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London westend 극장가 정복기 (2) [공연예술]

글 입력 2019.10.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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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은 Waitress다. Waitress는 2007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2016 Tony Awards의 4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이 뮤지컬의 감독을 비롯한 작사, 작곡, 안무, 각본을 창작한 Creative team이 모두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성 주인공의 여성 서사를 다루어 수많은 여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Waitress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앞서 언급한 5개의 영역을 모두 여성이 창작한 최초의 뮤지컬이라고 한다. 여성 주인공을 앞세운 뮤지컬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성 프로듀서의 비율은 여전히 바닥인 현실에서, 여성으로만 창작팀을 꾸린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리고 그 뮤지컬이 내가 런던에 있을 때 런던에서 공연 중이라면 그 뮤지컬을 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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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Waitress 공연이 이이지는 Adelphi 극장
 
 
설레는 마음을 안고 공연 시작 30분쯤 전 극장으로 향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티켓을 바꾸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e 티켓을 뽑아갔기 때문에 간단한 소지품 검사를 한 후 바로 극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극장에 들어서자 달콤한 냄새와 함께 파이를 파는 어셔들과 프로그램북을 파는 어셔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파이 가게가 주 배경이 되는 극이라 파이를 팔고 있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 시작 전 무대 역시 파이 모양의 스크린으로 되어있었고, 공연장에서 은은하게 파이 냄새가 나는 듯했다. 덕분에 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이 가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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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작 전 무대 모습

 

 
Waitress는 파이 가게에서 일하는 주인공 Jenna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녀는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남편과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파이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며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파이를 만들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Jenna의 모습은 많은 여성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극의 중간, Jenna는 산부인과 의사와 불륜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로맨스로 끝나지 않는다. 남자와 사랑에 빠져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흔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클리셰를 깨버린 것이다.

극은 전반적으로 신나고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결혼 생활과 아이, 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삶 가운데 고민에 빠진 Jenna의 모습이 나올 때면 마음 한쪽이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뮤지컬 Waitress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엄마의 손을 잡고 함께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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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관람한 두 번째 뮤지컬은 한국에서도 이미 많이 알려진 School of Rock이다. School of Rock은 Jack Black이 출연한 동명의 원작 영화를 영국 뮤지컬 거장 Andrew Lloyd Webber가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것으로, 내가 런던으로 가기 불과 며칠 전까지 한국에서 내한공연이 진행되기도 했다.

함께 여행 중인 친구도 보고 싶어 한 작품이라 한국에서 미리 예매를 하고 보려 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결제 오류가 나서, 현장 구매를 다짐하며 무작정 런던에 갔다. 그리고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데이시트를 구하기 쉬운 작품이라 하여 데이시트를 도전하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손쉽게 20파운드라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의 티켓을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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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lian Lynne 극장

 

 

뮤지컬 School of Rock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알듯, 로커인 Dewey가 초등학교 임시 교사로 일하며 아이들과 록밴드를 결성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유쾌하고 신나는 School of Rock이지만, 그냥 신나는 록 뮤지컬로 끝나는 작품은 아니다.
 
Dewey가 아이들에게 록 음악을 가르치고 같이 연습하면서, 그와 아이들 모두가 함께 성장해가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독단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던 Dewey가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처를 치유해주며, 자신 역시 사회성도 기르고 록밴드로 성공하는 꿈까지 이루는 모습은 관객들의 광대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Jack Black이 연기하는 Dewey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뮤지컬을 보기 전에 약간 걱정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극을 보는 내내 단 한 번도 Jack Black 생각이 나지 않았다. Dewey 역의 Noel Sullivan 뿐만 아니라,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특히 연기, 노래, 안무, 그리고 라이브 밴드 연주까지 모두 완벽히 소화하는 어린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극중 school of rock 밴드가 앙코르곡을 하는 부분에서 Dewey가 관객들에게 모두 찍어서 SNS에 올리라고 하기도 하는 등, 정말 콘서트 같은 분위기로 극이 진행된다. 배우들과 스태프, 관객 모두가 손뼉 치고 록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록 페스티벌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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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장면

 
 
영국에서 뮤지컬을 보며 가장 놀란 것 중 하나가 바로 관람 문화였는데, 관객들의 반응과 호응이 한국과는 확연히 달랐다. 웃긴 장면에서는 거침없이 웃고 환호하며, 부당한 장면에서는 야유를 보냈다. 휘파람을 불며 호응하기도 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기립 박수를 보내며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가만히 등받이에 몸을 딱 붙이고 형식적인 박수만 치며 숨죽이고 뮤지컬을 봤던 나는, 처음에는 이런 관람 문화가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뮤지컬을 보면 볼수록 이런 문화가 부러워지기도 했다. 극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하지만 극에 방해가 되지는 않게 표현하면서 좀 더 극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어 함께 즐기던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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