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캐릭터 힐링 에세이 어벤져스 [도서]

캐릭터 에세이의 이유
글 입력 2019.10.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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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힐링 에세이


 

서점에서 트렌드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가에 세로로 꽂혀있는 책이 아닌 가로로 누워 쌓여있는 책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주로 베스트셀러를 두는 코너에는 최근 인기 있던 책과 신간들이 쌓여있다. 그 책들은 의외로 트렌드에 민감하다. 각자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공유하는 공통적인 관점이 있다. 책은 생명주기가 길어 트렌드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그 와중에도 빠르게 변하는 유행이 있다.


최근 에세이 코너에 캐릭터 힐링 에세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활용해 작품의 주제에 맞는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곰돌이 푸, 보노보노, 스누피와 같은 캐릭터의 대사를 수록하고, 캐릭터의 성격에 맞는 콘셉트를 구성한다. 사람들은 유년의 추억을 회상하며 현실의 피로를 위로받기 위해 캐릭터 에세이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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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에세이가 늘어난 시점은 힐링, 욜로, 퇴사 등의 키워드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나간 시기였다. 사회가 추구하던 노력, 성장과 자기 계발은 사람들을 피로하게 했다. 10대는 공부를 시작하며, 20대는 공부에 미치고, 30대, 40대, 50대까지 공부를 이어가고 결국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는 자기 계발서의 홍수는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미래가 불확실해질수록 사람들은 피로해지고, 피로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번아웃되었다.


지쳐 쓰러진 사람들은 잠시 각자의 삶을 돌아보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자신을 소모하는 것보다, 지금 행복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조건적인 노력보다 위로만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에세이는 사람들의 마음속 빈 곳을 채워주기 충분했다.


행복을 위해 현실적인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불확실한 미래에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퇴사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래서 '퇴사한 사람들은 모두 브런치에 글을 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브런치에는 퇴사 후기가 넘쳐났다. 퇴사한 사람들은 잠시 쉬기 위해 어디론가 떠났다. 휴식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여행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다. 여행은 일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탈출구였다. 이런 사람은 '노력하며 회사에 다니다 어디론가 떠나 위로받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점에는 '서른', '퇴사', '여행', '괜찮아' 등의 제목이 들어간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굉장히 평범한 사람들이 쓴 솔직한 이야기들이 주목받았고,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피로는 위로받았다. 김신회 작가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와 같은 책들은 그동안 사람들이 노력과 보상이라는 목적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일상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발견했을 때, 작고 평범하지만 소중한 인생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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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노보노와 같은 캐릭터를 사용한 힐링 에세이가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에세이 서가의 일부를 캐릭터만으로 채워 넣었다. 일부 캐릭터는 사람들이 알만할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익숙한 캐릭터라는 이유로 에세이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러한 책들은 연인으로 인한 상처, 회사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다루는 주제들이 각자 달랐다. 하지만 에세이들이 말하는 관점은 비슷했다. 쉽게 말해 '너 지금 이렇지? 나도 그랬어. 괜찮아 우리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는 더 괜찮아질 거야' 정도의 일관적인 메시지였다.


일부 사람들은 캐릭터 에세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위로만을 위한 에세이는 독서를 위한 책이 아닌, 감정적 소모를 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메시지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거운 메시지라도 과도하게 범람한다면 그 중심을 잃고 만다. 이러한 에세이들이 늘어날수록 사회가 치유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위로를 찾는 방식이 감성을 위한 상품을 구매로 변한 상황에서 힐링 에세이가 갖는 무게감은 점점 가벼워진다. 블록버스터를 위해 한 스크린에 모인 마블의 캐릭터처럼, 서점의 에세이 코너에는 동화 같은 캐릭터들이 전부 모여있다. 아마 이들의 에세이를 전부 모아두면 '힐링 어벤져스' 정도의 블록버스터와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른다.

 

 

 

개인적 번아웃



나는 힐링 에세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단지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아직은 좀 더 노력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위로를 거부했다. 마치 방금 출고된 성능 좋은 기계처럼 달려야 한다는 생각에 쉼의 중요성보다는 노력의 방향성을 고민했다. 푸나 보노보노의 위로를 읽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은 나를 쉬지 못하게 했다.


나는 사람마다 '때'가 있다고 믿었다. 시기마다 노력하며 달려갈 때, 쉬면서 놀 때가 있다고 믿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진 놀아도 좋아', '고등학교 때부턴 공부해야 해', '대학생은 술 마시면서 놀아야 해', '4학년이면 취준 해야지'처럼, 특정한 때에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내는 것이 그 시기의 책임이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은 앞뒤 상관없이 달려야 하고, 조금 쉬어야 할 순간은 어디론가 떠나 아무 걱정 없이 놀아야 한다고 믿었다. 인생의 시기를 노력과 보상의 시간적 구분으로 이해하다 보니, 그 믿음대로 몸이 움직였다.


하지만 얼마 전, 나의 체력과 한계를 모르고 무턱대고 달리다 번아웃이 왔다. 언제나 불안 속에 이것저것 해보려 노력했지만, 나도 모르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멍하니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대학생 번아웃 진단표를 쓱 읽고선 그제야 내가 번아웃인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과제를 뒤로 한 채 잠들었다. '지금 이래도 되나?'라는 걱정을 머릿속에 놓지 못하고서 눈을 감았다. 번아웃을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인정해야 하는 때가 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객관적인 능력과 노력에 관계없이 지금은 휴식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알아야 했다. 세상에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나 또한 그랬다.


*


자기 계발서는 철 지난 유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담론이 사회에서 유효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불확실성이 점점 강해지는 사회 분위기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응원은 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담론이 좀 더 설득력을 얻고 유행이 조금 수그러드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인생의 법칙, 돈 버는 법, 유능한 사람이 되는 방법을 말하는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자기 계발서는 사람들이 찾는 하나의 영역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이 있기 때문에 자기 계발서는 서가에 있었다.


마찬가지로, 힐링과 위로 또한 과도한 범람에 부정당할 수도 있다. 감성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찍어내는 상업적 에세이라고 치부될 수도 있고, 잠깐 부풀어 오르다 꺼질 유행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나 또한 번아웃, 힐링, 위로는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에세이들이 전달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캐릭터가 아닌 위로 그 자체였다. 누구나 달리다 지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힘들 수 있기 때문에 그 에세이가 서가에 있을 이유는 충분했다.


사회는 언제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 불안과 두려움에 자신을 몰아넣는 사람들을 위해 언제나 괜찮다고 이야기해 줄 책이 서가에 있어야 한다. 사회는 성공과 치유를 동시에 원한다. 힐링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과 열정을 위해 불을 지펴줄 자기 계발서도 필요하다. 앞을 향해 달리다가도 한편으로는 쉴 줄 아는 것,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간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처럼 서로 대립되어 보이는 이 두 책의 메시지는 사람들이 모두 필요로 하는 소중한 가치다.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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