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미가 뭐예요? [사람]

글 입력 2019.10.29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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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회사원에게 묻는다.

 
“취미가 뭐예요?” 다들 잠시 멈칫한다. 다시 묻는다. “취미가 뭐예요?” 다들 잠시 멈칫한다. 다시 묻는다.
 
“꿈이 뭔가요?” 이번엔 곧바로 대답한다.
 
“적당히(혹은 많이) 돈 벌어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요.”
 
다시 묻는다. “아, 그게 꿈이신 거예요?”
 
“……”

 

 

사실 대학생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취미가 없고 꿈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로,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게 많은 걸 보여준다. 학생들이나 사회인에게 취미를 물으면 대다수가 대답을 못 하거나 ‘게임, TV 보기, 책 읽기, 늦잠’ 등등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시절, 사진과 관련된 강의를 들었다. 그때 교수님께서 첫 과제로, ‘진짜 자신의 취미를 찍어오기’를 주셨다. 과제 얘기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요즘 게임이나 잠자기와 같은 취미를 찍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진짜 자신의 취미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고, 이참에 취미란 무엇인지도 고찰을 해 봤으면 한다. 생각보다 취미가 없는 학우가 꽤 많을 거다.”라는 식이었다.

 

당시 팀원이 나를 포함 4명이었는데, 다들 찍을 취미가 없다며 대충 교수님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도록 운동 1장, 독서 1장, 요리 1장, 그리고 내 취미 이렇게 찍자고 했다. 공대 특성상, 나 빼고 전부 남자였는데 모두 군필자에다 고학년이었다. 어린 나이는 아니란 뜻. 과제 제출 후 다음 강의 때, 다른 팀들 사진을 보는데 다들 우리 팀과 너무나 흡사했다. 다른 게 거의 없었다. 한 명 정도 기억난다. 더치커피 내리는 사진. 큰 카페 매니저까지 했단 분이다. 이분은 나중에 자퇴하고 카페를 차려서 잘 운영하고 있단 소식을 들었다.

 

 

더치커피.jpg

 


물론, 이런 시대와 환경에도 자신의 꿈이 뚜렷한 이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진짜 문제는, 모르는 게 아니라 ‘취미를 굳이 알아야 하나 혹은 가져야 하나’란 생각이다. 설령 취미가 갖고 싶다고 해도 주로 대학생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시간이 생긴다.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나 자신 알아가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또는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학생들은 뚜렷하게 가고 싶은 회사도 없다. 아, 저학년 때 말고 취직 준비를 하는 대학생 말이다. 4학년이나 취직 준비 중에 들어가면, 고학력자와 고스펙자 외에는 우선 지원할 수 있는 기업에 전부 지원하고 본다. 가고 싶은 기업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어디냐고 물어도 특정 기업이 아니라 그냥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이라고만 한다. 최소한 로봇, 자동차, IT 등 분야라도 정했으면 좋겠는데 지원하는 기업마다 분야가 다르다(공대를 다니는 필자 입장에서 지인들). 그렇게 해서 들어간 회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

 

최근에 아는 지인이 회사에서 MBO를 했다고 한다. MBO란, 목표관리인데, 직원의 성과나 인사 평가 시에 쓰는 방법 중 하나다. 약 15명 정도 모인 로봇 관련 부서였다. MBO 중 꿈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팀장 1명과 주임 1명 빼곤 다 꿈이 똑같았단다. 물론 내 지인은 똑같은 쪽. 예외의 두 명은 뮤지컬 배우가 꿈이라 했다는데 그 작은 부서에서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이 2명이나 있다는 게 의외였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래서 노래방을 가면 마이크 쟁탈전이 치열하단 웃긴 후일담도 있다.

 

이 얘기를 듣곤, 조금 씁쓸했다. 근데 지인도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했다고 한다. 더불어, 뮤지컬 배우가 꿈인 팀장분께선 다들 어린 나인데 꿈이 없다는 게 아쉽다는 듯 얘기했다더라. 돈이 없으면 먹고살기가 힘들고, 그렇기에 돈을 벌려고 하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꿈을 이룰 시간을 따로 내기가 힘들다는 건 안다. 근데, 꿈이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크기는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하다. 뭐랄까, 그릇이 다르다고나 할까. 꼭 꿈이라고 해서 이뤄야 하는 건 아니니까.

 

꿈이 너무 크다 생각되면, 가볍게 취미부터 찾아보는 건 어떨까? 회사 면접 때나 자기소개서를 써야 할 때(대외활동 포함), ‘나의 취미’를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준비해온 뻔한 대답을 하고, 뻔한 답변을 쓴다. 취미와 꿈 모두를 찾으려면 이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나 자신 알아가기’이다.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야 내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홍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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