 건네듯 소근소근 털어놓는다.

 

 

 

비밀


 

하지만, 세상에 과연 비밀이란 게 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비밀을 믿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비밀도 내가 상상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범위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익명의 이름을 단 채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정체가 들통나기도 한다.

 


9월_preview_3.jpg

 


고백하건대 나 역시 누군가의 이야기를 옮겨본 적이 있고, 나의 비밀이 예상치 못한 경로로 옮겨지는 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 많은 사람들이 알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는 것에 비밀이라는 타이틀을 달곤 한다. 비밀이라는 포장이 얼마나 허술하고 헐거운지 알기 때문에.

 

 

 

익명



비밀의 민낯을 알고 나면 가깝고 친밀한 사람들보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편할 때가 많아진다. 대학 동기, 고향 친구, 혹은 가족처럼 나를 알고, 나의 지인을 알고, 그 지인과 관계가 있는 이들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건 위험하다. 그들이 나쁘거나 악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발 없이도 천리를 갈 수 있는 비밀의 본질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처음 본 사람이라면, 오늘이 인생에서 상대를 대면할 마지막 날이라면 어떨까. 생각보다 세상은 좁고, 몇 다리만 건너면 사람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기사를 어디서 본 것도 같지만, 서로에게 미지의 존재라는 사실만으로 비밀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곤 한다.

 

 

 

그래서 연극 <9월>은


 

연극 <9월>은 정확히 이 지점을 연극으로 풀어낸다. 연극의 배경은 기차역이다. 기차역에서 우리는 작게는 10분, 길어봤자 2-3시간 남짓 머무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깃털처럼 머물다 가는 기차역에서 우리는 대체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9월>은 익명의 공간을 기차역으로 한정 짓지 않고 극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려 공연장 전체로 확장한다. 옆자리에 앉은 관객, 무대 위에 선 배우는 대합실에서 우연히 내 앞에 앉은 할머니만큼이나 서로를 ‘알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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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9월>은 서로가 서로에게 속마음을 터놓을 안전한 상대가 되어보자고 이야기한다. '11월의 끝자락'에서, 이제는 과거가 된 '9월'을 담담히 털어내자고 속삭인다. 이제 지난 일이니까. 이곳은 철저한 익명의 공간이니까. 그래야 내년에 돌아올 9월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말할 상대가 필요해요

난 어때요?

비밀, 지켜줄 수 있어요?

그럼요.

 



설유진

연출 ㅣ <레몬사이다 썸머 클린샷> <너에게> <누구의 꽃밭> 등

극작/연출 ㅣ <홍계월전> <나의 사랑하는 너> <초인종> 등

극작 ㅣ <씨름>


공연일정

2019년 11월 21 – 24일

(평일 8시 / 토일 4시)

 

공연장

신한두드림스페이스 아트스탠드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63 언더스탠드 에비뉴 내 ‘아트스탠드’)

 





<시놉시스>
 
 
열기에 바람이 지나듯,
올해도 9월이 지난다.
풍경도 계절도 거짓말처럼 모두 다.
 
우리의 거시사는 끊임없이 단순하게 정의되고 바뀌지만, 나의 미시사는 여전히 거칠고 답답하다. 역사와 뉴스는 계절처럼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는 듯 자꾸 변해만 가고, 그 속의 나는 그저 또 매일을 살아낸다.



 

 


9월 정보.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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